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규 은행장 시절 DGB대구은행에 입행했다가 부정한 채용청탁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여성 행원이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또 승소했다. 같은 대학 출신 여성 행원은 이미 2022년 10월 승소를 확정받은 뒤 복직했다. 그러나 박 전 은행장과 친분이 있는 아버지의 채용청탁이 확인된 행원은 패소했다.

대구지법 제12민사부(채성호 부장판사)는 2021년 4월 27일 부정 입행에 따른 면직, 징계면직, 채용취소 처분을 받아 해고된 A씨가 대구은행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대구은행이 A씨에 대해 한 면직처분, 징계면직처분, 채용취소처분은 각 무효임을 확인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진행된 상반기 7급 신입행원 공채에 응시했다가 4차 임원면접에서 합격자 66명 가운데 64등의 성적으로 최종 불합격했다. 대구은행 인사담당자는 A씨에게 1년 기간제 계약직인 영업지원직으로 근무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고, A씨는 별다른 채용절차 없이 영업지원직으로 채용됐다. 대구은행은 2016년 5월 A씨와 근로계약기간을 1년 연장한데 이어 2017년 5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줬다.

그런데, 박인규 당시 은행장이 A씨가 탈락하자 특별채용을 요청하는 등 입행 과정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이 수사에서 드러나 징역형을 확정받은 사실을 근거로 대구은행은 2021년 4월 27일 A씨에게 면직, 징계면직, 채용취소 처분을 했다.

소송에서 A씨는 대구은행이 내린 처분은 성질상 해고에 해당하는데도 채용이 이뤄질 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규정을 근거로 처분을 내렸고, 채용비리에 관여된 적이 없는데도 채용비리를 이유로 면직 등의 처분을 내렸다면서 해고처분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대구은행이 A씨를 영업지원직으로 채용해 근로계약을 체결한 2015년 5월 26일 당시 인사지침에 처분의 근거규정이 없어서 면직처분과 채용취소처분은 무효라고 했다. 또, A씨가 주체가 돼 직접 채용청탁을 하거나 A씨에게 채용청탁에 대한 책임을 인정할 만한 사유가 없고, 제3자(A씨 모교)의 청탁으로 채용이라는 반사적 이익을 얻은 것이어서 징계면직처분도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구지법 제12민사부는 B씨가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면직처분과 채용취처분은 무효라고 봤지만, 징계면직처분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B씨 아버지가 대학 동창이자 ROTC 동기인 박인규 전 은행장에게 청탁을 한 결과 B씨가 2015년 상반기 7급 신입행원 채용 3차 실무자면접 단계에서 떨어진 뒤 별다른 채용절차 없이 계약직인 영업지원직으로 채용됐다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인규 전 은행장이 개인적인 친분이 있던 B씨 아버지의 청탁을 받고 공채에서 탈락한 B씨를 영업지원직으로 채용하도록 한 것으로 보이고, B씨 아버지의 채용청탁은 B씨가 주체가 돼 채용청탁을 하는 것에 준해 B씨에게 그 책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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