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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ISP] 야구잡썰

조회수 2023. 6. 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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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다 보면 쓸모 있는 야구 얘기

그깟 공놀이가 뭐길래! 비시즌 약 5개월, 나머지 7개월간 월요일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같이 벌어지는 아저씨들의 공놀이에 울고 웃고 화내는 우리. 야구가 주는 희열에 비례해 고통도 너무나 크다는 걸 알지만, 끊을 수 없는 이 지독한 시합. 그래, 어차피 끊을 수 없다면 이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즐거움을 찾아보면 어떨까? 우리와 같은 이유로 화난 사람들이 바로 여기 있으니 말이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속 시원히 해주기도 하고 답답했던 마음을 대신 풀어주기도 한다. 처음엔 ‘아저씨들의 수다 삼매경이 뭐가 재밌는데?’ 하겠지만 듣다 보면 그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니 말이다! 일명 ‘잡썰’도 하나의 콘텐츠가 된다는 이들의 말에 따라 이 인터뷰 또한 실제 말투와 리액션을 살려봤으니 읽는 데 참고 바란다.

Photographer Inbi Na Editor Nahyeon Kim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안녕하세요! 먼저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해요. (5월 11일 인터뷰)

정현재(이하 큰정) 4월까지 삼성 라이온즈 팬이었지만 지금은 야구팬을 하는 KBS 라디오 정현재 PD입니다.

김형민(이하 김작) 안녕하십니까. 깔 게 없는 팀, 이 프로그램 취지와 어울리지 않는 패널 SSG 랜더스 팬 김형민 작가입니다.

강해인(이하 강편) 저는 키노라이츠에서 편집장을 맡고 있고 스타트가 섹시한 강팀 롯데 자이언츠 팬 강해인입니다.

정현호(이하 작정) KBS 스포츠 PD로서 국제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이분들을 이렇게 앉혀놓게 한 원흉인 KIA 타이거즈 팬 정현호입니다.

야구잡썰은 무슨 방송인가요?

큰정 그러게. 우리가 뭐 하는 프로그램입니까?

강편 근본적인 질문이다. 누구도 물어본 적이 없어요. 이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큰정 이 대답을 굉장히 오래 고민했는데, 한마디로 ‘저품격 야구 리뷰 프로그램’입니다. 고품격을 지향하진 않고요. 우리가 본 야구와 관련해 말하니까 리뷰 방송이죠.

팬분들이 이 방송을 보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으면 하나요?

작정 이 거지 같은 걸 나 혼자 볼 수 있나?

김작 우리가 시합을 보면서 답답할 때가 많잖아요. 근데 혼자 그 감정을 삭이기보단 누가 알아줄 때 풀리니까요. 그렇게 선수에게 향할 악플과 비난이 우리에게로 오게 되면서 좋은 선순환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야구잡썰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됐나요?

큰정 제가 라디오 PD인데 라디오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소리로만 정보를 전달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한 축을 크게 담당하는 게 일명 ‘썰’이라는 겁니다. 예를 들면 옛날에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이야기 같은 거요. 그런 것들이 듣는 콘텐츠에서 굉장한 힘을 지니거든요. 그래서 야구와 관련해 썰을 푸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계속 갖고 있었죠. 마침 팟캐스트로 방송하면 댓글을 달 수 있잖아요. 그렇게 다 같이 모여 욕을 해보자는 의도로 만들게 됐죠.

작정 그렇다면 야구독설로 바꿔야 하는 거 아닌가요?

큰정 잡썰이라고 달아놓으면 그 어떤 얘기도 할 수 있거든요.

김작 그리고 우리가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까 방패가 돼줄 수가 있죠.

