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 영혼 홀린 감동의 그 영화, 그 노래, 그 캐릭터 “소유주 누굴까”

색채 뚜렷한 글로벌 엔터기업들…미국의 도전정신, 스웨덴의 자유, 사우디의 자본력
[사진=AP/뉴시스]

현대인에게 영화·드라마·음악 등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는 단순히 즐길거리가 아닌 삶의 일부가 된 지 오래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음악을 듣거나 동영상을 시청하는 모습이 일상의 풍경처럼 여겨질 정도다. 덕분에 각종 콘텐츠를 제작·유통하는 기업은 2000년 이후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는 재벌기업 반열에 오르게 됐다. 소위 ‘공룡 엔터사’로 불리는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으며 막강한 영향력과 부를 과시하고 있다.

‘세계 최강국’ 만든 미국의 도전 정신, 세계인의 동심과 영혼을 홀렸다

전 세계에서 시가총액(이하 시총)이 가장 큰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세계 최대의 OTT플랫폼 ‘넷플릭스(Netflix)’다. 6일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시총은 원화 기준 약 455조원이다. 인터넷(net)과 영화(flix)의 합성어인 넷플릭스는 1997년 리드 헤이스팅스 현 넷플릭스 회장이 설립한 온라인 DVD 대여점이 그 시초다. 당시 넷플릿스는 대여 방식과 요금 방식에 있어 기존 대여점과는 차별화된 전략을 펼쳤다.

별도의 매장을 두지 않는 대신 홈페이지로 주문을 받고 배달 방식으로 대여해줬고 월정액 요금을 지불하면 연체료 없이 DVD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를 최초로 도입했다. 당시 고객들은 다 본 DVD를 빨간 봉투에 담아 우체통에 넣어야 했는데 이것이 지금의 넷플릭스 로고 모습이 됐다. 미국에선 지금도 ‘빨간봉투=넷플릭스’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올해 6월 기준 넷플릭스의 최대주주는 세계적인 투자회사 뱅가드그룹(8.6%)이다. 이어 ▲블랙록(5.7%) ▲피델리티(4.9%) 등이 넷플릭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기간 개인 최대주주는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다. 리드 헤이스팅스가 보유한 주식은 299만1541주로 평가금은 원화 기준 약 3조2600억원의 규모다. 넷플릭스는 2020년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서랜도스 당시 COO를 공동 CEO로 올리면서 전문 경영인 체제로 변화했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지난해 창업 25년만에 CEO직을 내려놨고 지금은 이사회 의장 자리만을 지키고 있다.

▲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이사회 의장. [사진=Wikipedia]

1960년 리드 헤이스팅스는 미국 보스턴의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는 보든 칼리지를 졸업하고 스탠퍼드 대학원에 진학해 컴퓨터 전공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학위를 마친 후 개발자들을 위한 개발 툴을 만드는 ‘퓨어 소프트웨어’라는 회사를 세웠다. 1997년 아트리아 소프트웨어사에 회사를 넘긴 후 1998년 곧장 넷플릭스를 설립했다. 그가 넷플릭스를 만들게 된 계기는 우연에 가깝다.

당시 헤이스팅스가 영화 아폴로 13의 비디오를 대여했는데 깜박 잊고 반납이 늦어졌다. 결국 수십달러의 연체료를 물게 됐는데 그는 높은 연체료가 부당하다고 느끼고 ‘월정액’ 이라는 구독 시스템을 착안하게 됐다. 이후 초고속 인터넷의 발달로 온라인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자 스트리밍 사업으로 발을 넓혔고 콘텐츠와 서비스 국가를 늘려나갔다. 특히 2013년 ‘하우스 오브 카드’를 시작으로 직접 제작한 드라마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지금의 넷플릭스 모습이 갖춰지게 됐다.

글로벌 엔터기업 중 시총 2위에 올라 있는 기업은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최초로 애니메이션을 선물해 준 미국의 ‘월트 디즈니 컴퍼니’다. 6일 뉴욕 증권거래소 기준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시총은 원화 약 250조원에 달한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미국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저작권 괴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애니메이션 미키마우스, 라이온킹, 토이스토리 등의 제작사로 알려진 픽사부터 미국 영화의 전설로 불리는 스타워즈 시리즈 제작사인 루카스필름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미국 히어로 시리즈의 계보를 잇는 마블 엔터테인먼트도 2009년 인수해 현재 자회사로 운영 중이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창업주 ‘월트 디즈니’는 1901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유년시절을 학대에 가까운 무관심 속에서 보냈다. 그가 동화 등에 심취하게 된 것도 어린 시절의 상처로부터 도피하려는 심리가 컸다. 그는 세계1차 대전 이후 ‘오스왈드 래빗’이라는 시리즈물을 제작해 큰 인기를 얻었지만 배급사였던 유니버셜 픽쳐스에 의해 판권을 전부 빼앗기면서 좌절을 맛보게 된다.

