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비만 급증하자 "이 세금 걷자"…108개 나라서 벌써 걷는다는데

우리나라에서 소아·청소년 비만율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가운데, 비만의 주범인 '당(糖)'이 많이 든 음료에 '설탕세'를 부과하면 비만율을 줄이는 데 도움 될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또 이렇게 걷은 세금은 연간 2000억원 규모로 예상되는데, 이를 소아비만 예방·치료에 투입하자는 제언도 나와 주목된다.
지난 27일 소아·청소년 비만 현황과 대책을 주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보건의료포럼에서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박은철 교수는 "2022년 7월 기준, 세계 108개국에서 가당음료에 대해 설탕세를 부과한다"며 "설탕세를 도입한 나라들에서 설탕 소비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액상 형태의 첨가당은 고형 식품보다 대사증후군 같은 건강 위해 요인을 더 쉽게 유발한다. 이런 당이 든 음료에 세금을 부과하면 제품 가격이 오르고, 자연스레 구매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원리가 적용된 게 가당음료 설탕세의 개념이다. 2018년 설탕세를 도입한 영국은 가당음료 100㎖당 당 함량이 5g 미만이면 세금 면제를, 5g 이상 8g 미만이면 0.18유로(약 332원)를, 8g 이상이면 0.24유로(약 443원)를 부과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당류 섭취량이 50g을 넘기지 말 것, 총 섭취열량의 10% 미만으로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이에 더해 의학계에선 건강을 생각한다면 이들 양을 각각 25g 미만, 5% 미만으로 권고한다. 하지만 이달 발표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헬스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설탕 소비량은 140g으로, 권장량의 2.8~5.6배에 달한다. 이마저도 매년 2.2g씩 늘고 있다.

하루 설탕 섭취량이 OECD 평균(157g)보다 많은 미국(184g)에선 전체 인구 대비 과체중·비만 비율이 72.5%로, OECD 평균(60.1%)보다 높았다. 우리나라는 과체중·비만율이 36.5%로 평균엔 아직 도달하지 않았지만 매년 0.39%씩 증가하는 추세다.
더 큰 문제는 한국에서 가당음료로 인한 당 섭취량이 가장 많은 연령대가 10~18세 소아·청소년이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 연령대에선 탄산음료를 하루 평균 84g, 에너지음료는 44.7g, 과채음료는 40g 마셨다. 10세 미만(각각 27.8g, 28g, 38.9g)보다 많게는 3배 이상 많았다.
이처럼 성장기에 가당음료를 즐겨 마시면 비만을 부른다. 2022년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8명 중 1명이 비만인데, 성인 비만은 1990년 이후 '2배' 늘었지만, 소아·청소년 비만은 같은 기간 4배 이상 증가했다. 구체적으로는 5세 미만 3700만명이 과체중이며, 5~19세의 3억9000만명이 과체중, 1억6000억명이 비만이다.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김현창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여아보다 남아에서, 어릴수록,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을수록 살이 더 잘 찌는 경향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소아 비만의 55%는 청소년 비만으로, 청소년 비만의 80%는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 소아·청소년기에 비만하면 제2형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비알코올성 지방간 등이 일찍 찾아올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가당음료에 설탕세를 도입한 나라가 108개국에 달하는데, 2022년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당음료에 20%의 세금을 부과했더니 구매가 10% 줄었고, 총칼로리 섭취량이 4.8% 줄었다. 영국에선 2018년 설탕세를 도입한 후 가당음료를 통한 당 섭취량이 15.5g에서 10.8g으로 감소했다.

2014년 설탕세를 도입한 멕시코는 1페소(한화 약 74.4원)를 과세할 때마다 비만 유병률이 2.45%씩 줄었다. 설탕세를 걷으면 당 섭취량, 비만율이 줄면서 국민 건강증진기금으로 활용하는 1석 3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일반적으로 설탕세는 각국 GDP의 0.001~0.16% 규모로 모인다. 박은철 교수는 "한국 GDP의 0.01%가 설탕세로 걷힐 것을 가정하면 2276억원이 모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렇게 확보한 재원을 소아청소년 비만 예방·관리 프로그램, 급식 질 개선, 저소득층 건강식품 바우처 제도 등에 투자하는 방안을 모색할 때"라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정혜은 과장은 "이미 2016년부터 당류 저감계획이 시행돼 저당식품이 개발돼왔다"면서도 "설탕세를 부과하는 게 맞는지, 이를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관계부처와 전문가·시민단체가 협의해 정책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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