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의 자발적 몰입을 이끄는 리더의 조건은 무엇일까? 리더포비아 시대에 찾은 리더십의 새로운 해답.

몰입은 설득되는 것이 아닌 경험하는 것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하라.” 자기계발 분야의 전문가들이 주로 하는 조언이다. ‘좋아한다’는 말에는 묻고 따지지 않고 무조건 하려는 동기, 시키지 않아도 하려는 자발성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리더십 코칭 대상자인 임원들이 주로 하는 질문도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하게 만들 수 있나”이다. 이 질문은 구성원들이 왜 자발성을 보이지 않는지 그 이유를 궁금해하는 호기심보다는 자발성이 보이지 않는 구성원에 대한 답답함,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시키는 일만 하려는 태도에 대한 불만, 형편없는 일의 결과를 두고도 워라밸만 강조하는 세대에 대한 언짢음 등이 뭉뚱그려져 나온 일종의 한탄이자 하소연이다.
직원 몰입 설문지(Q12)를 개발한 갤럽(Gallup)에 따르면, 관리자 몰입이 곧 직원 몰입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고위 리더가 몰입하면 그 아래 관리자들의 몰입도가 39% 증가하며, 이들이 몰입하면 다시 직원들의 몰입도가 59% 증가한다. 각 조직 수준에서 리더의 몰입이 직원들에게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따라서 리더가 직원들에게 업무 몰입을 강조하거나 설득하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직접 몰입하는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리더십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도 리더와 구성원 관계의 질이나 리더의 진정성, 포용적·변혁적 리더십이 직원 몰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이처럼 리더의 몰입과 역량이 팀의 몰입 수준을 좌우하기 때문에 구성원의 몰입을 위해서는 조직 리더의 몰입 수준을 높이고 리더십 개발을 위한 전략적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팀장 되기 싫어요”, 리더포비아 시대
기업마다 핵심 인재 풀을 관리하고 리더 후보군 육성에 신경을 쏟는 것은, 그만큼 리더십이 조직문화와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새롭게 부상한 문제가 있으니, 일명 ‘리더포비아(Leaderphobia)’ 현상이다. 리더 역할을 맡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기피하는 현상을 표현하는 신조어다. 이는 과중한 책임에 비해 낮은 보상, 갈등 중재 같은 감정노동에 대한 부담, 관리하는 업무 범위에 비해 제한적인 권한 같은 구조적 요인에 더해, 승진보다 개인의 삶과 성장에 초점을 두는 세대 가치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가장 두드러진 양상은 초임 리더인 팀장을 기피하는 모습이지만, 임원 승진을 꺼리는 사례도 적잖이 관찰되는 추세다. 한마디로 책임지기 싫고, 얻는 것에 비해 희생이 크다는 현실적 계산에 따른 판단인 셈이다.
지난 20여 년간 리더들의 고민 해결을 돕는 코치로서 관찰한 바에 따르면, 리더 역할에 대한 인식은 개인이 겪은 상사 경험에 크게 좌우된다. 완벽주의 리더의 마이크로 매니징, 실패에 대한 가혹한 비난, 권위주의적 태도를 경험한 사람은 리더가 되는 일에 두려움과 거부감을 느낀다. 반면 함께 일하는 즐거움과 성장감을 전하고 합리적으로 일처리를 하는 리더를 경험한 경우에는, 그를 롤 모델 삼아 리더가 되고자 하는 희망을 품는다. 즉 리더포비아는 MZ세대의 개인주의 성향에서 비롯된 현상이 아니라 기존 리더십 모델의 한계를 보여주는 신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영향력을 넓힐 기회를 얻는다는 뜻이다. 선택과 결정의 권한이 커질수록 통제력이 강화되고, 그만큼 자신에게 유리한 업무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리더로의 전환, 영향력 확장의 기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조직에서 여전히 많은 팀 리더가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보직에서 해임될 경우 좌절하거나 불만을 표출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런 상황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 사람을 리더로 세운다는 것은 단순한 직책 변화를 넘어서는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그의 역량과 성과를 인정하고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한다는 뜻이며, 이는 곧 커리어에 긍정적 비전을 제시하고 자존감을 충족해 주는 기회가 된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곧 영향력의 확장을 의미한다. 그래서 다양한 기업의 리더 후보군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할 때마다 “리더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라”고 강조한다. 선택하고 결정하는 권한이 커지는 만큼 통제력이 확보되고, 그만큼 더 유리한 업무 환경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형편없는 엉터리 리더 밑에서 불만스럽게 지낼 것인가, 아니면 내가 리더가 되어 원하는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질 것인가. 당연히 후자를 택해야 하지 않을까.