야구잡썰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4명의 패널이 모이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큰정 처음에는 제가 데일리로 했죠. 월화수목금까지요. 근데 화요일에 할 말이 없는 거예요. 월요일에 경기가 없으니까. 그래서 먼저 KIA 팬인 현호를 끌어들였어요. 큰 팬덤을 가지고 있는 팀이니까. 근데 현호가 말을 너무 잘하는 거예요.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불렀는데, 어느 날 현호가 ‘형민이 형 회사에 놀러 왔는데 불러도 돼요?’라고 묻더라고요. 그때 마침 SK 와이번스(현SSG 랜더스)가 바닥을 칠 때여서 좋다, 부르자 했죠. 이렇게 세 팀이 모이고 보니 롯데가 빠질 수 없잖아요?

김작 질문! 왜 롯데는 빠질 수 없나요?

작정 롯데는 섹시하기 때문이죠. 스윗하고.

강편 저는 키노라이츠를 홍보할 수 있는 KBS 라디오가 있다고 해서 나갔죠.

작정 그렇죠. 어린아이 치과 데리고 갈 때 돈가스 먹으러 간다고 하듯이. 저희 세 명이 강한 캐릭터니까 유한 캐릭터가 하나 있으면 호흡이 맞겠다고 판단해서 제 대학 동기이기도 한 강편을 섭외했어요.

처음 섭외를 받았을 때 망설이진 않았나요?

작정 일주일 동안 경기를 보면서 최소 하루 이틀은 화가 나잖아요. 그때는 일정이 없을 때만 간간이 참여하는 정도였기 때문에 부담이 없었는데 판이 이렇게 커지게 될 줄 몰랐죠.

강편 저는 제가 아니더라도 롯데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누구든 재밌었을 것 같아요. 완벽한 팀이기 때문에. (일동 웃음) 왜 다 웃으세요? 재밌게 참여할 수 있을 거라 느꼈어요.

김작 저는 원래 말이 많은 편이고 야구 얘기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까 재밌었어요. 저는 지금껏 야구 볼 때 얘(큰정)처럼 선수의 타격 자세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감독이 여기서 어떤 선택을 할까, 이 선수를 어떻게 쓸까? 정도였죠. 근데 강편은 또 투수의 구종을 하나하나 예측하면서 보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30년을 넘게 봤는데 야구를 보는 시선이 이렇게 다르구나 싶었고 더 깊게 알게 된 것 같다고 느껴요. 아니, 깊게는 아닌가? 넓게.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규모가 굉장히 커졌어요. 이에 대한 불안도 있을 것 같아요.

김작 저희가 다 같은 마음일 거예요. 10만 구독자는 달성하고 싶은데 유명해지기는 싫어요. 현재가 우리는 해우소 같은 역할을 해주는 거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근데 우리가 한 말이 널리 퍼지게 되면서 어떤 팬 혹은 어떤 선수나 가족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많습니다. 선수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범죄를 일으킨 것과 본업을 못 한 것에 대한 비판의 강도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근데 플레이를 못한 거에 관해 우리가 말을 얹음으로써 더한 분란으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작정 저는 제작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니까 출연자들이 이런 말을 하면 안 될 거라고 하며 자기 검열을 하는 순간 재미가 떨어지지 않을까가 걱정이에요. 마냥 비판만 하려는 게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려고 하는 거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강편 작년에 그런 고민을 오래 했어요. 저는 팬들이 웃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그런 의도와 빗나갈 때가 종종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저 스스로는 검열하고 있다고 느껴요. 비판할 때는 실제로 내가 감독님 앞에 섰을 때 할 수 있는 말만 하자는 기준을 세우고 있어요.

김작 영어로 해야 하잖아?

강편 돈 두 댓! (Don’t do that!)

촬영하는 날 스케줄은 어떻게 되나요?

작정 저희가 녹화를 시작하는 시간이 10시 30분이에요. 그 전에 제작진분들이 오셔서 세팅해 주시고요. 그래서 본편을 1시간 정도로 잡고 끝나면 댓글 편을 진행하죠. 드래프트를 진행할 때는 그 뒤에 하고요.

