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2차 가처분’ 14일까지 결정 내달라 요청한 이유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뉴스1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1일 16시 55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최윤범 회장 측이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결정을 늦어도 14일까지 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4일은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 공개매수가 종료되는 날이다. 만약 이날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최 회장 측 자사주 공개매수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MBK-영풍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고 가격이 더 높은 자사주 공개매수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법원이 최 회장 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바람에 결국 가처분 심문기일은 원래대로 18일에 열리게 됐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김상훈)에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을 11일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지난 8일 기각됐다. 늦어도 14일까지는 결정을 내려줄 것을 추가로 요청했으나,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민사합의50부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만 재판을 진행한다. 그런데 수요일인 9일이 한글날로 공휴일이었기 때문에, 고려아연 측이 심문기일을 금요일인 11일로 앞당겨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원래 심문기일인 18일까지 기다리기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법원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배임이라고 판단할 경우, 자사주 공개매수는 무효화되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측이 이날 자사주 공개매수 단가를 MBK-영풍 측 가격(83만원)보다 6만원 높은 89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만큼, 만약 14일에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다면 최 회장 쪽 승산은 커진다. 투자자들은 이날까지 MBK-영풍 공개매수에 청약할 수 있는데, 자사주 취득 관련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다면 굳이 주식을 83만원에 팔지 않고 갖고 있다가 89만원에 최 회장 측에 파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의 자사주 공개매수 기한은 오는 23일이다.

그러나 법원은 고려아연 측 요청을 기각했다. 우선 민사합의50부는 지금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 간 법적 분쟁을 담당하고 있어 심문기일 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 대표가 임시주주총회 소집과 어도어 사내이사 재선임을 위해 가처분 신청을 내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법원이 고려아연 측 심문기일 조정 요청을 기각한 중요한 이유가 또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법원이 심문기일 조정을 결정하고 10일에 그 사실이 공개됐다면, 당장 11일부터 시장에 큰 혼란이 왔을 것”이라며 “법원 입장에서는 시장에 그 어떤 시그널도 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양측이 심문기일 조정과 관련해 서면으로 공방하던 중 MBK-영풍 측이 “상대(고려아연)가 공개매수 가격을 더 올릴 수도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는데, 고려아연 쪽에서 이를 부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법원 입장에선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얼마까지 올리는지 확인해야 가처분 기각·인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만큼, 고려아연이 단가를 더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추측한다.

가처분 심문기일은 예정대로 오는 18일 열린다. 판단은 늦어도 23일 전까지는 나올 것으로 보인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