▲ 로버트 앨런 아이거 월트 디즈니 CEO. [사진=월트 디즈니]

이후 돌아오는 기차에서 곧바로 ‘미친 비행기’라는 시나리오를 썼는데 이 시나리오가 바로 그 유명한 미키마우스 캐릭터의 시초다. 1928년 미키마우스 탄생 이후 도널드덕, 구피구프 등의 캐릭터도 큰 성공을 거두었고 덕분에 디즈니 컴퍼니도 널리 알려지게 됐다. 월트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업계와 세계 오락 산업에 미친 영향력은 현재도 방대하게 남아있다. 현대 대중문화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인물을 선정할 때 순위 최상단을 차지하는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올해 1월 기준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최대주주는 세계적인 투자회사 뱅가드그룹(8.0%)이다. 이어 블랙록(6.6%)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창업주 월트 디즈니와 그의 형 로이 디즈니의 사망 후 전문 경영인 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현재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CEO는 로버트 앨런 아이거다.

1951년 미국 뉴욕주에서 태어난 로버트 앨런 아이거는 뉴욕의 사립인문예술대학인 이타가 대학을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월트 디즈니에 입사한 그는 2006년 픽사, 2009년 마블 엔터테인먼트 등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디즈니의 황금기를 만들어냈다. 2012년 루카스필름을 인수하며 스타워즈의 모든 판권을 소유한 것에 이어 상하이·홍콩 디즈니랜드를 개장해 테마파크를 확장하는 등 월트 디즈니를 세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시키는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덕분에 미국 현지에선 그를 월트 디즈니 창업주 이후 디즈니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는 2020년 CEO에서 물러난 뒤 2022년 불과 2년 만에 다시 CEO직에 임명됐다. 그가 회사를 떠나자마자 디즈니가 여러 사건들에 휘말리며 경영 악화에 휩싸이자 이사회가 다시 복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브라이언 로버츠 컴캐스트 회장. [사진=컴캐스트]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회사 중 시총이 3번째로 큰 기업은 미국의 ‘컴캐스트(Comcast)’다. 컴캐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큰 케이블TV 회사로 2014년 NBC유니버셜을 인수해 몸집을 크게 키웠다. NBC유니버셜은 미국 내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 독점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NBC와 쥬라기 공원, 분노의 질주 등 할리우드 인기 영화를 다수 제작한 유니버설 픽쳐스의 모기업이다. 우리나라에선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선수 페이커(이상혁)의 소속팀인 SKT T1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유명해졌다.

올해 6월 기준 컴캐스트의 최대주주 역시 글로벌 투자회사 뱅가드 그룹(9.76%)이다. 이어 ▲블랙록(8.41%) ▲스테이트 스트리트(4.36%) 등이 뒤를 이었다. 컴캐스트 보통주의 지분은 다수 기관들이 보유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영향력은 창업주 랄프 로버츠가 이끄는 ‘로버츠 가문’으로부터 나온다. 현재 컴캐스트의 회장은 창업주 랄프 로버츠의 아들인 브라이언 로버츠다.

브라이언 로버츠는 컴캐스트 보통주의 지분을 1% 가량밖에 소유하고 있지 않지만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클래스 B 주식을 다량을 보유하고 있다. 컴캐스트의 클래스 B주식은 창업주 및 내부 관계자들에게만 주어지는 주식으로 의결권이 압도적으로 많아 회사의 주요 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컴캐스트 클래스 B주식은 1주당 의결권 10표가 부여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6월 기준 브라이언 로버츠는 회사 의결권의 33%를 보유하고 있다.

1959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컴캐스트 창립자 랄프 로버츠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브라이언 로버츠는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이학학사를 졸업한 후 곧장 컴캐스트에 입사했다. 그는 1990년 31세의 나이로 컴캐스트 사장 자리에 올라서며 초고속 승진했고 2004년 이사회 의장을 맡은 지 1년 만에 2005년 컴캐스트 회장에 오르며 지금까지 회사 경영을 이끌고 있다.

