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가 사랑한 미술품 200점, 내년 미국서 만난다
‘이건희 컬렉션’ 첫 해외 순회전
문화예술계에 따르면 이건희 컬렉션은 내년 11월 미국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을 시작으로 2026년 시카고박물관,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에 각 3~4개월씩 약 1년간 선보이는 해외 순회전을 갖는다.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처였던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첫 해외 전시에선 국보인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보물인 김홍도의 ‘추성부도’ 등 고미술품부터 김환기의 ‘산울림 19-II-73#307’(1973년) 등 근현대미술품까지 200여 점이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가의 문화예술 사랑은 이병철 창업회장부터 시작됐다. 사업하는 틈틈이 미술품을 모은 그는 1982년 호암미술관을 열면서 “민족의 자긍심을 지키는 데 일조하자는 신념으로 모은 문화재를 영구 보존하면서 감상과 연구에 활용하기 위해 미술관을 개관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개인의 소장품이라고는 하나, 민족의 문화유산이기에 영구 보존해 국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전시하는 방법으로 미술관을 세워 문화재단의 사업으로 공영화하는 게 최상책”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회장은 선친이 이렇게 수십 년간 모은 미술품 약 2만3000점을 2021년 국가에 기증하면서 가문의 뜻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기증 당시 “우리 문화재와 미술품에 대한 사랑의 뜻을 국민과 함께 나눠야 한다는 고인(선친)의 뜻을 기려서 조건 없이 사회에 환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써 국보 총 14점, 보물 총 46점 등의 고미술품 2만1693점과 이상범의 ‘무릉도원도’(1922년),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1954년), 이중섭의 ‘황소’(1950년대),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1919~20년),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1940년), 호안 미로의 ‘구성’(1953년) 등 국내·외 근현대미술품 1494점이 국가에 귀속됐다.
이 같은 이건희 컬렉션은 2021년부터 전국을 돌고 있다. 이건희 컬렉션 지역순회전에는 연간 1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모이는 등 사회적 호응으로 이어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건희 컬렉션의 국가 기증은 개인 전유물로 여겨지던 귀한 미술품 등 수집품이 사회 전체로 공유되면서 국민 전체의 문화적 자긍심 고취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며 “이건희 컬렉션이 처음 미국으로 향할 즈음인 내년 10월 25일은 그의 5주기인데 이를 맞아 한층 뜻깊은 해외 전시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만난 주요 외빈들과 함께 호암미술관에서 올해 6월까지 열린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기획전을 다섯 번 관람하면서 한국의 문화유산을 소개하고, 국내 문화예술 발전에 대한 삼성전자의 역할을 설명하기도 했다.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이 일행들에게 ‘감지금니 묘법연화경’(법화경을 금가루로 옮겨 쓴 것)을 확대해 세밀하게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돋보기를 직접 시연하는 등 정성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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