큰정 그럼 10시 반에 시작해서12시 반에 녹화가 끝나는 게 이상적이겠네?

작정 언제나 그렇게 목표를 잡고 있지만 보통 본편이 12시쯤 끝나죠.

김작 말이 많아요.

큰정 너만큼 많겠냐? (웃음)

야구잡썰을 위해 각자 기울이는 노력이 있다면?

강편 못한 날은 비판을 제대로 하기 위해 데이터를 찾아보곤 하죠. 스탯티즈(각종 야구기록에 세이버메트릭스를 전문적으로 도입한 통계 사이트)에 들어가서 누가 몇 이닝을 던졌고 누가 몇 개의 볼넷을 줬고 이런 거요. 그리고 같이 화를 낼 만한 사람들을 찾아서 커뮤니티도 들어가 보고 일요일에 라이브도 하면서 의견을 모으곤 하죠.

김작 잘한 날은 별거 없어요. 책상에 뭐가 없거든요. 키워드 몇 개만 가져와서 이 정도만 꼭 얘기해야겠다 하죠.

큰정 이상한 쪽지를 가져와서 ‘김원형 감독님 고맙습니다’ 이런 거 준비하고?

김작 그런 것도 하죠. 근데 강편 말처럼 못한 주에는 바빠져요. 일요일 경기가 끝날 무렵부터 컴퓨터를 켜서 한글창을 열어요. 이 운영과 선택들이 왜 잘못됐는지, 어떤 투수가 남아있었는지 적죠. SSG 옷을 입고 SSG 얘기를 하는데 사실과 동떨어진 말을 하고 있으면 안 되잖아요. 부끄럽지 않게 그 나름의 근거와 논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에요. 말이 나온 김에 더하자면 저희가 하는 말이 앞뒤가 잘려서 짤로 돌아다니는 경우가 잦은데 앞뒤 사정과 근거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큰정 하나의 캡처된 화면만 보고 판단하는 문화는 우리 프로그램을 떠나서 전반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김작 같은 경기를 보면서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할 순 없어요. 저희 콘텐츠가 커지고 팬분들도 자기만의 주관이 생기면서 야구에 대한 가치관이 생기는 건 좋은 현상이라고 보지만, 저희 걸 퍼가는 분들이 일부분만 가져가는 건 아쉽죠.

큰정 저는 경기를 보면서 중간중간 메모를 해요. 그래서 제가 본 것만 두고 썰을 풀죠. 앞뒤 맥락은 다른 패널들처럼 열심히 찾아보는 편은 아니에요. 제 상상력을 더하는 편이죠. 이 선수가 이렇게 치고 있는데 왜 이렇게 칠까 상상하면서 저만의 독창적인 썰을 만들어요. 오리지널리티가 갖는 힘이 있거든요. 재미없으면 어쩔 수 없지만, 나만이 할 수 있는 얘기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김작 아무튼 저희가 커뮤니티에서 긁어 와서 말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얘(큰정)가 아무리 떠들어도 투수가 중요하다는 게 바뀌겠냐고요. 예를 들어 현재가 삼성의 어떤 점이 아쉽다고 하면 공감하는 삼성 팬들이 와서 공감을 나누잖아요. 그렇게 우리와 팬분들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방식을 지향하고 싶어요. 우리가 여론을 만든다고 하기에는 사이즈가 너무 작죠. 그리고 야구팬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쉽게 너희들 말이 맞는다고 해줄 사람들이 아니죠.

강편 (<더그아웃 매거진> 직원들을 가리키며) 여기도 감독 몇 분 계시죠?

큰정 전부 감독이지 뭐.

하지만 사실 진 경기는 계속 보고 있기 괴롭잖아요. 방송을 위해 봐야 하는 게 힘든 적은 없었나요?

강편 저는 사실 진 경기를 더 재밌게 봐요. 할 말이 너무 많아요.

작정 진짜 롯데 팬의 광기네요.

