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어지럽고 멍해진다면? ‘철분 결핍’ 의심
- 성인 여성 평균 철분 섭취량, 권장량의 절반 수준
- 식물성 철분의 경우 흡수율이 낮다는 점에 주의할 것
‘미량 영양소’라 부르는 것들이 있다. 흔히 비타민, 무기질로 부르는 것들 중 일부를 가리키는 말이다. 비타민, 무기질 중에서도 꽤 많은 양을 필요로 하는 것이 있고, 그 외의 나머지는 매우 적은 양만 있어도 되기 때문에 미량 영양소라 부른다.
매우 적은 양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그다지 부족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그럴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미량 영양소 결핍으로 인한 문제에 시달린다. 특히 결핍이 자주 발생하는 것들 중 하나로 ‘철분(Fe)’을 꼽을 수 있다.
모든 미량 영양소들이 마찬가지지만, 철분 역시 건강을 유지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철분은 산소 운반, 에너지 생산, 면역 기능 등에 기여하는 중요한 요소다.
낮은 철분 수치, 무슨 일을 불러올까?
미국의 경우, 성인 인구의 7%가 빈혈을 앓고 있다는 연구가 있다. 그런가 하면 성인들 중 거의 3분의 1이 기준치 이하의 철분을 섭취하고 있다고 한다. 철분 결핍은 피로부터 심부전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문제를 동반한다. 즉,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철분 결핍 문제를 겪는 인구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철분 부족이 빈혈을 초래하는 이유는, 철분이 적혈구의 주요 구성 요소인 ‘헤모글로빈’의 재료이기 때문이다. 철분이 부족하면 헤모글로빈 생산이 감소하고 이는 적혈구 부족으로 이어진다. 즉, 신체 곳곳에 산소를 운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어지러움, 피로 등이 발생하는 이유다.
산소 운반 부족은 뇌와 근육에도 타격을 준다. 뇌는 산소와 에너지를 모두 필요로 하며, 둘 중 어느 하나라도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따라서 철분이 부족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기억력이 감퇴하는 등 인지 기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
근육 역시 마찬가지다. 근육이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면 세포가 에너지를 충분히 생성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운동 피로감을 높이고 근지구력 감소를 초래한다. 오랫동안 운동을 유지하는 게 힘들어진다는 의미다.
또한, 철분은 면역 세포인 T세포와 B세포의 발달 및 역할 수행에 필수다. 철분 부족은 T세포와 B세포의 생성에 문제를 일으켜, 면역력 감소를 유발한다.
우리나라 성인 철분 섭취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들의 평균 철분 섭취량은 9.5mg이다. 하지만 철분은 성별에 따른 편차가 큰 영양소다. 대부분의 영양소는 남성이 권장량이 더 높지만, 철분은 명백하게 여성 쪽의 권장량이 더 높은 대표적 영양소다.
여성은 생리, 임신, 출산, 수유 등으로 인해 철분을 잃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일일 철분 권장량이 남성에 비해 1.5배~2배 가량 많다. 이에 따라 남성은 일일 약 10mg, 여성은 일일 약 15mg이 권장되며, 생리 중인 여성은 통상적으로 일일 약 18mg이 권장된다. 물론 실제 권장 섭취량은 다소 편차가 있을 수 있으며, 개인 건강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성별에 따른 철분 섭취 현황은 어떨까? 19세 이상 남성의 경우, 평균적으로 1일 10.7mg의 철분을 섭취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권장량을 충족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 평균적으로 1일 8.2mg의 철분을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보다 권장량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섭취하는 철분은 더 적다는 뜻이다.
19세 이상 여성들의 철분 섭취량은 평상시 기준으로 권장량의 54% 정도이며, 생리 중 기준으로 4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 보자면 현재보다 2배 가까이 철분을 더 섭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식물성 철분 섭취의 한계
물론 위 통계는 ‘평균 수치’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인구사회학적 측면에서 대략적인 원인을 찾아볼 수는 있을 것이다. 생리, 임신, 출산, 수유와 같은 요인은 예외로 두더라도, 일반적으로 식습관이나 건강에 대한 인식에 그 원인이 있다.
체중 관리 및 다이어트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낀다는 것 역시 원인이 된다. 실제로 다이어트 관련 산업에서는 여성 소비자의 비중이 훨씬 크게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식사량이나 식단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전체적인 영양소 섭취량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식사에서 채식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육식을 하더라도 섭취량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가 많다. 식물성 식품에 포함된 철분은 ‘비헴(Non-Heme) 철분’이라 하여, 동물성 식품으로 섭취하는 ‘헴(Heme) 철분’에 비해 흡수율이 낮다. 즉, 철분 함량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더라도 실제 흡수되는 양은 더 적을 수 있다는 뜻이다.
통상적으로 동물성 식품에 포함된 헴 철분은 15~35% 정도의 흡수율을 가진다. 반면 식물성 식품에 포함된 비헴 철분은 높을 경우에도 20%, 낮은 경우는 2%에 불과하다. 흡수율이 대체로 낮기 때문에 그만큼 충분한 섭취를 고려해야 하지만, 자칫하면 그에 포함된 다른 영양소들의 과잉 섭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비타민 C가 중요, 필요하다면 보충제도
즉, 철분의 섭취량과 흡수율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종 어지러움을 느끼거나 의도치 않게 멍해지는 현상을 겪는 사람이라면, 남녀 불문하고 이 대목을 주의 깊게 살펴보길 권장한다.
철분의 흡수는 비타민 C에 영향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하루 100mg 이상의 비타민 C를 섭취하면서 철분을 섭취해야 결핍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채식을 위주로 하는 경우는 비타민 C 섭취에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비타민 C 역시 과잉 섭취하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수용성 비타민이므로 어느 정도 초과하는 양은 자연스레 배출되기 때문에 적당한 수준에서 넉넉하게 섭취하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식사량을 늘리는 게 어렵다면 철분을 보충제로 섭취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다만, 보충제는 음식에 비해 과잉 섭취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보충제 자체가 흡수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형태로 만들어진다는 점을 기억하자.
보통 권장량의 3배 정도를 지속적으로 섭취할 경우 과잉 섭취로 판단한다. 철분은 과잉 섭취하면 몸속에 축적되면서 소화불량, 관절통, 장기 손상, 면역력 저하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철분 결핍으로 인한 문제를 겪고 있지 않다면, 가급적 보충제는 섭취하지 않는 편을 권장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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