스웨덴 괴짜들이 만든 ‘스포티파이’, 사우디 석유왕자의 수집품 전락한 ‘닌텐도’

▲ 다니엘 에크 스포티파이 창업주. [사진=Wikipedia]

글로벌 엔터사 시총 4위는 2006년 설립된 스웨덴 기업 ‘스포티파이(Spotify)’다. 6일 뉴욕거래소 기준 스포티파이의 시총은 원화 기준 109조원에 달한다. 스포티파이는 전 세계 1위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기업으로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점유율 30%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스포티파이의 최대주주는 창업주이자 현재 CEO인 다니엘 에크(15.6%)다. 이어 공동 창업주인 마틴 로렌손(10.9%)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다니엘 에크는 1983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태어났다. 그는 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 최고의 공대로 꼽히는 왕립 공과대학교 공학과에 입학했지만 IT와 관련한 빠른 창업을 위해 학교를 중퇴했다. 그는 정보검색과 관련한 여러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매각하며 자본을 확보하는 과정을 통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자짜 커뮤니케이션즈 최고기술경영자(CTO) ▲스타돌 최고기술경영자(CTO) ▲유토렌트 최고경영자(CEO)를 거쳐 2006년 마틴 로렌존과 함께 스포티파이를 설립하게 된다. 스포티파이 창업 당시 세계 음악 산업은 불법 다운로드와 P2P 파일 공유로 인해 저작권에 관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다니엘 에크과 마틴 로렌존은 음악을 개별적으로 구매하는 대신 월간 구독을 통해 음원 라이브 전체 이용권을 제공하는 방식을 꿰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

또 다른 창업주인 마틴 로렌존은 1969년생으로 스웨덴의 스몰란드에서 태어났다. 그는 찰머스 공과대학에서 산업 경제학을 전공하고 스톡홀름 경제대학에서 경제학과 수사학 과정을 추가 이수했다. 그는 1995년 스웨덴의 통신회사인 텔리아 컴퍼니에 잠시 몸담았다가 퇴사 후 1999년 마케팅 기술 기업을 설립했다. 이 기업은 현재 스웨덴을 대표하는 마케팅 기업 트레이드더블러의 전신이 된다.

마틴 로렌존과 다니엘 에크의 만남은 2006년 3월 다니엘 에크가 자신이 만든 광고 서비스 ‘Advertigo’를 트레이드더블러에 판매하면서 시작된다. 마틴 로렌존은 다니엘 에크의 천부적인 사업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불과 한 달 만에 회사를 나와 다니엘 에크와 새로운 회사를 시작하기로 결정한다. 그 회사가 지금의 스포티파이다.

▲ 오사카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위치한 닌텐도 월드 전경. [사진=오사카 관광청]

글로벌 엔터기업 중 시총 5위에 오른 기업은 일본의 닌텐도다. 6일 도쿄 거래소 기준 닌텐도의 시총은 원화 96조원에 달한다. 1889년에 화투패 장사를 계기로 설립된 닌텐도는 1977년 비디오 게임 산업에 진출하며 현재는 글로벌 게임 산업 자체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올해 6월 기준 닌텐도 주식회사의 최대주주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7.53%)다.

닌텐도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창업주부터 3세까지 오너 경영 체제로 운영됐다. 그러나 2002년 전문 경영인인 이와타 사토로 CEO 선임을 계기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탈바꿈 했다. 2013년에는 창업주 3세인 야마우치 히로시가 사망하면서 그가 보유했던 약 10% 가량의 지분은 네 명의 자녀들에게 상속됐다. 그 과정에서 상속세 납부를 위한 지분 매각이 진행됐고 결국 지금의 지배구조가 갖춰지게 됐다.

사우디국부펀드가 닌텐도 주식을 대량 매입한 이유는 다소 특이하다. 일본 현지에 따르면 평소 게임 애호가로 알려진 사우디의 모하메드 빈살만 왕세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해당 주식을 매수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닌텐도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다양한 게임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빈살만 왕세자는 중국 E스포츠 업체인 VSPO, 스웨덴 게임개발사 임브레이서 그룹 등의 지분을 매입한 상태다. 국내에서는 2022년 넥슨과의 사전 협의 없이 갑작스레 1조원 가량의 주식을 매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 닌텐도를 이끌고 있는 인물은 후루카와 슌타로 CEO다. 1972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그는 와세다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졸업 직후인 1994년 닌텐도에 입사했다. 그는 입사 후 유럽 지사에서 약 11년간 근무하며 Wii의 유럽 내 흥행에 큰 기여를 했다. 이후 ▲포켓몬 주식회사(2012년) ▲닌텐도 주식회사 경영기획실장(2015년) ▲닌텐도 주식회사 경영총괄본부장(2016년) 등을 거쳐 2018년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뒤 지금까지 회사 경영을 이끌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반도체, 자동차 등을 포함한 제조업은 신상품이 출시됐을 때 기존 상품에 대한 수요가 현저하게 떨어지는데 반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기존의 콘텐츠에 대한 팬덤과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팬덤이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콘텐츠 사업 특성상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게 되면 사업성이 순식간에 떨어지기 때문에 단기간에 성공하고 단기간에 망할 수 있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모습을 띄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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