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가 잘 팔리는 이유

운전중 혜성이 날아오는 모습이 촬영됐다.

도파민에 중독된 당신, 한번쯤은 블랙박스 영상을 정주행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차량 사고는 물론 혜성이 떨어지는 모습, 비행기 추락, 우주선 폭발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내 차에 장착한 차량용 블랙박스가 그런 갑작스러운 상황들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보통 사고가 없다면 블랙박스를 손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바람직한 운전 습관이지만 동시에 블랙박스의 관리가 소홀하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필자는 2020년에 구입한 2채널 블랙박스를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조작 해본다. 주차 후 시동을 켠 채 메뉴를 확인해 상시 주행, 충격, 주차 중 영상이 제대로 저장되는지 확인하고, 전후방 카메라와 터치 기능도 테스트한다. 이 루틴은 단 몇 분이면 끝나며, 실제 야간 뺑소니, 후방 접촉사고, 주차장 낙수 사고 등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증거 자료로 활용됐다. 하지만 문콕사고를 놓친 적이 있어 충격 즉시 알림 기능이나 4채널 블랙박스에 관심이 생겼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필자처럼 블랙박스를 3년 이상 사용했거나 사고로 인해 불쾌한 경험을 했다면 현재 블랙박스 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나의 블랙박스를 업그레이드할 준비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블랙박스는 불경기에 잘 팔린다?

차량용 블랙박스는 평균적으로 날이 따뜻해지는 3~4월을 기점으로 판매량이 증가하고 서늘해지는 11월 이후 판매량이 줄어든다. 따뜻해진 기온으로 나들이 준비와 더불어 차량 관리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2020년부터 2024년 4월 현재까지의 연간 블랙박스 판매량을 살펴보자. 2022년까지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블랙박스 시장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았지만 2023년에 판매량은 크게 회복해 2020년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국내 블랙박스는 이미 포화 상태지만, 위축된 소비심리로 중고차 시장이 성장하다보니 새 블랙박스가 필요한 점이나 경제적인 가격의 제품 출시, 오토바이와 같은 이륜차 판매가 늘어 장착량이 증가하는 점 등을 상승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배터리 방전의 주범은 블랙박스?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돼 시동이 안 걸린다면 무엇이 원인일까? 가장 가볍게는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 음악이나 와이퍼, 전조등을 켜고 수십 분 방치했거나, 주차 중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블랙박스를 상시 녹화로 설정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블랙박스 제조사들도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방전 모드를 사용해 일정 전압 이하로 떨어지면 전원이 꺼지는 기능을 탑재하고 최근에는 전기차와 엔진 차량의 전압 차이를 고려한 옵션을 탑재한다. 이렇게 배터리 방전의 원인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여러가지 기능을 탑재했지만 주차 중 지속적인 촬영을 원한다면, 블랙박스용 보조배터리 사용을 고려해 봐야 된다.

차량의 시동이 꺼지면 블랙박스는 차량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방전의 사유가 될 수 있지만 별도의 보조배터리을 연결해 둔다면 걱정을 한시름 놓을 수 있다. 필자 또한  2020년에 블랙박스를 설치할 때 보조배터리를 함께 장착했는데 아직까지도 24시간 작동되고 있다. 당시 구입가격이 만만치 않았지만 주차사고를 위한 보험이라 생각했고 그동안 보험료 이상의 역할을 했다.

차량용 보조배터리의 용량은 다양하다. 매일 출퇴근을 한다면 2일 정도 사용 가능한 용량이 작은 보조배터리면 된다. 블랙박스 보조배터리의 판매량은 블랙박스 판매량과 비슷한 수치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하락 추세였으나, 최근 블랙박스 판매량과 더불어 동반 상승하는 추세다.

기본 중에 기본, 2채널 블랙박스

채널은 블랙박스의 카메라 구성이다. 1채널은 카메라 1대, 2채널은 카메라 2대라는 의미.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판매된 블랙박스는 2채널 제품(94%)이다. 전방 카메라와 후방 카메라로 구성되어 차량의 앞뒤를 모두 촬영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구성. 이어서 다용도로 사용 가능한 1채널 블랙박스가 4%의 점유율로 2위에 올랐으며, 차량 내부나 측면을 촬영하는 3채널과 4채널 블랙박스는 아직 미미한 수준. 2채널 블랙박스의 판매량을 브랜드별로 나눠보면 팅크웨어>파인디지털>재원씨앤씨>샤오미>한라홀딩스 순이다.