강편 지는 게 익숙해진 건지 모르겠는데 그런 스트레스는 없어요.

김작 저희는 일단 잘 안 지니까.

작정 언제까지 그렇게 영광이 계속 갈 거라고 봅니까?

김작 경기를 보는 게 숙제처럼 된 거는 슬프긴 해요. 집관할 때는 지고 있을 땐 껐다가 역전했을 때 다시 켜는 재미가 또 있잖아요. 근데 팬분들이 진 경기에 대해 할 말이 제일 많으니까 보긴 해야 하잖아요. 그럴 때 진 경기는 일단 안 봐요. 그리고 그다음 날 경기에서 이기잖아요? 그러면 이긴 경기를 먼저 보고 진 경기를 봅니다. 어쨌든 오늘 우리는 이겼으니까.

큰정 저도 작년까지는 스트레스를 굉장히 받았어요. 근데 팀이 없으니까 재밌게 보고 있어요. 유니폼을 벗으니까 홀가분하고 좋습니다.

말한 것처럼 야구는 좋은 취미 중 하나인데 업무의 연장선이 되면서 마냥 즐길 수만은 없을 것 같아요.

작정 저는 직업 자체가 그렇죠. 누가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해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모닝콜로 해놓는 기분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것을 통해서 부업 활동과 돈벌이를 할 수 있다는 건 축복받은 일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강편 저는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안 했을 거예요. 어차피 야구는 평생 볼 거니까요. 오히려 어디까지 하나 보자 이런 느낌으로. 게다가 야구잡썰을 시작하면서 더 재밌어진 것도 있어요. 내일 방송이 되게 재밌겠다는 생각도 드니까요.

김작 저는 예전에 스포츠 작가를 오래 했거든요. 그래서 익숙해진 것도 있어요. 만약 내가 응원하는 팀이 홈에서 지고 있는데 9회 말에 동점을 만들면 연장전에 가잖아요. 그러면 퇴근이 늦어지거든요? 하지만 그때도 연장전에 가길 바랐거든요. 그래서 취미와 일이 같아졌을 때도 스트레스를 덜 받았던 편이에요. 그리고 나름대로 혜택도 있어요. 야구를 보는 행위에 정당성이 생겼거든요. 쟤는 경기를 봐야 하는 사람이라고 주변에서 인정을 해줘요. 내가 좋아했던 취미를 더 존중받게 됐어요.

강편 그리고 제 지인들이 저녁에 제가 되게 바쁜 줄 알아요. 그래서 바쁜 사람이 된 듯한 뿌듯함을 받기도 하죠.

작정 예전엔 안 바빴잖아요.

강편 지금도 안 바빠요. 그냥 누워서 야구를 보고 있을 뿐이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콘텐츠 외 고려하고 있는 콘텐츠가 있다면?

작정 특히 비시즌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채널을 독립했으면 꾸준히 콘텐츠가 올라와야 생명력이 있는 건데 기본적으로 이 채널의 특성상 비시즌이 되면 올릴 게 없거든요. 그래서 회의도 정말 여러 번 했죠. 그중 말이 나온 걸 살짝 말해보자면 강편의 연애 브이로그라든가…

강편 그게 여기서 왜 나와?

작정 너무 궁금하지 않습니까? 또는 정 PD의 맛집 탐방. 큰정 PD의 타격 레슨. 하다못해 술집에서 라방을 한다던가 농구나 배구 등 다른 스포츠를 해보든가.

김작 저희가 비시즌 콘텐츠가 왜 없는지 이제 아시겠죠?

작정 아직 정답은 없다고 봐요. 저희도 이렇게 다르고, 우리 주변 사람들의 생각도 다르고, 회사의 입장은 또 다르니까요.

또 각자 본업이 있으니까 더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아요.

김작 이게 본업이라면 지속성 있는 채널을 만들기 위해 고민을 할 텐데 정말 어떤 목적성을 가지고 프로젝트로 시작한 게 아니잖아요.

