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뭇가지에 빨간 사과·황금 사과가 주렁주렁…영양 농부들이 개발했다
시나노골드로 유명한 일본서도 “현지 방문하겠다”
경북 영양군의 과수 농부들이 사과나무에서 황금색과 붉은색 사과를 동시에 수확할 수 있는 재배 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지난 20일 경북 영양군 수비면 신원리에 위치한 5620㎡(1700여평) 규모의 사과 농장. 황금빛 사과를 수확하기 위해 농민들이 만든 시험용 과수원이다. 사과나무 수백 그루 중 일부 나무에선 황금색과 붉은색 등 서로 다른 빛깔의 사과가 한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8명으로 구성된 영양 수비면 작목반 농민들은 실험용 과수원에서 2년 연구 끝에 최근 황금 사과(부사) 2500상자를 수확했다. 농민들은 이 사과를 ‘영양 황금 부사’로 이름을 붙였다.
이 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한 주인공은 수비면 작목반원 조석제(57)씨다. 그는 “2년 전 처음 개발할 당시 주변에서 믿질 않자 농민들과 함께 작목반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황금 사과 재배 기술의 핵심은 국내 유일의 천연 광물 소재인 이오나이트에 있다. 2005년 충북 영동군 용화면 한 금광에서 발견된 이오나이트는 땅속에 있는 영양분을 활성화시켜 작물 성장을 돕는 기능이 있다.
조씨와 작목반 농민들은 지난 6월 사과나무에 동전 크기의 작은 열매가 맺혔을 때부터 이오나이트가 첨가된 세 겹의 봉지를 씌웠다. 과수원 흙에는 이오나이트를 거름대신 섞었고, 사과나무 잎사귀에도 물에 탄 이오나이트를 여러 차례 뿌렸다고 한다.
작목반 농민들이 재배한 황금 사과는 당도가 일반 사과보다 높게 측정됐다. 이 사과의 당도는 17~18브릭스. 일반 사과(13~14브릭스)보다 20%가량 높다.
경쟁 품종인 일본의 ‘시나노골드’는 묘목을 심은 뒤 3년 이상 기다려야 수확이 가능하다. 사과 농가에서 이 기술을 기존 사과나무에 접목하면 첫해부터 황금사과를 수확할 수 있어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올해 첫 출하인데도 입소문을 타면서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 기술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조석제씨는 “일본 농협중앙회에서 오는 29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현지 과수원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일본에서 인기 있는 시나노골드와 맛과 성분을 비교하고 관련 재배 기술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 같은 기술을 특허청에 특허신청한 상태다. 그는 “앞으로 국내 사과 재배 농가에 기술을 무료로 배포하고 해외시장 개척도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영양군은 최근 기술개발을 위한 보조금 3400만원을 지원하는 등 작목반에 힘을 보탰다. 농촌진흥청도 지난 2일 현지에 조사단을 보내 실태 파악에 나섰다.
이동혁 농촌진흥청 사과연구소 소장은 “천연 광물을 첨가시킨 봉지를 씌워 빨간 부사 사과를 황금빛 사과로 변화시킨 최초의 사례”라며 “앞으로 농가에서 기존 사용 중인 2겹 봉지와 천연 광물을 첨가한 3겹 봉지가 사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비교 실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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