또 리더가 된다는 것은 정체성 자체를 바꾸는 대전환의 기회다. 혼자 성과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성장과 성취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는 실현하는 방법만 배우면 충분히 도전할 만하고, 오히려 신나는 경험이 될 수 있다. 사실 많은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것 자체를 거부한다기보다 과거 자신이 겪어온 상사처럼 할 수는 없다는 생각, 혹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 때문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리더가 되는 과정을 개인의 노력과 재능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세심한 온보딩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한다면 이를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팀 디자이너’로서의 리더
탁월한 개인에서 리더로 전환된다는 것은 성과가 만들어지는 환경을 설계하고 조율하는 팀 디자이너가 된다는 뜻이다. 리더는 모든 책임을 홀로 짊어지는 자리가 아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내가 일을 잘하는 능력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역량이다. 팀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본다면, 팀원 한 명 한 명은 상호 의존적으로 작동하는 서브 시스템이다. 따라서 리더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방식이 아니라 시스템의 각 요소인 팀원 모두가 참여하고 함께 결정하는 협력적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 리더가 팀의 정체성과 목표를 설정하고, 역할과 책임을 나누는 과정은 팀원과 함께 정리해 가면 된다.
이런 구조에서는 리더 개인에게 집중되던 과중한 부담과 막연한 불안이 줄고, 팀이 하나의 유기적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설령 팀 내에 갈등이나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그것은 팀장이 홀로 감당해야 할 과제가 아니라 팀 전체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가 된다. 리더가 팀을 온전히 믿고 팀원과 함께 운영한다는 인식을 확고히 할 때, 리더는 팀 디자이너이자 퍼실리테이터가 된다. 결국 리더십은 개인의 게임이 아니라 팀이 함께 치르는 경기인 셈이다.
팀워크란 약속된 플레이를 해내는 것이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각 개인이 약속된 일을, 약속된 방식으로 달성해 나가는 것이 바로 팀이다. 이 약속을 정하는 과정이 ‘팀 디자인’이고, 약속을 위해 헌신하는 조직 분위기를 만드는 과정이 ‘팀 빌딩’이다. 그러나 약속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관성 없는 업무 지시나 비인격적인 리더의 일방적 통제를 경험할 경우, 구성원은 회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느끼게 된다. 명시적인 근로계약과는 별개로, 회사나 상사가 마땅히 지켜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을 ‘심리적 계약’이라 부른다. 입사할 때의 기대와 달리 비합리적인 관행이나 납득하기 어려운 업무 방식을 강요받으면, 구성원은 심리적 계약이 위반됐다고 인식해 몰입에서 멀어지고, 결국 조직을 떠나게 된다.
리더는 모든 책임을 홀로 짊어지는 자리가 아니다. 업무 환경을 설계하고 조율하는 팀 디자이너에 가깝다. 이제 중요한 것은 내가 일을 잘하는 능력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역량이다. 완벽한 답을 제시하는 문제 해결사가 되기보다는, 구성원에게 주도권이 있음을 인정하고 스스로 더 나은 해답을 찾아가도록 질문을 던질 때 비로소 구성원의 몰입도가 높아진다.
