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BA 김민아, 610일 만의 완승…결승 4-0으로 3강 체제 만들까?

경기가 끝나는 순간, 김민아는 조용히 큐를 내려놓았다. 점수판은 11-10. 마지막 득점을 성공시키는 순간,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은 환호로 가득 찼다. 세트스코어 4-0. 여자 프로당구 LPBA 결승에서 ‘영봉승’이 나온 건 이번이 단 두 번째다. 그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걸 보여준 경기였다. 그리고 우리는 오래 기다린 장면을 보았다. “새로운 여제가 등장했다”는 말이 전혀 과하지 않았다.

이번 결승은 시작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1세트 초구부터 김민아는 4점을 올리며 주도권을 잡았다. 이후 3이닝과 4이닝에서도 차분히 득점을 이어가며 7-2로 앞섰고, 8이닝에 마무리 4점을 더하며 11-3으로 첫 세트를 가져갔다. 2세트에서도 흐름은 비슷했다. 6-3으로 앞선 상황에서 8이닝에 4점을 몰아치며 10-3으로 달아났고, 결국 11-4로 마무리했다. 김민아의 플레이는 빠르지 않았지만, 안정적이었다. 자신이 해야 할 샷만 골라서 쳤고, 실수를 거의 하지 않았다.

3세트도 김민아의 흐름이었다. 초반부터 2점씩 착실히 쌓으며 11이닝 만에 11-6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마지막 4세트는 조금 달랐다. 김상아가 초구에서 하이런 6점을 기록하며 강하게 나왔다. 잠시 김민아의 표정도 굳었다. 그러나 이후 김상아의 공격이 다섯 이닝 연속으로 막히면서 균형이 무너졌다. 김민아는 4이닝부터 점수를 차곡차곡 쌓아 7이닝에 8-7로 경기를 뒤집었다. 두 선수의 점수는 10이닝까지 10-10으로 팽팽하게 이어졌다. 긴장된 순간, 김상아가 먼저 1점을 올렸지만 바로 이어진 공격이 빗나갔다. 그 기회를 김민아가 놓치지 않았다. 마지막 한 점을 성공시키며 11-10으로 승리, 세트스코어 4-0 완승을 완성했다.

이 우승으로 김민아는 LPBA 통산 4번째 우승을 기록했다. 이미래, 김세연과 함께 최다 우승 공동 4위에 올랐고, 상금 4000만 원을 더해 누적 상금 1억9617만5000원으로 2억 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특히 이번 우승은 2023-24시즌 크라운해태 대회 우승 이후 1년 8개월, 정확히 610일 만의 트로피였다. 최근 세 번의 결승에서 연속 준우승에 그쳤던 아쉬움까지 완전히 털어냈다.

이번 대회는 토너먼트 과정도 흥미로웠다. 김민아는 16강에서 김가영을 꺾은 백민주를 잡고 결승까지 순항했다. 반대편에서는 김상아가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를 꺾고 올라왔다. 사실상 두 선수 모두 김가영-스롱 양강 구도를 흔들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결승의 주인공이 김민아였다.

결승 애버리지는 1.11로, 화려한 수치는 아니지만 실수 없는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김민아는 화려한 공격보다 안정적인 샷 선택을 택했다. 마지막 세트에서도 무리한 시도보다 차분한 마무리를 선택했다. 반면 김상아는 초반의 좋은 흐름을 길게 이어가지 못했다. 특유의 뱅크샷이 미세하게 빗나가며 점수를 잃었고, 흐름을 되찾지 못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민아는 “4-0으로 이겨서 더 기쁘다. 최근 결승에서 모두 준우승으로 끝나서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결승에서 패한 상대가 김가영 선수와 스롱 선수였다. 그 선수들이 너무 강했지만, 주눅들지 않으려 했다. 이번 우승을 계기로 3강 구도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민아의 말은 단순한 소감이 아니었다. 최근 LPBA는 김가영과 스롱의 양강 체제가 확실했다. 김가영은 이번 시즌 개막전에서 차유람을 4-0으로 완파하며 시즌을 열었고, 스롱은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며 존재감을 증명했다. 여기에 김민아가 610일 만의 우승으로 가세하면서 ‘2강에서 3강’으로의 변화가 현실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김민아의 정신력이 눈에 띄었다. 그는 “두 달 동안 회사에서 멘탈 코칭을 받았다. 불안한 생각이 들면 경기력이 떨어지는 걸 알고, 그걸 끊어내는 훈련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연습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을 멘탈 관리로 채워 넣은 결과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 그는 단 한 번도 표정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점수 차가 벌어져도, 동점이 되어도 같은 리듬을 유지했다. 그 차분함이 결국 우승을 만들었다.

준우승을 차지한 김상아도 의미 있는 경기를 했다. 지난 시즌 이후 오랜만의 결승 무대였고, 준결승에서 스롱을 꺾는 값진 승리를 만들었다. 경기 후 그는 “행운의 득점이 많아 미안한 마음이 생겼는데, 그게 결승에서도 영향을 준 것 같다. 하지만 다음에는 더 강한 마음으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LPBA는 이제 완전히 새로운 흐름을 맞고 있다. 김가영, 스롱, 그리고 김민아. 세 명이 만들어갈 경쟁 구도가 리그 전체의 흥미를 높이고 있다. 이날 김민아의 우승은 단순히 한 경기의 승리가 아니라, 리그 판도 변화의 신호탄처럼 보였다.

고양의 밤은 그렇게 끝났다. 김민아는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가족들이 대구에서 올라오느라 힘들었는데, 함께 결승을 보게 돼 행복했다”고 했다. 610일을 기다린 우승, 그리고 완벽한 4-0. 그에게 이번 우승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낸 ‘새로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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