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연계율 높아 쉬웠던 국어, 방심하면 수능에서 허 찔린다”‘티처스’ 명지희 선생님

전혜빈 기자 2024. 10. 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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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수능의 포문을 여는 국어 영역 준비 팁과 9모를 통해 자신의 수능 성적을 예측하는 법을 명지희 선생님에게 들었다. 

9월 모의평가가 끝난 후 수험생들은 혼란에 빠졌다. 작년 수능과 6월 모의평가에서 80점대 중반을 유지했던 국어 1등급 커트라인이 90점대 후반으로 치솟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평이한 지문과 쉬운 문제 구성으로 두 문제라도 틀리면 1등급을 맞기 어렵다는 예측이 나온다. 수능의 난이도는 예측하기 더 어려워졌다. 국어는 수능의 스타트를 끊는 과목이자 시험 시간이 빠듯해 수험생들의 큰 고민거리였다. 상대적으로 국어에 강세를 보이는 N수생이 증가하면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부담은 더욱 증가했다.

명지희 선생님은 과천중앙고등학교에서 2, 3학년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EBS에서 9년째 국어 강의를 하는 16년 차 교육자다. 명 선생님은 채널A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에 출연해 "국어를 못하는 아이들에게 '네가 책 안 읽어서 그래’라는 말은 무책임하다"고 일침을 날렸다. 명 선생님은 "고3 아이들은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며 근본적인 국어 공부 방법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을 전해 화제가 됐다.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준비하는 인강 강사이자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소통하는 명지희 선생님에게 9월 모의고사와 수능 사이에 수험생이 국어 영역에서 준비해야 할 것을 물었다. 명 선생님은 "9월 모의고사와 수능 사이에 역설적으로 학생들이 가장 해이해진다"며 마음을 다잡을 것을 강조하면서도 "수능장에서는 OMR만 내고 온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생각하라"고 말했다.

국어 지문 분석이 곧 독서다

7월 28일 방영된 채널A ‘티처스’에 출연한 명지희 선생님이 출연 학생에게 국어 공부에 대한 조언을 하고 있다.
9월 모의평가에 대한 총평을 하자면요.
전반적으로 쉽게 출제됐죠. 저도 학생들과 함께 1교시에 제 자리에서 시간에 맞춰 문제를 풀어봐요. 아이들하고 오랫동안 가까이 있다 보니 '이런 부분은 어려웠겠구나’ '이런 부분은 쉬웠겠구나’가 잘 느껴지는 편인데요. 이번 문제를 풀면서 '1〜2개 틀려도 1등급 받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이른바 '킬러 문항’은 없었나요.
이번에는 틀린 답을 가장 많이 선택한 문제가 오답률 56% 정도였어요. 킬러 문항이라는 말을 쓰기 조심스럽지만 9월 모의고사에서는 특정하게 오답률이 높은 문제가 없었어요. 그래서 등급 커트라인도 높아졌죠. 시험이 쉽게 느껴졌던 이유 중 하나는 EBS 연계가 많아서예요. 문학과 독서 영역 모두 그랬기 때문에 EBS 교재를 열심히 공부한 친구들은 익숙하게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았을 거예요. 또 질문 자체의 난이도와 문제 구성이 6월 모의고사나 지난 수능에 비해서는 굉장히 쉬웠습니다.

