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사일 180여발로 보복 공격…이스라엘 “큰 피해 없다, 재보복”
이란이 1일 이스라엘을 향해 총 180여발의 미사일을 동원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지난 4월 13일과 14일 무인기(드론)와 순항·탄도 미사일 300여기로 이스라엘을 공습한지 5개월여 만이다. 약 1시간 동안 계속된 이날 공격으로 이스라엘 전 지역에 공습 경보가 발령되고, 수백만명의 이스라엘 시민들이 일제히 방공호로 대피했다. 이스라엘이 입은 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이란에 재보복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이 지역의 확전 위기는 계속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후 7시30분경(현지시각) 긴급 성명을 통해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수백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이란이 탄도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알린지 약 1시간 만이다. 이스라엘군은 곧이어 공습 경보를 발령하고, TV와 라디오를 통해 “시민들은 즉시 방공호로 피신하고, 공습 경보가 해제되기 전까지 나오지 말라”고 알렸다. 또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은 방공망에 의해 요격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전 국민의 휴대전화를 통해서도 같은 내용의 대피 명령이 전해졌다.
이란 혁명수비대도 이스라엘의 공습경보 발령 30여분만인 오후 8시경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에 수십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의 군사·안보 핵심 시설을 겨냥한 것”이라며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와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압바스 닐포루샨 혁명수비대 부사령관의 살해에 대한 보복이다”라고 했다. 하니예는 지난 7월 31일, 나스랄라와 닐포루샨은 지난달 27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이 이번 공격에 보복하면 더 압도적인 공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로이터는 이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미사일 공습 명령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가 내렸다”고 전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은 1시간 10여분간 지속됐다. 공습 내내 이스라엘 전국은 물론 인접국인 레바논과 요르단, 시리아 등에서도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이 목격됐다. 로이터는 “이중 상당수가 이스라엘과 요르단, 시리아 남부 상공에서 요격되는 모습이 보였다”고 전했다. 요르단 영공을 지난 일부 미사일은 요르단군의 방공망에 격추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미디어에는 이스라엘 최대 도시인 텔아비브 상공에서 미사일이 폭발하는 모습, 이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날아가는 미사일을 담은 영상들이 속속 올라왔다. 공습 내내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 이착륙이 일시 중단됐고 요르단과 이라크 등 인접국 영공이 폐쇄됐다.
미국도 즉시 이스라엘 지원에 나섰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 공격을 시작한 직후) 중동 주둔 미군에 ‘이스라엘 방어를 지원하고 이스라엘을 겨냥한 미사일을 격추하라’고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백악관 상황실에서 이란의 공격을 모니터링하고 있고, 국가안보팀으로부터 계속 상황 보고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군은 지난 4월 13일 이란의 이스라엘 무인기(드론)·미사일 공습 때도 요격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이스라엘 방공망과 미군 등 동맹국 공군의 활약으로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의 약 99%가 격추돼 이스라엘은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오후 8시40분경 공습 경보를 해제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공습 직후 브리핑을 통해 “다층 방공망이 완전히 가동돼 미사일 위협을 탐지하고 요격했다”며 “180여발의 미사일 상당수를 격추했고, 이스라엘 중부와 남부에서 일부 타격이 있었지만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에 미사일 파편이 떨어져 1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텔아비브에서도 이스라엘 민간인 2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란 국영TV는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된 미사일의 80%가 목표물에 명중했으며, 이스라엘 남부 네바팀 공군기지의 F-35 스텔스 전투기 20대가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또 “이란 혁명 수비대가 이스라엘 공격에 처음으로 극초음속 ‘파타’미사일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이스라엘의 군 기지에 이란의 미사일이 떨어졌다”고 주장하는 영상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스라엘군은 이에 대해 즉각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미국 백악관은 “이스라엘의 항공기나 전략자산의 손실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이란의 이번 이스라엘공격은 실패하고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보복을 다짐했다. 하가리 수석대변인은 “이번 공격은 매우 심각한 것이며, 이란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행동(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들은 “이란의 석유 생산 시설과 핵시설이 목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4월 13~14일 이란의 공습을 받은지 5일만인 같은달 19일 사상 처음으로 이란 본토 이스파한의 군 기지를 공격했다. 이곳은 나탄즈 우라늄 농축 시설 등 이란의 핵개발 시설이 모여있는 곳이다.
그러나 확전을 우려하는 미국과 국제 사회가 이스라엘의 재보복을 그대로 두고 볼지는 미지수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란의 행동에 대한 대응과 대처 방법과 관련해 다음 단계를 이스라엘과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의 보복 계획에 관여할 뜻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이란과 그 대리세력의 추가 위협과 공격을 계속 모니터링하겠다”며 “우리는 (이란의) 이번 공격에 대한 후과, 엄중한 후과가 있을 것임을 분명히 해왔으며, 이를 위해 이스라엘과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이란에선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을 축하하는 광경이 목격됐다. 현지 매체들은 “이란의 미사일이 이스라엘로 날아가는 것을 보고 베이루트와 가자 지구 곳곳에서 함성이 터져나왔다”며 “많은 이들이 환호하고 휘파람을 불며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쳤다”고 전했다. 가자 지구 무장단체 하마스도 환영 성명을 냈다. 하마스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스라엘 점령군의 지속적인 범죄에 대응하고, 우리 민족의 영웅적인 순교자들의 피에 대한 보복을 위해 단행한 영웅적 미사일 공습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이날 이란의 공습이 큰 피해를 내지 않은 것과 관련해선 ‘이란이 미리 공습 사실을 알려준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는 이란 고위 관리를 인용해 “이란 정부가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격에 앞서 이를 러시아에 알렸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은 공격 직전 외교 채널을 통해 이란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공습 때도 이란은 비슷한 의심을 받았으나 이를 극구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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