거거익선, 최대 지원 용량

블랙박스의 최대 지원 용량은 주행과 주차 장면을 기록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크면 클수록 좋지만 용량이 커지면 가격대가 높아져 적절한 용량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2023년 4월부터 2024년 3월까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블랙박스 최대 지원 용량은 128GB. 과반수가 넘는 72%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어서 256GB가 19%로 2위를, 그 뒤를 이어 64GB가 5% 점유율로 3위를 차지했다. 최대 지원 용량 128GB을 기준으로 판매량 상위 브랜드를 따져보면 파인디지털>팅크웨어>재원씨앤씨>샤오미 순이다.

최대 지원 용량이 작은 제품은 비교적 저렴하지만 포맷을 자주 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으니 최대 지원 용량이 높은 제품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또한 일부 제품은 최대 지원 용량 표기보다 더 높은 사양의 메모리를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필자는 최대 지원 용량 128GB의 블랙박스에 256GB 메모리를 탑재해 4년 이상 사용 중이며, 전혀 문제없이 작동 중이다.

블랙박스에 디스플레이가 없다?

블랙박스의 크기를 좌우하기도 하는 디스플레이 사이즈는 8.9cm(3.5인치)가 전체 판매량의 63%를 차지했다. 큼직한 대화면 디스플레이로 터치가 편리해 조작하기 쉽고, 녹화된 장면을 보다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차량에 밀착되는 빌트인 타입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를 반영하는 듯 디스플레이가 없는 제품이 18%로 2위를 차지했다. 디스플레이가 없는 제품군에는 빌트인 타입 블랙박스와 더불어 오토바이&자전거용 그리고 급발진 사고를 대비한 페달용 블랙박스가 속한다. 이어서 6.9cm(2.7인치)가 11%로 3위를 차지했다. 8.9cm(3.5인치) 브랜드 판매량 순위는 팅크웨어>파인디지털>재원씨앤씨>지넷시스템>한라홀딩스 순이다.

CMOS (팅크웨어) vs Sony Exmor R (파인디지털)

블랙박스 카메라의 화소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카메라 센서다. 어떤 센서를 사용하냐에 따라 시인성이 달라지며, 주야간 영상의 품질을 좌우한다. 최근 1년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블랙박스 카메라 센서는 가성비가 좋다는 평의 CMOS 센서로 48%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어서 야간에도 뛰어난 시인성을 자랑하는 소니의 Exmor R 스타비스 센서가 45%를 얻어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 재밌는 점이라면 CMOS 센서는 팅크웨어가, Exmor R센서는 파인디지털이 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밝고 선명한 화질의 기준은 각자 다르기 때문에 두 제품 화질을 비교해보고 만족스러운 화질의 센서(=브랜드)를 선택하는 것도 좋다.

전방, 후방 비슷해진 카메라 스펙

2채널 블랙박스를 구성하는 전방 카메라와 후방 카메라의 스펙 선호도를 알아보자. 먼저 전방 카메라 해상도의 경우 QHD(2560x1440) 제품이 69%의 점유율로 1위다. FHD(1920x1080)는 25%로  2위.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를 대비해 고해상도 카메라를 장착하는 편이 낫지만 4K(3840x2610) 제품은 아직 가격 경쟁력이 크지 않아 QHD(2560x1440)를 선택했다고 판단된다. 후방 카메라 해상도는 FHD(1920x1080)가 59%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 했는데 QHD(2560x1440)는 36%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다. 매년 FHD(1920x1080)의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어 내년이면 후방 카메라 또한 QHD(2560x1440)로 상향 평준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메라 화질을 결정하는 화소는 어떨까. 메인 카메라라고 할 수 있는 전방 카메라는 501만 화소 이상이 41%로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다음으로는 401~500만 화소 제품이 26% 점유율로 2위, 101~200만 화소 제품이 15% 점유율로 3위에 올랐다. 과반수의 제품이 높은 화소의 제품이었으나 200만 화소 미만의 비교적 낮은 화소의 점유율이 늘고 있는 점도 특이하다. 후방 카메라는 전방 카메라 못지않게 301만 화소 이상의 제품이 55%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이어서 101~200만 화소 제품이 39%로 2위. 후방 카메라는 전방 카메라 대비 저스펙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후면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전방 카메라 못지않은 스펙으로 진화 중이다.