큰정 처음 시작할 땐 출연료도 없었어요. 물론 지금도 밥값과 차비 말고 더 주어지는 것도 없지만요.

김작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고 서로 재밌으니까 시작한 거잖아요. 그래서 우리를 움직이게 할 무언가를 찾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네 명의 응원팀이 정해져 있다 보니 다른 팀을 리뷰하기 어려운 구조예요. 게스트 이외에 고민하는 방법이 있다면?

김작 일단 그 고민의 결과가 게스트를 부른 게 맞긴 해요. 근데 KBO리그가 메이저리그처럼 팀이 30개가 되는 게 아니잖아요. 한 달이면 9팀 중 대부분을 만나게 돼요. 다른 팀에 이슈가 생기면 분명히 우리 팀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부분도 있단 말이에요. 그래서 야구라는 스포츠 자체가 팀과 팀이 싸워서 승패가 갈리는 종목인데 상대 팀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계속 해요. 그래서 아예 안 할 수는 없지만, 조심스럽게 꺼내고 있죠. 사실 아무리 이렇게 밑밥을 깔고 얘기해도 일부분만 편집돼서 나가니까.

큰정 야구잡썰의 힘은 무언가 새로운 걸 하는 게 아니고, 이 캐릭터들이 티키타카 하는 데서 오는 즐거움이라고 봐요. 우리 현호 PD가 지금도 고민을 정말 깊이 하고 있는데 저는 새로운 것이 꼭 필요한가 싶어요.

김작 이런 걸 상상해 본 적은 있어요. 야구잡썰의 패널을 10명을 만들어서 5명, 5명씩 팀을 만드는 거예요. 그래서 각자 응원팀에 관해 떠들고 두 개의 콘텐츠가 같이 올라가면 어떨까. 하지만 지금 당장 여건은 안 되죠.

확실히 구독자분들도 네 명이 모였을 때 만들어진 케미를 가장 좋아하는 것 같아요.

강편 큰정 PD님과 작정이 PD로서 각자 살아남을 수 있게 캐릭터 조율을 해주셨다고 봐요. 현호가 또 리액션이 좋으니까 그 덕분에 살아나는 것도 있고요.

큰정 각자의 역할이 뚜렷한 게 장점이죠. 저 같은 경우는 딱딱한 캐릭터인데 말랑말랑한 캐릭터가 있고, 또 빈 곳을 채워주는 반액체 같은 캐릭터도 있잖아요.

김작 저는 우리 네 명 다 야구를 오래 보다 보니 각자의 소신과 주관이 뚜렷한 것도 큰 효과라고 봅니다. 그래서 맨날 싸우잖아요. 근데 이제 자주 보니까 서로의 성향도 잘 알게 됐고 내가 이 말을 하면 저쪽에서 이런 말이 나오겠지 하는 호흡이 너무 잘 맞아요.


네 명의 패널이라고 말했지만 다섯 번째 멤버인 우용 PD도 빼놓을 수 없죠.

큰정 사실 오늘 데리고 오려고 했어요. 근데 이 친구가 하는 프로그램이 5시라서 참여하지 못했죠. 점심은 같이 먹었는데 궁금한 거 물어봐 드릴까요?

강편 지금 전화 통화해도 되는데.

김작 사진이라도 넣을 수 있게 증명사진이라도 보내드릴게요. 근데 정말 우용 PD와 강편이 만났을 때 무슨 대화를 할지 전혀 예상이 안 돼요.

작정 맑은 눈의 광인이라고 하죠. 어디서 이런 사람들을 모았나 신기하기도 해요. 또 어떻게 보면 좋은 의미로 사람의 특이한 본성을 일깨워 주는 능력이 우리한테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높아진 인기도 실감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큰정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강편 아직 저희 어머니도 모르세요.

작정 사실 애써 외면하고 있는 거죠. 주변에서 그렇게 말해도.

