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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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경계는 우리 몸 곳곳의 정보를 모아 활동을 조율하는 복잡한 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기쁨과 안전의 감정을 위해서는 자신의 ‘반짝이는 빛(Glimmer)’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자율신경계의 오작동으로 인한 각성 상태
우리의 신경계는 특정 신호에 의해 위험 신호의 방아쇠가 당겨진다고 합니다. 뇌가 현재의 상황을 해석할 때, 과거의 충격적인 사건을 마치 지금 일어나는 것처럼 연관시켜 뇌와 신체를 고도의 각성 상태에 이르게 합니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투쟁 도피와 같은 반응을 함으로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고 오작동한 결과이지요.
각성 상태가 되면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신체의 반응을 조절하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심박수와 혈압이 증가하고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위험에 대비하게 됩니다. 이 시스템이 너무 자주 또는 너무 오래 활성화되면 우리는 심리적 안정성을 잃고 기쁨이나 안전감으로부터 멀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우리의 자율신경계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합니다. 우리가 일부러 숨을 쉬라고 말하지 않아도 숨을 쉴 수 있는 것처럼, 별도의 지시를 하지 않아도 환경을 스캔하고 신호를 찾아 활동의 명령을 내리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여러 가지 트라우마를 깊고 다양하게 가질수록 우리의 자율신경계는 오작동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기쁨이나 안정감을 되찾기 위한 글리머의 발견
희미하게 반짝이는 빛을 의미하는 글리머(Glimmer)의 개념은 1955년 행동 신경 과학자 스테판 포게스(Stephen Porges)가 제안한 ‘폴리바갈(Polyvagal Theory) 이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이론은 우리의 호흡이나 무의식적인 행동을 제어하는 자율신경계가 특정 신호를 찾고 인식함으로서 투쟁 도피의 상황에서 기쁨이나 안전감을 되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폴리바갈 이론에 따르면, 글리머는 내부와 외부에서 찾을 수 있는 일종의 활동을 통해서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글리머는 희미한 빛처럼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주의를 기울여 발견하고 실행에 옮긴다면 많은 자극 속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신경계를 조율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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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신경계를 투쟁 도피 반응으로 이끄는 트리거가 마음의 작동이나 외적인 자극에 의한 것일 수 있는 것처럼, 상황과 관련된 강렬한 감정을 유발하는 방아쇠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은 자신의 글리머를 발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좋아하는 풍경을 보거나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는도 그 발견에 도움이 됩니다.
자신을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작은 반짝임을 발견하기 위해 다음의 방법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공감각적으로 풍부하게 상상하고 떠올릴수록 안정화는 훨씬 강력하게 이뤄질 수 있음을 기억하며 아래의 순서를 따라해 보세요.
첫째, 눈을 감고 평화의 순간을 그려 보세요. 어린 시절 고향, 할머니 댁, 사진으로 보았던 장소, 영화 속에서 보았던 장소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곳에 가서 시간을 보내거나, 사진을 구해 바라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필기구와 공책, 휴대폰 메모장 등을 준비하고 그것에 대해 자유롭게 적어 보세요.
둘째,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을 생각해 보세요. 따뜻하게 나를 안아주는 사람, 포근하고 따뜻한 이불과 같이 나를 안정시키는 대상의 촉감, 소리, 향기 등을 다양하게 떠올려 보세요. 태양의 따뜻한 느낌, 바다의 시원한 공기, 풋풋한 풀냄새, 경이로운 무지개, 물위를 반짝이는 윤슬, 바람을 타고 불어오는 꽃향기, 반려동물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것, 향기로운 커피 한잔 등 그 안전한 느낌을 충분히 느껴 봅니다.
셋째,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려 보세요.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자신이 따스함을 느끼는 종교인이나 특정 대상도 괜찮습니다. 그런 사람이 내 곁에 있다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 보세요. 잘 아는 사람이라면,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좋습니다. 따뜻한 느낌을 주는 영화나 드라마, 노래를 틀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우리는 안전과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주변 환경을 끊임없이 살피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과도하게 혹은 자주 위험신호를 몸으로 느끼고 있다면, 마음 속 작게 반짝이는 빛을 찾기 위한 훈련을 꾸준히 해 나가시길 권합니다.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장승용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