양대산맥은 역시, 팅크웨어(아이나비) vs 파인디지털(파인뷰)

지난 1년간 국내 블랙박스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블랙박스 제조사는 어디일까? 재작년까지는 팅크웨어와 파인디지털이 비슷한 점유율로 양분하고 있는 모양새였으나 현시점에서는 팅크웨어가 조금 더 우세한 상황. 뒤를 이어 재원씨앤씨와 샤오미가 2%의 점유율로 3, 4위를 기록했다.

2년 연속 판매량 1위 '아이나비 VX1000'

최근 1년 동안 가장 많이 판매된 아이나비 블랙박스는 2022년 12월 출시된 아이나비 VX 1000 2채널(169,600원) 이다. 해당 제품은 2채널로 8.9cm(3.5인치) 크기의 IPS 패널을 탑재하고 있다. 전방 카메라는 QHD(2560x1440) 해상도를 지원하며, 후방 카메라는 FHD(1920x1080) 해상도를 가지고 있다. 전방 카메라는 500만 화소를 갖추고 있으며, 모두 30fps로 영상을 촬영한다. 시야각은 전방 155도, 후방 160도다. 스마트폰 연동은 USB-C 케이블 유선 연결과 커넥티드 접속 모두 지원하며, 퀵 부팅과 시큐리티 LED를 포함하고 있다.

2위를 차지한 아이나비 QXD8000 미니 2채널(216,060원)은 2023년 7월 출시했다. 6.9cm(2.7인치)의 IPS 패널에 전후방 카메라 모두 QHD(2560x1440) 해상도. 각각 400만 화소를 갖추고 있다. 두 카메라 모두 30fps로 영상을 촬영하는데 시야각은 130도. 2023년 2월에 출시한 3위 아이나비 FXD8000 2채널(154,100원)은 8.9cm(3.5인치)의 IPS 패널을 탑재했다. 전후방 카메라 모두 FHD(1920x1080) 해상도로 각각 200만 화소를 갖추고 있다. 이또한 30fps로 영상을 촬영하며, 시야각은 전방이 150도, 후방이 160도이다.

디스플레이 없는 빌트인 캠 '파인뷰 X550'

파인디지털의 경우, 2023년 5월 출시한 파인뷰 X550 빌트인 와이파이(177,110원)이 가장 많이 팔렸다. 2채널 카메라에 별도의 화면 없이 없는 빌트인 스타일이 특징. 전방과 후방 카메라는 모두 QHD(2560x1440) 해상도를 가지고 있으며, 각각 514만 화소를 갖추고 있다. 두 카메라 모두 30fps로 영상을 촬영하며, 시야각은 122도. 내장 GPS와 스마트폰 연동 기능이 있으며, Wi-Fi로 스마트폰과 연동할 수 있다. 최근에는 4K를 지원하는 파인뷰 X550 4K 빌트인 와이파이(189,220원)모델을 새로 출시했다.

2023년 4월 출시한 파인뷰 X3500 파워 와이파이 2채널(148,498원)도 인기다. 8.9cm(3.5인치) IPS 패널 액정화면으로 전방 카메라는 QHD(2560x1440) 해상도다. 514만 화소 30fps로 기록한다. 시야각은 141도. 후방 카메라는 FHD(1920x1080)에 200만 화소이며 시야각은 124.4도다. 마찬가지로 2023년 4월 출시한 파인뷰 X7000 파워 와이파이 2채널(246,900원)은 8.9cm(3.5인치)의 IPS 패널을 탑재하고 있으며, 전후방 카메라 모두 QHD(2560x1440) 해상도와 514만 화소 30fps 촬영이 가능하다. 시야각은 각각 122도.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홍석표 hongdev@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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