김작 우려하는 지점이기도 하니까요. 야구장에서도 알아보시고, 방송국에 가도 알아보시니까 판이 커지고 있다고 체감하고 있긴 해요.

지금껏 했던 방송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강편 비시즌에 모든 회차를 돌려봤는데 솔직히 제가 웃겼던 게 제일 좋더라고요. 제가 웃겨서 좋았다기보단 제가 무언가를 말했을 때 옆에서 박장대소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보시는 분들도 이렇게 재밌게 봤겠지 싶어서요.

작정 전 제가 술 마셨을 때요. 그날 제가 방송하면서 술을 마셔야겠다는 생각으로 챙겨갔던 건데 김 작가님도 가져오셨거든요. 뭐랄까, 이게 진정한 팀워크구나.

큰정 저는 여러 에피소드가 있지만 아무래도 최근에 유니폼을 벗어 던졌을 때죠. 사실 그땐 정말 진심으로 화가 났거든요.

야구에 입덕하고 후회한 적은 없는지, 또 그 고통을 물려받게 될 아이들에 대해 걱정한 적은 없는지 궁금해요.

작정 이 세분들은 연고지 팀을 응원하지만 저는 서울 사람이거든요. 부모님이 KIA를 응원해 물려받았죠. 근데 저는 여러 스포츠를 좋아하지만, 시합을 보면서 운 적은 야구 볼 때밖에 없어요.

큰정 저는 대구 출신이지만 부모님이 야구팬은 아니셨거든요. 동네 야구를 하면서 좋아하게 됐어요. 저도 삼성이 처음 우승했을 때 울었던 기억이 나요. 선수들이 부둥켜안고 우는 걸 보니까 뭉클했어요.

강편 우승하면 눈물이 나나요? 진짜 궁금하긴 하네요.

작정 난 네가 궁금해하는 게 눈물이 난다.

김작 야구 때문에 화가 난 적도 많고 운 적도 있지만 득실로 따지면 득이 크니까 야구를 보고 있는 거 아닌가 싶어요. 행복했던 기억이 오래 남잖아요. 최근에 아버지랑 야구장에 갔을 때가 정말 뿌듯했어요. 아버지 때문에 팬이 됐는데 다른 분들이 같은 팬이라는 이유만으로 저를 좋아해 주시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저희 둘째 딸이 응원가도 잘 알고 야구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80살 가까이 된 할아버지와 7살 된 아이의 연결고리가 뭐가 있겠어요.

큰정 둘째가 원래 엄마 따라 두산 팬이었는데 요즘 이재현 응원가를 계속 부르더라고요? (웃음) 아무튼 이 아이들도 크면서 친구를 만날 거고 자기 삶을 살다 보면 쭉 응원할 팀이 생기겠죠.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어요.

작정 저는 다음 달에 아들이 태어나는데 고민이 큽니다. KIA 팬을 시킬지, 삼성 팬을 시킬지, 야구를 안 보게 할지. 야구가 가진 강점은 데일리 스포츠라는 점이잖아요. 매일매일 이야깃거리가 생겨서 그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그 감정을 타인과 공유하게 되고, 이런 것들이 발달 과정에 좋은 영향을 끼칠 거라고 봐요.

강편 자녀를 상상해본 적은 없지만, 만약 생긴다면 야구장을 자주 갈 수 있는 팀을 고르게 할 것 같아요. 야구는 항상 똑같은 시간에 그 자리에 있잖아요. 요즘 힘든 일들이 많은데 에너지를 쏟게 할 하나가 생긴다는 건 큰 가치가 있죠.

야구잡썰을 하면서 뿌듯했다거나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있다면?

큰정 댓글을 읽을 때 굉장한 보람을 느끼죠. 팬분들이 저를 통해 공감한다고 하는데 저도 댓글을 읽으며 공감받아요. 그리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웃음을 얻기도 하고요. 따뜻한 댓글들이 정말 많은데 그런 반응이 없었다면 야구잡썰은 벌써 끝났을 거예요.

