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적’ 찾는 소나, 세계 2600척 구축·잠수함·항모가 장착

제므노스(프랑스)/정철환 특파원 2024. 10. 2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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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佛 방산업체 ‘탈레스’ 르포...소나 시장, 2030년엔 11조원 규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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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프랑스 남부의 소도시 제므노스(Gemenos)의 한 제조 공장. 이중으로 세워진 높은 담장과 바리케이드가 이곳을 둘러싸고 있었다. 곳곳에 세워져 있는 CCTV들이 이곳이 프랑스 정부의 보호를 받는 ‘준(準)군사시설’임을 실감케 했다. WEEKLY BIZ가 이날 찾은 곳은 세계적 방산 업체 탈레스의 해군 장비 생산 시설. 잠수함을 찾는 데 쓰는 소나(sonar·음파탐지기) 장비에 대한 연구·개발은 물론 생산까지 이뤄지는 곳이다.

소나 장비의 핵심 부품을 조립하는 모습. /탈레스 제공

보안 검색을 받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긴 복도를 한참 지나니, 거대한 수조가 있는 공간이 나왔다. 5~6초마다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뚜~’ 하는 소리에 “무슨 소리냐”고 물어보니 안내 직원이 수조 속을 가리켰다. 들여다보니 지름이 1m는 넘어 보이는 검은색 도넛 모양의 물체에서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었다. “저게 바로 소나의 핵심 부품”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소나 시장, 2030년엔 11조원 규모로

소나는 음파 신호를 이용해 바닷속 다양한 물체들의 위치나 거리를 탐지하는 장비다. 크게 ‘능동(active) 소나’와 ‘수동(passive) 소나’로 나뉜다. 능동 소나는 ‘뚜~’ 하는 펄스형 음파를 발사해 이 소리가 물체에 부딪혀 돌아오는 시간과 파형을 측정, 목표물의 위치·거리·속도를 파악한다. 반면 수동 소나는 스스로 음파를 발사하지 않고, 주변의 소리(적 함정이나 잠수함에서 발생하는 소음)를 수신·분석해 위치와 속도 등을 파악한다.

지난달 18일 프랑스 남부의 소도시 제므노스에 위치한 탈레스의 제조 공장. 수조 안에 검은색 도넛 모양의 소나 핵심 부품을 넣고 실험을 진행했다. /제므노스=정철환 특파원

1차 대전 독일 잠수함 U-보트가 등장하면서 처음 개발된 소나는,특히 가까운 바닷속에 숨어있다 미사일을 쏘아 올릴 수 있는 ‘핵 추진 잠수함’이 등장한 1960년대 이후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탈레스 측은 “지상에 적의 미사일 발사를 미리 탐지하는 방공 레이더와 인공위성이 있다면, 바다에는 소나 시스템이 있다”고 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용되는 600여 척의 잠수함과 2000여 척의 구축·순양·항공모함 등 군함에 소나가 장착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방산업계는 지난해 기준 해군용 소나 장비 시장이 63억달러(약 8조7000억원) 규모로, 2030년에는 82억달러(약 11조3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최신형 핵잠수함에 대응할 수 있는 소나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업체는 3~4개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하나가 탈레스다. 이 회사는 프랑스와 영국, 호주, 인도, 우리나라 등 세계 15국 해군에 소나 장비를 공급한다. 탈레스 측은 “우리 연구·제조 시설을 대외에 공개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고 했다.

◇동해는 ‘침묵의 전장’

이날 현장에는 전 세계에서 10여 개 매체와 군사 전문가들이 왔다.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 필리핀, 호주 등 4국이 초청됐다. 이 4국 매체의 참석은 큰 관심을 끌었다. 이 국가들이 최근 중국 해군의 확장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 군사 전문 매체 기자는 “미국과 중국 핵잠수함들도 동해에서 활발히 활동한다”며 “동해 바닷속은 이미 ‘침묵의 전장(silent battlefield)’”이라고 했다. 북한이 지난해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했고, 이를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도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반도 인근 해상을 둘러싼 각 나라 해군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진 상태다.

프랑스 해군 제독 출신의 에릭 샤페론 탈레스 고문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고조되는 위협에 대비해 주변국들의 해양 감시 능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국가 명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국의 해양 확장주의와 러시아의 태평양 진출에 대한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들렸다. 샤페론 고문은 “프랑스와 영국,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이 최근 인도·태평양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글로벌 안보의 속성 때문”이라며 “20세기 초의 강대국 간 ‘그레이트 게임’이 새로운 형태로 계속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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