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맞출 시간 없었다…강팀들 발목잡는 ‘낀 월드컵’

김승재 기자 2022. 11. 2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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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겨울 월드컵’
유럽리그 중간에 개막
빅리거들 즐비한 유럽·남미팀
첫 경기서 약팀에 지거나 비겨
월드컵 준비기간 31일→7일
NYT “다른 클럽 속한 선수들
원팀으로 만들 시간 부족했다”
빡빡한 경기일정에 부상도 속출
2018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팀 크로아티아가 23일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모로코와 벌인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F조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크로아티아의 주장 루카 모드리치(37·레알 마드리드)가 상대 선수에 걸려 넘어진 후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2022 카타르 월드컵 우승 후보로 꼽히는 아르헨티나와 독일, 덴마크, 크로아티아 등 축구 강국들이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고전하자 일각에서는 “겨울 월드컵 변수가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간 월드컵은 유럽 주요 프로 리그가 끝난 이후인 6~7월에 열렸지만, 이번 대회는 섭씨 40도가 넘는 카타르의 여름 더위를 감안해 사상 처음으로 겨울에 개최됐다. 그러다 보니 주전 선수 대부분이 유럽 리그에서 뛰는 강팀의 경우, 시즌 도중 급하게 합류한 선수들을 데리고 단시간에 ‘원팀’으로 만들어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 이번 대회 초반의 ‘이변’을 언급하면서 겨울 월드컵이 축구 강국에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NYT는 “서로 전혀 다른 클럽의 선수들을 ‘원팀’으로 만드는 시간이 통상 3주 주어지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며칠밖에 없었다”며 “우승 후보팀의 선수 명단은 (소속 프로팀에서) 3일마다 한 경기씩 출전하면서 지난 3개월을 보낸 선수들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

우승 후보국 대표팀 선수 대다수가 소속 프로팀에서 대회 일주일 전까지 경기에 나서면서, 통상 월드컵 개막 3주 전에 하던 국가대표팀 소집 시점이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카타르 월드컵은 지난 20일(현지 시각) 개막했는데, 유럽 주요 리그는 지난 14일까지 경기를 진행한 뒤 ‘월드컵 휴식기’에 들어갔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에 따르면 선수들의 월드컵 평균 준비 기간이 이전에는 31일이었는데,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7일로 줄어들었다.

유럽과 남미 등 축구 강국의 프로 축구는 대부분 가을에 시작해 봄에 끝나는 이른바 ‘추춘(秋春)제’로 운영되고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여는 ‘춘추(春秋)제’인 나라는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등이다. 한국은 겨울 추위 탓에 춘추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간 월드컵은 추춘제 리그가 한 시즌을 마친 뒤인 6~7월에 열렸는데, 이번 대회가 시즌 도중인 11~12월에 개최되면서 전통적인 월드컵 준비 방식이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월드컵에 앞서 선수들에게 주어졌던 충분한 휴식과 부상 회복 시간도 사라졌다. 유럽 리그가 겨울 월드컵을 맞아 휴식기를 넣으면서 리그는 예년보다 빠듯한 일정이 이어졌고, 정규리그 경기와 대륙별 클럽 대항전, A매치 등을 쉬지 않고 치른 각국 스타 선수들 중에는 부상자도 속출했다. 국제축구선수협회 관계자는 “회복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월드컵에는 부상으로 인해 낙마한 선수가 많다”고 했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3위이자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가 사우디아라비아(51위)에 1대2로 패한 데 이어 ‘전차 군단’ 독일(11위)이 일본(24위)에 1대2로 졌다. 이 때문에 축구계에서는 “카타르에서 이변이 더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덴마크(10위)와 크로아티아(12위)도 이번 대회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각각 튀니지(30위)와 모로코(22위)를 상대로 1골도 넣지 못하고 0대0 무승부를 기록했다.

‘겨울 월드컵’ 변수를 피해간 강팀도 있다. 잉글랜드(5위)와 프랑스(4위)가 각각 이란(20위)과 호주(38위)를 상대로 6대2와 4대1 승리를 거뒀고, 스페인(7위)은 코스타리카(31위)를 상대로 7골을 몰아치며 7대0으로 압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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