이별 후 재회의 기쁨을 노래한 ‘올드 랭 사인(석별의 정)’

기호일보 2025. 6. 1. 19:0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상순 서울기독대학교 겸임교수/ 의왕시 울림합창단 지휘
이상순 서울기독대학교 겸임교수

매년 5월 초순이면 일본 홋카이도에 사는 93세의 할머니는 나무 사진을 찍으러 노쇠한 몸을 이끌고 나선다. 

10년 전 우연히 집 가까이 넓은 벌판에 외로이 서 있는 커다란 강대나무 끝에 하늘 높이 아름답게 활짝 핀 벚꽃을 발견한 그녀는 오래돼 쓰러질 것 같은 나무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다는 것에서 강한 생명력을 느꼈다. 그리고 매년 사진을 찍었다. 

올해도 그녀는 나무에 말했다.

"내년도 꽃을 피워 주세요. 할머니도 열심히 하니까", "벚나무와 할머니, 어느 쪽이 먼저 쓰러질지 승부하고 있다"며 매년 나무와 다음 해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돌아간다.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소식과 더불어 가까운 지인들의 부고 소식으로 세월의 흐름을 유난히 많이 느끼는 때다. 

졸업식, 장례식 등 헤어짐이 있으면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불렀던 노래가 '석별의 정'이라고 번역된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이다. 

1940년에 제작된 로버트 테일러와 비비언 리 주연의 '애수'라는 영화에 삽입됐고, '전국노래자랑'의 사회자였던 송해 씨의 장례식에서 함께했던 악단들이 추모곡으로 연주했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작별이란 웬 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어디 간들 잊으리오 두터운 우리 정/ 다시 만날 그날 위해 축배를 올리자…(후략)."

'올드 랭 사인'은 스코틀랜드 민중 시인 로버트 번스(Robert Burns, 1759~1796)가 방언으로 전해져 오는 민요를 바탕으로 쓴 시에 영국 작곡가 겸 바이올린 연주자 윌리엄 쉴드(William Shield, 1748~1829)가 곡을 붙인 것이다.

쉴드는 스코틀랜드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잉글랜드의 더햄에서 태어나 1783년 오페라 '로지나(Rosina)'를 작곡했고, 스코틀랜드에서 전해지던 민요 가락을 정리해서 서곡의 주제 선율로 사용했다. 

번즈는 스코틀랜드 남서부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그에게 많은 옛날 노래를 들려줬고 그 영향으로 문학에 관심을 갖게 돼 민요를 모으거나 시를 써서 1786년 첫 시집 「스코틀랜드의 방언 시집」을 냈다.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은 스코트어로 '오랜 옛날부터(영어:old long since)'라는 뜻이다. 

가사는 이별의 슬픔 내용이나 다시 만날 기쁨도 함께 노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서양 찬송가로 번역돼 전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찬송가 안에 가사는 다르지만 가락이 똑같은 찬송 곡이 있기 때문이다. 

1900년대 대한제국의 임시정부가 제정한 애국가의 가사를 '올드 랭 사인' 곡조에 붙여 부르게 되면서 일제강점기의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친숙한 노래가 돼 1919년 '3·1운동' 때도 불렀다. 

애국가를 외국의 이별 곡조에 맞춰 부르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안익태는 1935년에 현재의 애국가를 작곡했고, 1948년 대통령령에 따라 안익태의 '한국 환상곡'이 애국가로 지정됐다. 

그 후 아동문학가 강소천이 '올드 랭 사인'을 '석별의 정'이라는 제목으로 번역해 당시 교과서에 실리면서 졸업식에서 환송곡으로, 연말에 한 해를 떠나보내는 마음으로 널리 부르게 됐다.

세상에서의 헤어짐이 절망이 아닌 앞으로 만날 수 있는 희망을 노래하고, 고목에서 아름답게 피는 벚꽃을 바라보며 생명의 고귀함을 지켜 나가는 어떤 할머니처럼 하루하루 아름답게 가꿔 나가는 삶을 영위해야겠다.

Copyright © 기호일보. 무단전재, 재배포, AI학습·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