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존비즈온 매각]① '창업주→사모펀드' 확 바뀌는 지배구조

더존비즈온의 매각 배경과 의미에 대해 분석합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더존비즈온 사옥과 회사 로고 /이미지 제작=강준혁 기자

국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장 2위인 더존비즈온이 스웨덴 사모펀드 EQT에 넘어가면서 창업주 김용우 회장이 이끌던 창업주 경영체제가 막을 내리게 됐다. 이번 거래에 따라 더존비즈온은 설립 이후 처음으로 글로벌 자본이 주도하는 새 거버넌스 체제로 전환한다.

새 주인 맞는 ERP 강자

EQT는 7일 더존비즈온에 약 1조3158억원(주당 12만원)을 투자하기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EQT는 김 회장 지분 23.2% 전량과 신한금융그룹 계열사들의 14.4%를 인수해 총 37.6%(자기주식 제외)의 경영권 지분을 확보한다. 자사주를 포함하면 34.8%다.

인수 대상 주식은 김 회장의 보통주 677만1184주, 신한밸류업제일차의 보통주 311만552주, 신한더존위하고제일차 제1종 우선주 72만2117주, 신한더존위하고제이차 제1종 우선주 36만1056주 등이다. EQT는 이들이 가진 지분 전량을 사들인다. 그럴 경우 EQT는 더존비즈온의 보통주 988만1736주, 제1종 우선주 108만3173주 등 총 1096만4909주를 보유하게 된다.

거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 및 산업통상자원부의 인허가 절차를 거쳐 마무리될 예정이다. 인수는 EQT의 특수목적법인(SPC)인 도로니쿰이 진행한다.

EQT에 인수된 후 더존비즈온의 지분 변화 /자료=금김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강준혁 기자

이번 거래로 더존비즈온은 창업자 중심 경영에서 글로벌 사모펀드가 이끄는 체제로 전환한다. 김 회장은 오랜 기간 회사의 전략과 비전을 주도하면서 ERP·세무·회계 소프트웨어를 토대로 더존비즈온을 국내 대표 기업용 솔루션 회사로 키웠다. 그러나 자녀들이 모두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가족승계 대신 외부 매각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존비즈온은 앞서 신한금융그룹 계열의 SPC 신한밸류업제일차를 2대주주로 두고 있었다. 신한 계열은 2019년 부영을지빌딩 매입 당시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자금을 지원하며 재무적투자자(FI) 역할을 해왔다. 이번 EQT 인수에는 이 지분도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단순한 투자 유치가 아닌 근본적인 지배구조 변화로 보고 있다. 이에 그동안 창업주 개인의 판단에 의존하던 의사결정 구조가 글로벌 사모펀드 체제로 넘어가면서 기업의 투명성과 경영효율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RP 상징성 가진 김용우

더존비즈온의 기업사는 다소 복잡하다. 회사는 1991년 설립 이후 국내 중소기업에 기업용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공급해왔다. 2003년에는 ERP 전문기업 더존다스가 설립되면서 전국 단위의 조직이 하나로 통합됐다. 이후 플라스틱 제조 업체 대동(1977년 설립)을 인수합병(M&A)해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우회상장했으며, 이 과정에서 공시상 창립연도도 1977년으로 변경됐다. 이때 더존비즈온이라는 사명이 등장했다.

현재 더존비즈온은 공식 홈페이지 등에서 더존다스의 설립연도인 2003년을 창립연도로 명시하고 있다. 김 회장은 더존다스 창업주로서 상징적 사업인 ERP를 이끌어온 인물로 평가된다.

EQT는 지속가능 경영을 핵심 철학으로 내세우는 글로벌 사모펀드(PEF)로 인수 기업에 최소 5년 이상 장기투자를 이어가는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 수익성보다는 내부 시스템 강화, 글로벌 거버넌스 정착,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심 경영을 중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인수를 계기로 국내 ERP 시장의 판도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존비즈온의 국내 ERP 시장 점유율은 16.6%로 SAP(20.5%)에 이어 2위다.

강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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