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밸런싱 한창인 SK...조직 슬림화도 나서나
지속 흑자 SKT도 퇴직 격려금 상향조정
지속가능 성장 위한 자구책…조기인사 촉각
SK그룹 내 사업 구조조정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에 시달려온 SK온이 사상 첫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을 시행키로 한 가운데 주요 계열사인 SK텔레콤도 퇴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적자와 흑자에 상관없이 전 계열사의 조직 슬림화가 본격 가동되고 있다는 평가다.
캐즘에 발목 잡힌 SK온
감원 소식이 먼저 들려온 곳은 SK온이다. SK온은 지난 26일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및 자기개발 무급휴직 관련 내용을 공지했다. SK온이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것은 지난 2021년 출범 이후 처음이다.
우선 희망퇴직 신청 대상자는 지난해 11월 이전 입사자다. 희망퇴직 신청자에게 연봉의 50%와 단기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자기개발을 위한 최대 2년간 무급휴직도 실시한다. SK온은 학위 과정(학·석·박사)에 진학하는 신청자에게 2년간 학비의 50%를 지원한다. 직무와 관련있는 학위를 취득한 후 복직할 경우엔 나머지 50%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SK온의 이러한 행보는 캐즘 위기를 극복하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실제 SK온은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8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냈다.
특히 2분기엔 460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 분기별 적자로 역대 최대치에 달했다. 글로벌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고 헝가리 신규 공장에 따른 가동으로 초기 비용 증가해 고정비가 늘었기 때문이다.
현금 창출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3년간 SK온에 투입된 투자비만 20조원, 올해 예정된 설비투자금도 7조5000억원 가량이 계획됐으나 투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
차입금이 늘어나면서 SK온은 올해 상반기에만 금융비용(차입금의 이자부담)으로 4000억원 이상을 부담했다. 지난 한 해 연간 금융비용이 5000억원임을 감안했을 때, 상당한 재무부담을 지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이에 SK온은 임원의 해외 출장시 이코노미석 탑승을 의무화하는 등 비용을 줄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비상경영체제를 선언, 흑자 전환 달성 시까지 모든 임원의 연봉을 동결키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이 연내 3개 자회사 'SK온-SK트레이딩인터내셜-SK엔텀' 합병을 발표한 것도 SK온의 재무 정상화를 위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합병에 따라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개선 효과는 5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대해 SK온 관계자는 "이번 희망퇴직 및 무급휴직 관련 건은 전기차 캐즘으로 사업 성장세가 둔화됨에 따라 경영 효율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구성원에게 자기개발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선택을 원하는 구성원에게는 최선의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장단 인사 조기 단행 가능성도
꾸준히 흑자를 내는 핵심 계열사 SK텔레콤도 감원 대열에 합류해 눈길을 끈다. 퇴직 프로그램은 2019년부터 운영돼왔으나, 격려금을 파격적으로 끌어올렸다.
SK텔레콤 노사는 27일 직원 1인당 최대 3억원 위로금을 주는 퇴직 프로그램 '넥스트 커리어' 프로그램 시행에 합의했다. 희망자가 2년간 유급 휴직에 들어간 뒤 퇴직을 결정하면 최대 3억원의 위로금을 받는 방식이다.
SK텔레콤은 본래 휴직 후 퇴직할 경우 기본 퇴직금에 격려금 5000만원을 지급했으나, 이번에 3억원으로 상향했다.
SK텔레콤 측은 "일반적인 인력 감축 차원의 명예퇴직‧희망퇴직과는 다른 취지"라는 입장이다. 지원 대상이 △근속연수 25년 이상 △만 50세 이상 등으로 제한되는 만큼,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지원자들에게 복지를 확대하고자 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일각선 "내부 고연봉을 받는 고연차 구성원에 대한 인건비 부담이 원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희망자가 많지 않자 격려금을 상향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통신 사업의 전반적인 정체와 인공지능(AI) 분야 관련 대규모 투자 단행이 맞물리면서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인식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SK그룹은 조기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르면 오는 11월 사장단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통상 12월에 진행되던 정기 인사가 한달 가량 당겨지는 셈이다.
특히 올 11월 주력 사업의 대대적 재편이 예정돼있는 만큼 해당 시기에 맞춰 사장단 교체가 예상된다. SK그룹은 에너지 계열사 통합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이 승인, 합병법인은 오는 11월 1일 출범한다. 합병법인은 자산 106조원, 매출 8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 규모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희망퇴직 바람이 부는 것은 SK그룹 내 위기 의식이 팽배하다는 것"이라며 "비상경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리더십을 신속히 교체하고 고강도 체질 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