구성원을 몰입 상태로 이끌려면
대부분 조직에는 세 부류의 사람이 공존한다. 몰입 상태, 비몰입 상태, 그리고 적극적 비몰입 상태의 사람들이다. 직무 몰입은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과 의욕에서 비롯된다. 몰입도가 높은 사람은 일에 대한 주인의식과 감정적 애착을 바탕으로 남들보다 더 큰 노력을 기울인다. 이들이 높은 몰입도를 유지하게 하려면 과제 오너십을 인정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권한을 부여하고 필요한 자원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리더가 특히 집중해야 할 과제는 비몰입 상태의 구성원을 몰입 상태로 이동시키는 일이다. 동시에 적극적 비몰입 상태의 구성원이 조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세심히 관리해야 한다. 결국 리더의 역할은 구성원이 몰입의 흐름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이끌고, 그 에너지가 조직 전반에 확산되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에 따르면, 몰입에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명확한 목표, 빠른 피드백, 도전과 실력 간 균형이다. 일 자체가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사실 환상에 가깝다. 대부분의 일은 어렵고 힘들며, 일을 잘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재미와 의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잘하고, 잘할 수 있을수록 몰입에 유리하다. 가령 실력이 부족한데 지나치게 어려운 과제를 맡으면 포기할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실력이 충분한데 너무 쉬운 과제를 맡으면 따분하고 지루해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사람은 보통 자신의 실력보다 약간 높은 난도의 직무를 맡을 때 몰입하게 되므로 리더는 구성원의 실력과 열정을 고려해 업무를 매칭해야 한다.
과제를 부여한 뒤에는 목표에 대해 명확히 합의하고, 실행 과정에서 적절한 주기로 피드백을 제공해 구성원이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고 목표에 도달하도록 도와야 한다. 피드백의 방식과 주기는 개인별로 맞춤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역량이 높고 자기 인식이 분명한 사람에게는 잘하고 있다는 확인과 기여에 대한 감사 표현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반대로 역량이 부족하고 자기 인식이 낮은 사람에게는 피드백 주기가 짧아야 하며, 경우에 따라 피드백과 함께 세밀한 지도가 필요할 수 있다. 결국 몰입에 이르는 길은 개개인에 따라 다르므로 리더는 개인차에 대한 분별력을 갖추고 맞춤형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해결사’ 말고 ‘질문자’ 되기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가 말하는 몰입은 회사의 성과를 위해 개인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개인의 성공과 행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상태다. 행복감은 본질적으로 주관적인 경험이기에 몰입과 무관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일터에서의 삶의 질을 놓고 보면, 몰입을 경험하는 사람의 행복감이 훨씬 높다. 몰입해 일하는 순간에는 행복감을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일을 마치고 돌아볼 때 그 경험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했는지 실감한다. 이때 느끼는 충만감은 단순한 휴식에서 얻는 행복과는 차원이 다른 만족이다.
리더로서 몰입하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면 ‘참여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고 책임지려 하기보다 공동의 의사결정과 역할 분담을 통해 구성원 각자의 강점이 최대로 발휘될 수 있는 장을 열어주어야 한다. 리더가 완벽한 답을 제시하거나 문제 해결사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은 내려놓아도 좋다. 중요한 건 사람이라면 누구나 성장 동기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믿는 것이다. 구성원의 자발성을 기대한다면,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재량권을 허용해야 한다. 실행력은 스스로 선택할 때 높아지기 때문이다. 구성원에게 선택권과 주도권이 있음을 인정하고, 스스로 더 나은 해답을 찾아가도록 좋은 질문을 던질 때 과제 오너십이 자라난다.
결국 리더십은 권력이 아니라 지원하는 서비스이며, 완벽함이 아니라 학습과 성장을 허용하는 태도다. 한 가지 리더가 주의할 점은 채용 과정에서는 지원자의 강점을 찾으려 애쓰지만, 막상 채용 후에는 약점을 추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약점에 집중하는 관리 행동을 줄이고 과제 오너가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촉진한다면, 과제 오너의 몰입도는 높아질 것이다.
ㅣ 덴 매거진 2025년 10월호
글 조선경 조선경코칭센터대표·경영학 박사 PH.D
에디터 조윤주(yunjj@mcircle.biz)
일러스트 장인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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