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받던 대전 ‘특화거리’ 뒷골목 신세
[르포] 대전 특화거리 2곳 가보니
한복 패션대회도 열던 동구 한복거리
예식업체 등 바뀐 의복문화에 빛 잃어
인근 공구특화거리도 같은 처지 ‘한산’
"예전에는 한복 맞추려고 충남, 충북 할 것 없이 여기로 왔는데, 지금은 말도 못 할 정도로 상권이 다 죽었지."
최근 대전 동구 원동 한복거리에서 만난 상인 원모(67) 씨는 푸념을 내놨다.
커다랗게 설치된 한복거리 입간판을 지나고 한복거리에 들어서자, 사람의 발길이 끊김은 물론 적막함까지 흘렀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비단과 함께 화려하게 수놓은 한복들은 벽에 걸려있지만, 쇼윈도 위에 놓인 한복 소개 책자는 손님을 맞은 지 오래됐는지 먼지만 수북하게 쌓였다.
몇몇 한복점은 불 꺼진 상태를 유지했고, 임대문의 현수막을 걸어놓은 가게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상인들은 손님을 기다리다 지쳐 TV를 시청하거나, 수선을 위한 재봉기만 애석하게 만지작거렸다.
한복점 사장 양모 씨는 "예전에는 한복 패션대회를 열 정도로 특화거리만의 분위기가 났는데, 지금은 해를 거듭할수록 손님도 줄어들고, 매출도 떨어지는 게 체감된다"며 "한복 문화가 바뀐 것도 있지만, 대형 예식장업체에서 자체적으로 한복을 구비해놓다 보니 결혼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지 않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1997년 특화거리로 지정된 한복거리는 160여개의 한복도·소매업소와 120여개의 한복 수선업소가 있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지만, 지금은 한복점이 40여 곳가량 남았다고 상인회는 전했다.충청권의 한복 산업을 이끌던 한복거리가 사양길을 겪으면서, 특화거리로서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인근에 위치한 공구특화거리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다.
대전천변 중심으로 위치한 공구특화거리는 전동, 기계, 절삭부터 잡철, 소형 건설장비 등을 구입할 수 있는 대표 공구 거리다.
과거 대전의 제조업을 이끌던 중심 거리였지만, 이날 13곳의 가게만 문을 열었을 뿐 남은 점포들의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공구업체 사장 이모 씨는 "공구특화거리라고 해서 이곳에 자리 잡게 됐는데 일반 골목상권과 특별한 차이를 못 느낀다"며 "교통이 불편해 사람도 잘 다니지 않다 보니 거리가 슬럼화가 되고 있다. 지자체에서 이 거리에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구거리는 시장에서 장을 본 시민들만 하나 둘 씩 지나다닐 뿐 한산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시민 허모(68) 씨는 "예전에는 밤 10시까지 다들 영업했는데 요새는 오후 5시만 돼도 이곳 공구 가게들이 셔터를 내린다"며 "특화거리라고 부르지만, 장사가 안되다 보니 오래 터전을 지키던 가게들이 타지역으로 떠나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강승구 기자 artsvc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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