수능 난이도는 어떨까요.
9월보다는 어려울 겁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은 6월, 9월 모의평가로 실험을 하는 거예요. 아이들이 어렵게 느끼는 부분과 쉽게 느끼는 부분을 파악해서 수능 문제를 완벽하게 출제해야 하기 때문이죠. 특히 이번 수능은 최상위권이 가장 많이 유입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평가원이 난이도를 높게 조정할 겁니다. 6모와 9모 중간 정도의 성적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수시 원서를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낮은 난이도였지만,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는 학생도 많습니다.
국어 영역에선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시간이 부족하다면 2가지 경우죠. 일단 근본적인 국어 실력 자체가 부족한 경우예요. 수능에 나오는 글은 정보량이 매우 많아요. 수많은 정보 중에서 출제 요소와 연결되는 것을 빠르게 찾아내고 조직화해서 선지와 연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게 필요하죠. 그런데 이 공부 자체가 완성되지 않으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런 친구들에게는 부족한 실력을 채우기 위해 남은 기간에 글을 읽고 정보를 처리하는 훈련 자체를 더 하라고 조언합니다.
두 번째는 전략이 없는 친구들이에요. 이 경우는 수능까지 남은 시간 동안 연습으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실전 연습을 하면서 효율적인 문제 풀이 방법을 익히고, 어려운 질문이나 모르는 문제가 나왔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의 전략을 체화하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자기가 어떤 상황인지를 진단하고 문제에 맞는 해결 방법을 찾아서 보완하면 됩니다.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에 출연했을 때 국어를 못하는 학생에게 "너 책을 안 읽어서 그래"라고 말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했습니다. 근본적인 국어 실력을 어떻게 보완하나요.
수능 국어가 측정하고자 하는 건 독해력과 사고력이에요.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었다면 당연히 도움이 되죠. 하지만 책을 안 읽은 친구들이 훨씬 많거든요. 그런 아이들에게 "너 어릴 때 책 안 읽어서 이런 거야" 탓하면 더 이상 해줄 게 없잖아요. 특히 고등학교 학생들은 책 읽을 시간이 없습니다. 이 학생들에겐 "지문 읽기도 '독서’"라고 말하고 싶어요. 결국 국어는 읽기 실력에 좌우되는데 대부분 학생은 답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춰요. 문제 풀이에만 초점을 두면 지문이 어려워지는 순간 바로 막힙니다. 그럴 때 학생들은 해설지를 읽으며 답의 이유만 찾고 넘어가거든요. 별도의 책을 읽기보다 정제된 평가원 지문을 읽고 스스로 정리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직접 해보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지루한 작업입니다. 하지만 이걸 하지 않으면 읽기 실력은 절대 늘지 않아요.

그 '정리’ 방법을 설명해주신다면요.
문제는 제쳐두고 지문과 자신만 생각하는 거예요. 지문 안에 핵심어, 핵심 개념을 설명한 문장, 부연 설명 문장, 예시 문장을 찾으면서 글의 전개 방식을 파악하는 거죠. 이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과거 선생님들은 지문 요약, 정리를 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수능 지문에선 모든 정보가 중요할 때도 있어요. 중심 문장이라는 것을 찾기 어려운 경우죠. 이럴 땐 문장을 분리해서 정리합니다. 지문 안에서 개념이 설명된 문장, '원인-결과’로 연결된 문장 혹은 첫째, 둘째, 셋째, 넷째 과정으로 연결된 문장 등 문장마다 특징이 있어요. 이걸 직접 자기가 해보는 거죠. 막상 시켜보면 학생들이 꽤 잘해냅니다. 우리말이기도 하고, 책을 안 읽었더라도 초중학생 때 읽어온 글이 꽤 많기 때문이죠. 방법만 제시해주면 아이들 스스로 정리하는 능력이 생기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문학의 경우 지난해 수능에 신유형이 출제됐습니다.
작년 수험생들이 당황한 이유는 출제 기조 자체가 달라져서죠. 그동안 독서는 어렵게, 문학은 쉽게 출제됐어요. 문학은 쉬운 작품부터 어려운 작품까지 많이 접해보면서 주제 의식, 서술 방법, 표현 방법 등 개념 공부가 어느 정도 되어 있어야 해요. 이 공부는 고등학교 1, 2학년 내신에서 다 다룹니다. 고등학교 1, 2학년 때 교과서에 나오는 문학 작품을 어떻게 감상하고 분석하는지를 잘 알아야 하는 거죠. 3학년 학생들이라면 기출 문제 중에서 어려웠던 지문과 연계 교재를 다시 한번 챙겨봐야 합니다.

왜 N수생이 국어에 더 강할까요.
제가 재작년에 3학년 담임을 맡았었는데, 6월과 9월 모의평가에서 상승세였던 학생이 2명 있었어요. 9월 모의평가에서 1, 2등급을 받은 친구들이 수능에서는 3, 4등급을 받은 거예요. 그런데 재수를 하더니 둘 다 1등급을 받았어요. "재수할 때 실력이 '넘사벽’으로 오르는 건 아닌데 멘털 관리가 달랐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사실 국어 시험은 실력도 중요하지만 멘털 관리가 정말 중요합니다. 1교시에 치르기 때문에 멘털 관리가 힘들면 실력 발휘가 어려워요. 특히 수능에선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해도 허를 찌르는 문제와 맞닥뜨립니다. 그래서 저는 고3 학생들에게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를 예상해보며 연습하라고 해요. 자기만의 세세한 전략을 바탕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야 합니다.

