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이재명 대통령 되면 대북지원사업 추천하겠다고 해”

이지안 2022. 11. 2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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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욱, 유 이어 폭로전 가세
유, 성남도개공 사장 직무대리 때
“비료사업 막대한 이익” 투자 제안
남 “이화영이 주관한 사실 알게 돼”
“위례 사업권 대가 선거자금 제공”
빌린 돈 22억 용처도 상세히 설명
“대선 전엔 겁나서 말 못했다” 밝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대장동 일당의 폭로전이 본격화하면서 이 대표 측과 대장동 일당 간 또 다른 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남욱 변호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다시마 비료 사업과 관련해 “2020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대북 지원 사업으로 추천할 수 있다고 들었다”고 폭로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왼쪽)과 남욱 변호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 변호사는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사건 재판에서 “유동규가 2020년 8월 골프장에 비료를 납품하면 골프장 한 곳당 연 매출 6억원이고 골프장 10곳이면 60억원이라 금방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나중에 이재명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내가 비료 사업을 대북 지원 사업으로 추천해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막대한 이익이 생길 거니까 메리트 있는 사업’이라고 해서 혹해서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전 본부장은 정민용 변호사와 함께 다시마 비료 업체 유원홀딩스를 설립했다. 남 변호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NSJ홀딩스(옛 천화동인 4호) 회삿돈 35억원을 빼돌려 이 업체에 투자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남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도 언급했다. 그는 “유동규가 당시 그 사업을 주관할 사람이 누구라는 얘기도 했는데 기억하지 못했다가, 나중에 정민용과 대질하는 과정에서 이 전 부지사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남 변호사는 위례신도시 및 대장동 사업에서 아파트 분양을 대행한 업자 이모씨에게 2014년 4∼9월 빌린 돈이 약 22억5000만원이라면서 용처를 세세히 설명했다. 그는 “그중 최소 4억원은 이재명 시장 측에, 12억5000만원가량은 김만배에게 전달됐다”면서 “저희가 위례 사업권을 받는 대가로 선거 자금을 약속했고, 이씨에게 돈을 빌려 김만배에게 제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이 대표와 선거운동을 같이 한 강한구 전 성남시의원에게 5000만원, 최윤길 전 성남시의장에겐 6000만원, 성남도개공의 유동규 전 본부장과 고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에게 각 1억원과 2억원, 한 종교 단체에 1억8000만원이 전달됐다고 증언했다.

남 변호사는 김씨가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팀에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모씨 선처를 부탁했다는 폭로도 했다. 그는 “김만배가 조씨의 선처를 바란다는 부탁을 직접 했다고 들었다”면서 김씨가 당시 변호사이던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조씨에게 소개하고 1500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구속된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연합뉴스
성남도개공 설립 로비스트 역할을 하며 대장동 사업에 뒤늦게 합류한 김씨의 영향력이 커진 이유로는 “2014년 이재명 (성남)시장의 재선 과정에서 역할을 맡아 이 시장 측근인 정진상, 김용과 의형제를 맺고 천화동인 1호 지분을 이 시장 측이 갖기로 합의하면서 사업 주도권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남 변호사는 천화동인 1호 지분에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 측 지분이 있다는 것을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말하지 않은 이유로 “(20대 대통령) 선거도 있었고, 겁도 났다. 입국하자마자 체포돼 조사받는 과정에서 정신도 없어 솔직히 말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대북 지원 사업과 관련해서도 “대선 관련 이슈가 될 것이 걱정돼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검찰 독재 정권의 어떤 탄압에도 민주당은 흔들림 없이 민생과 경제를 챙기고 평화와 안보를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남 변호사는 지난해 검찰 조사에선 이 대표와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그때도 대장동 사업 수익 4040억원 중 가장 많은 약 1208억원을 배당받은 화천대유자산관리 관계사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 논란이 일었다.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낸 녹취록에 김씨가 “(천화동인) 1호 절반은 ‘그분’ 것이다”라고 말한 내용이 포함됐다는 의혹 보도가 이어졌는데, 남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이재명하고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법조계에선 대장동 일당의 변심 배경에 ‘정치적 이해관계’를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 초기에는 대선 전이다 보니, 이 대표가 당선되면 자신들을 보호해줄 거라 생각했을 수 있다”며 “이제 보호해줄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바뀐 수사팀이 새로운 증거들로 압박하니 버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화동인 1호의 명목상 소유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씨도 이 대표와 천화동인 1호 지분 관련성을 부정했는데, 오는 24일 출소 시점에 입장을 뒤집을지 주목된다. 한 변호사는 “김씨 결심에 따라 천화동인 지분이나 선거 자금 관련 의혹 외에 ‘50억 클럽’ 등 의혹까지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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