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비만 급증하자 "이 세금 걷자"…108개 나라서 벌써 걷는다는데

정심교 기자 2025. 8. 2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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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소아·청소년 비만율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가운데, 비만의 주범인 '당(糖)'이 많이 든 음료에 '설탕세'를 부과하면 비만율을 줄이는 데 도움 될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또 이렇게 걷은 세금은 연간 2000억원 규모로 예상되는데, 이를 소아비만 예방·치료에 투입하자는 제언도 나와 주목된다.

지난 27일 소아·청소년 비만 현황과 대책을 주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보건의료포럼에서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박은철 교수는 "2022년 7월 기준, 세계 108개국에서 가당음료에 대해 설탕세를 부과한다"며 "설탕세를 도입한 나라들에서 설탕 소비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액상 형태의 첨가당은 고형 식품보다 대사증후군 같은 건강 위해 요인을 더 쉽게 유발한다. 이런 당이 든 음료에 세금을 부과하면 제품 가격이 오르고, 자연스레 구매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원리가 적용된 게 가당음료 설탕세의 개념이다. 2018년 설탕세를 도입한 영국은 가당음료 100㎖당 당 함량이 5g 미만이면 세금 면제를, 5g 이상 8g 미만이면 0.18유로(약 332원)를, 8g 이상이면 0.24유로(약 443원)를 부과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당류 섭취량이 50g을 넘기지 말 것, 총 섭취열량의 10% 미만으로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이에 더해 의학계에선 건강을 생각한다면 이들 양을 각각 25g 미만, 5% 미만으로 권고한다. 하지만 이달 발표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헬스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설탕 소비량은 140g으로, 권장량의 2.8~5.6배에 달한다. 이마저도 매년 2.2g씩 늘고 있다.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보건의료포럼에서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박은철 교수가 전 세계 설탕세 도입국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하루 설탕 섭취량이 OECD 평균(157g)보다 많은 미국(184g)에선 전체 인구 대비 과체중·비만 비율이 72.5%로, OECD 평균(60.1%)보다 높았다. 우리나라는 과체중·비만율이 36.5%로 평균엔 아직 도달하지 않았지만 매년 0.39%씩 증가하는 추세다.

더 큰 문제는 한국에서 가당음료로 인한 당 섭취량이 가장 많은 연령대가 10~18세 소아·청소년이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 연령대에선 탄산음료를 하루 평균 84g, 에너지음료는 44.7g, 과채음료는 40g 마셨다. 10세 미만(각각 27.8g, 28g, 38.9g)보다 많게는 3배 이상 많았다.

이처럼 성장기에 가당음료를 즐겨 마시면 비만을 부른다. 2022년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8명 중 1명이 비만인데, 성인 비만은 1990년 이후 '2배' 늘었지만, 소아·청소년 비만은 같은 기간 4배 이상 증가했다. 구체적으로는 5세 미만 3700만명이 과체중이며, 5~19세의 3억9000만명이 과체중, 1억6000억명이 비만이다.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김현창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여아보다 남아에서, 어릴수록,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을수록 살이 더 잘 찌는 경향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소아 비만의 55%는 청소년 비만으로, 청소년 비만의 80%는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 소아·청소년기에 비만하면 제2형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비알코올성 지방간 등이 일찍 찾아올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가당음료에 설탕세를 도입한 나라가 108개국에 달하는데, 2022년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당음료에 20%의 세금을 부과했더니 구매가 10% 줄었고, 총칼로리 섭취량이 4.8% 줄었다. 영국에선 2018년 설탕세를 도입한 후 가당음료를 통한 당 섭취량이 15.5g에서 10.8g으로 감소했다.

이날 보건의료포럼에선 설탕세 도입에 대한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공유됐다. (사진 왼쪽부터) 대한비만학회 정소정 부회장,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재현 이사,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회장, 국립보건연구원 박현영 원장,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보건복지부 정혜은 건강증진과장, 국립보건연구원 김원호 만성질환융복합연구부장. /사진=정심교 기자

2014년 설탕세를 도입한 멕시코는 1페소(한화 약 74.4원)를 과세할 때마다 비만 유병률이 2.45%씩 줄었다. 설탕세를 걷으면 당 섭취량, 비만율이 줄면서 국민 건강증진기금으로 활용하는 1석 3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일반적으로 설탕세는 각국 GDP의 0.001~0.16% 규모로 모인다. 박은철 교수는 "한국 GDP의 0.01%가 설탕세로 걷힐 것을 가정하면 2276억원이 모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렇게 확보한 재원을 소아청소년 비만 예방·관리 프로그램, 급식 질 개선, 저소득층 건강식품 바우처 제도 등에 투자하는 방안을 모색할 때"라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정혜은 과장은 "이미 2016년부터 당류 저감계획이 시행돼 저당식품이 개발돼왔다"면서도 "설탕세를 부과하는 게 맞는지, 이를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관계부처와 전문가·시민단체가 협의해 정책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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