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처럼 살고 싶은 것이 차별금지법”…동성애 혐오 앞세운 서울 도심 ‘연합예배’
개신교계 연합예배가 열린 27일 오후 서울 도심은 마치 거대한 교회가 된 듯했다. 교통통제가 이뤄진 도심 대로는 메운 신도들은 동성애에 대한 혐오와 차별금지법에 대한 비판의 열기로 뜨거웠다.
이날 지하철 광화문·시청·서울역 인근과 여의도공원 일대에는 질서 유지를 위해 나온 띠를 두른 안내위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점잖게 옷을 차려입은 이들이 지하철 출구에서 끝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10·27 악법 저지를 위한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에 참석하러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행사장인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에는 초대형 스피커와 스크린이 설치됐다.
연합예배는 “할렐루야!”라고 인사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축사 영상으로 시작됐다. 오 시장은 “(한국 교회는) 구호 활동과 복지사업으로 소외된 이웃에게 위로와 소망을 전하고 섬김을 실천하는 지역사회 공동체로서 그리스도 빛을 전하는 공동체 사명 충실히 감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날 연합예배의 주제는 ‘건강한 가족 거룩한 나라’였다. 성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저지하고, 동성애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전파하기 위해 개신교 신도들이 모인 것이다. 대법원이 지난 7월 건강보험공단은 동성 배우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허용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놓자 위기감을 느낀 보수 개신교계가 준비했다.
예배 시작에 앞서 찬양대가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김승규 전 법무부 장관(전 국정원장)은 단상에 올라 대표기도를 하면서 “동성애 악법 끝나게 하소서”라며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헌법을 수호하게 하소서”라고 말했다. 박한수 목사(스트롱처치네트워크선교회)는 설교에서 “이 시대는 하나님보다 쾌락을 더 사랑한다. 그 쾌락의 중심에는 동성애를 비롯한 성적 일탈이 있다”며 “손가락질받지 않고 마음대로 짐승처럼 살고 싶어서 반대 목소리 내지 못하게 한 것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실체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양재 목사(QTM이사장)는 “성경에 ‘여자의 머리는 남자고 남자의 머리는 그리스도다’라고 했다”고 설교한 뒤 절규하듯 ‘주님’을 외치며 기도했다. 예배는 “동성결혼 합법화·포괄적 차별금지법 악법저지를 위한 기도”로 마무리됐다. 기도를 이끈 목회자들은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인정뿐 아니라 동성결혼, 수술 없는 성별 정정 등도 반대하며 기도를 이끌었다.
개신교 내부에서조차 이번 연합예배에 대한 비판이 터져나왔다. 무지개예수, 섬돌향린교회 등 53개 단체는 지난 25일 ‘그 혐오와 저주의 예배를 걷어치워라’라는 제목의 규탄문을 냈다. 이들은 규탄문에서 “성소수자 그리스도인과 그 동료들은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신앙 공동체에서조차 정체성으로 인해 부당하게 배제되고, 비난받으며, 신앙의 이름으로 상처받고 있다”며 “종교의 이름으로 폭력이 정당화될 때 사회 갈등은 더 깊어진다”고 말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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