고3 자녀분한테 수능을 앞두고 어떤 조언을 해주실 것 같나요.
저는 마음을 좀 편하게 해줄 것 같아요. 아이에게는 인생 최고로 떨리는 날이거든요. 그래서 어떻게든 편안하게 생각하라고 말해줄 것 같아요. 현실적인 팁으로는 읽을거리를 챙겨가라고 할 겁니다. 수능 당일 시험장에 앉아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너무 떨리기 때문이죠. 요즘 학원에서는 예열 지문 이런 걸 많이 주더라고요. 예열 지문을 반드시 가져가 읽으면서 집중하라고 조언해줄 것 같아요. 오로지 글에만 집중하는 훈련을 하는 거죠.

수험생에게도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수능보다 더 중요한 일도 많고, 이 시절은 언젠가 지나간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수능을 못 보면 인생이 망하는 것 같겠지만 조금 더 넓은 마음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라는 마음가짐이 오히려 지금 시간에는 더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반 아이들한테 "괜찮아, 못 봐도 돼. 그냥 무사히 OMR 내고만 와"라고 이야기해요. 또 노파심에 말하자면, 지금 시기에 아이들이 더 많이 해이해져요. '지금 공부해서 뭐 되겠어’라고 생각하는 거죠. 수능 끝나면 심심해 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쉴 수 있으니까, 수능에서 실력을 다 발휘할 수 있도록 조금만 집중하면 좋겠습니다.

고2 겨울방학 '단권화 노트’ 만들어라

9월 4일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종로학원에서 9월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는 수험생들.
고2 학생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국어 공부를 하면 좋을까요.
오히려 2학년 교실에서는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내가 곧 고3’이라는 위기의식이 아주 강해요. 그런데 국어는 아직 아이들이 수학이나 과탐, 영어보다는 후순위에 두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제 수능 국어를 공부할 때라는 인식을 먼저 가졌으면 좋겠어요. 9월 모의고사에서 파악한 자신의 실력을 토대로 장기적인 수능 공부 계획을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수능 공부라는 게 특별한 건 아닙니다. 내신에서 다루는 교과서 지문이 전부 수능하고 연결되는 거예요. 그래서 내신 공부 잘 따라가고 추가로 EBS나 학원, 학교에서 제시하는 수능 커리큘럼을 잘 선택해서 기초 공부를 탄탄히 한다면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어 선택과목인 언어와 매체(언매), 화법과 작문(화작)은 어떤 기준으로 고르면 될까요.
전체를 보면 언매가 30%, 화작이 70% 정도의 선택률을 보입니다. 정시를 준비하거나 상위권 학생들이 언매를 택합니다. 표준점수가 높기 때문이죠. 언매는 많은 공부량을 소화할 수 있고 높은 표준점수가 필요한 친구들이 선택하면 좋습니다. 중요한 건 언매를 선택해놓고 공부를 안 하면 화작을 선택한 것만 못하다는 겁니다. 따라서 고1 내신을 통해 문법에 어느 정도 흥미가 있는지, 문법 문제를 얼마나 틀리는지를 기준으로 언매를 택하면 좋겠어요.

9월 모의평가에서도 언어 문제 오답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언어는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좋을까요.
오답률 상위권에는 항상 언어 문제가 있어요. 수능에서 언어는 허를 찌르는 문제들이 항상 나옵니다. 그래서 언매 등급 컷이 2~3점 낮은 이유도 언어에서 1개 정도 더 틀리는 걸 감안한 것이거든요. 언어 공부를 위해서는 고2 겨울방학 동안 개념을 정리한 단권화 노트를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에 모든 언어 개념과 예시를 다 집어넣겠다’는 생각으로 고2 겨울방학부터 실력을 쌓아나가야 해요. 절대 한순간에 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어떤 선생님으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수업을 잘하는 교사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저는 국어가 평생의 삶을 위해서 중요한 과목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고등학교 시절 국어를 재미있게 공부하고, 졸업하고 나서도 글 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사실 학교 수업과 EBS 강의를 병행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한 학생이 이틀 전에 학교에서 "중고등학교 통틀어서 선생님 수업이 제일 재밌어요"라고 말해주는 거예요. 그때 힘들었던 게 다 치유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재미있는 수업으로 아이들의 국어실력을 높여주는 게 저의 보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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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상윤 뉴스1 
‌사진출처 채널A 유튜브 캡처

전혜빈 기자 heavin01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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