작정 사실 끝내고 싶은 순간이 꽤 있었는데 기다려주시고 응원해주신다고 하니까 여기까지 올 수 있었죠.

큰정 우리가 뭐라고, 별거 아닌 사람들인데 몇 마디 떠드는 거로 재밌다고 하고 야구를 볼 힘도 생겼다고 하면 너무 좋죠.

앞으로 야구잡썰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길 원하나요?

작정 최근 인터넷에서 그런 글을 봤어요. 야구장에서 더블 플레이가 뭐지? 이러고 있을 때 어디선가 맥주 한 캔 정도 마신 아저씨가 나타나서 설명해 주는 느낌을 받는다고. 사실 저희가 어릴 때 야구는 아저씨 스포츠였거든요. 요즘엔 제법 가벼워졌다고 느끼는데 그러다 보니까 또 반대로 헤비한 사람을 찾는 것 같아요. 그게 소비 포인트라고 느끼고 그런 부분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고 싶어요. 구단 유튜브는 엔터테인먼트적으로 접근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스포츠 자체로 접근하는 콘텐츠는 별로 없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 점에서 야구에 대해 깊게 얘기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 포인트가 됐으면 좋겠어요.

큰정 하지만 거창하게 뭘 어떻게 하겠다 이렇게 나아가겠다는 그런 계획은 없어요. 지금껏 하던 대로 하다가 물꼬가 트이면 그 물꼬대로 나아가고 안 되면 접게 되겠죠. ‘앞으로의 거창한 계획은 없다. 그것은 저품격 야구 리뷰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렇게 써주십시오.

야구잡썰에게 야구란 무엇인가요?

작정 아까 말했던 것처럼 하나의 에너지라고 생각하는데, 요즘 사회에서 사람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느껴요. 남녀노소 하나로 모여서 화내고 기뻐할 수 있는 통합의 장이 야구 아닐까요?

김작 야구와 야구잡썰의 관계를 정의해 보자면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 아닐까요? 야구잡썰은 야구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으니까. 이렇게 보니까 공생은 아니네요. 야구가 더 상위의 개념이니까.

큰정 기생이네. 야구가 야구잡썰의 숙주네요.

작정 우린 기생충이네요?

큰정 좋은 거 없냐? 더 고민해 보자.

강편 아무튼 깔끔하게 정리해 주시길 바랍니다.

작정 내가 봤을 땐 이번 호 새로운 아이템 찾으러 가셨어.

큰정 괜찮습니다. <더그아웃 매거진>도 이런 시행착오가 있어야지.


마지막으로 야구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합니다!

큰정 선플을 많이 달아주세요. 여린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너무 기대하지 말아 주세요.

김작 시즌 내내 이걸 하는 게 맞나,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얼마큼 쓰면서 해야 하나 고민이 커요. 저도 작년에 SSG가 우승했으니까 명예 졸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했거든요. 근데 그 찰나에 제 새로운 드라마 홍보 영상이 나오는데 저보다도 야구잡썰 팬분들이 어느새 먼저 가서 댓글을 달아주고 계시더라고요. 그걸 보고 출근하려고 나갔는데 아버지가 차에 눈 털어주고 있는 것 같다는 감정을 받았어요. 감사함을 크게 느꼈죠.

강편 저희가 시합이 없는 날에도 수다를 떨 소재가 나오는 걸 보면 야구가 없어도 이 프로그램은 있을 것 같거든요? 근데 팬들이 없으면 못 할 것 같아요.

큰정 야구가 아니라 팬분들이 우리의 숙주네요.

작정 제가 최근에 연예인 병에 걸리지 않았습니까? 연예인들이 왜 팬서비스에 소홀해지는지 이해가 되는데… (농담)

강편 미친 거 아니야.

작정 아무튼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3년 146호 (6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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