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속 호랑이의 진짜 정체를 아시나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데몬헌터스’의 인기를 타고 호랑이’에 대한 주목도가 오르고 있다. 영화 속에서 ‘더피’라는 이름의 호랑이 캐릭터가 등장한다. 우리 민화 속 호랑이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귀여운 외모와 행동으로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편집=박설민 기자

이 가운데 ‘케이팝데몬헌터스(케데헌) 열풍’을 타고 주목 받는 동물이 있다. 바로 ‘호랑이’다. 영화 속에서 ‘더피’라는 이름의 호랑이 캐릭터가 등장한다.

우리 민화 속 호랑이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귀여운 외모와 행동으로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사실 호랑이는 역사적으로 한국인들에게 큰 의미가 있는 동물이다. 두려움과 신성함을 가진 신의 존재로, 때론 해학과 축복의 상징으로 호랑이는 우리 역사와 함께 했다.

‘시사위크’에서는 케데헌 열풍으로 다시 주목받는 ‘한국 호랑이’의 의미를 역사와 과학의 관점에서 재조명해보고자 한다.

케데헌에 등장하는 더피는 ‘서씨’라 불리는 까치와 동행하는 호랑이 요괴다. 푸른색 몸에 통통한 발, 맹한 얼굴의 외모, 쓰러진 물건을 일으켜 세우려는 귀여운 행동에 많은 팬덤을 보유했다. 영화 속에서 선과 악에서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역할이다./ 넷플릭스

◇ 까치호랑이에서 유래된 더피, ‘해학과 축복’의 상징

먼저 케데헌에 등장하는 더피는 ‘서씨’라 불리는 까치와 동행하는 호랑이 요괴다. 푸른색 몸에 통통한 발, 맹한 얼굴의 외모, 쓰러진 물건을 일으켜 세우려는 귀여운 행동에 많은 팬덤을 보유했다. 영화 속에서 선과 악에서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역할이다.

이때 더피의 모티브가 된 것은 ‘까치호랑이’다. 흔히 ‘작호도(鵲虎圖)’ 또는 ‘호작도(虎鵲圖)’라 불리는 그림이다. 16세기 말 임진왜란 시기에 처음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유래는 밝혀진 바 없다.

정식 명칭도 기록되지 않지만 우리에게 까치와 호랑이가 함께 그려진 그림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까치호랑이는 중국 원나라와 명나라 때 호랑이 화풍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17세기 이후 조선화풍으로 변화했다.

입체적인 표현은 평면화로, 사실적인 배경은 간략화된 표현주의적 화풍으로 변화했다. 이후 19세기 민화에서 자주 그려지며 우리가 알고 있는 까치호랑이 그림의 형태가 됐다.

이 같은 호랑이 그림은 예로부터 액막이 상징으로도 자주 사용됐다. 호랑이와 까치 모두 과거 조상들에게 신성한 동물로 여겨졌다. 때문에 까치호랑이 그림은 새해가 되면 잡귀를 쫓고 복을 부른다는 의미에서 ‘세화(歲畵)’로 자주 사용됐다.

뿐만 아니라 까치호랑이 작호도를 보면 호랑이가 해학적으로 표현돼 있다. 더피의 맹한 표정을 빼다박은 호랑이는 바보스러운 탐관오리를 의미한다.

호랑이와 함께 있는 까치는 민초를 상징한다. 당당하고 영리한 모습으로 표현됐는데, 이는 더피를 늘 한심하게 쳐다보는 친구 까마귀 서씨와도 닮았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원래 호랑이는 액막이이고 까치는 좋은 소식을 가져다주는 길상의 상징”이라며 “민화 까치호랑이에서는 이러한 상징과 더불어 신분간의 문제를 덧붙임으로써 감상자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고 설명했다.

더피의 모티브가 된 것은 ‘까치호랑이’다. 흔히 ‘작호도(鵲虎圖)’ 또는 ‘호작도(虎鵲圖)’라 불리는 그림이다./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 복슬복슬한 더피, 정체는 ‘아무르 호랑이’?

그렇다면 실제 호랑이와 더피가 가장 유사한 종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시베리안 호랑이, 즉, ‘아무르 호랑이’를 꼽는다. 아무르 호랑이는 현재 극동 러시아 ‘아무르(Amur)’ 지역에 서식하는 대형고양이과 동물이다. 우리에게 ‘백두산 호랑이’로 잘 알려진 종이다.

아무르 호랑이는 털이 짧고 날씬한 인도 뱅갈호랑이와 달리 수북한 털과 퉁퉁한 앞발, 큰 덩치가 특징이다. 더피의 복슬복슬한 털과 통통한 앞발의 모습을 보면 아무르 호랑이와 비슷해 보인다.

아무르 호랑이의 주요 서식지는 중국 동북부와 러시아 극동 연해주 지역 시호테알린 산맥 일대다.

인도의 벵갈호랑이와 함께 호랑이종 중 가장 큰 종으로 꼽힌다. 수컷은 2.2~3.8m, 암컷은 1.8m~2.8m까지 자란다. 몸무게는 평균 200~300kg 수준이다. 황갈색의 빛나는 털을 가지고 있으며 등과 팔을 중심으로 검은 줄무늬가 있다.

귀여운 더피의 이미지와 달리 아무르 호랑이는 시베리아 지역 최상위 포식자다. 나무, 풀숲에 매복한 뒤 먹이를 사냥한다.

강력한 발톱이 달린 앞발로 먹잇감을 공격한다. 날카로운 이빨은 먹이감의 숨통을 끊는데 사용된다. 주 먹이는 멧돼지와 사슴, 산양 등이다.

임정은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복원연구팀 선임연구원은 “캐릭터화된 호랑이라 실제 종과는 모습이 다르다”면서도 “우리나라 호랑이이니 백두산 호랑이, 시베리아 호랑이로 불리는 아무르 호랑이가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호랑이와 더피가 가장 유사한 종은 시베리안 호랑이, 즉, ‘아무르 호랑이’로 추정된다. 아무르 호랑이는 현재 극동 러시아 ‘아무르(Amur)’ 지역에 서식하는 대형고양이과 동물이다. 우리에게 ‘백두산 호랑이’로 잘 알려진 종이다./ 사진=한국범보전기금

◇ 조선시대, 조상들을 떨게 만든 ‘산신’의 공포

우리 모두 함께 어깨춤을 덩실 더덩실
눈을 뜨면 사라질 곡두여
이밤 산군의 길 위에서
너를 데려가겠노라

-안예은, 창귀(倀鬼)-
과거 조상들에게 호랑이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중 대표적인 이야기가 ‘창귀(倀鬼)’다. 호랑이 혹은 표범으로 분류되는 ‘범’이 사람을 잡아먹으면 희생자가 창귀가 된다고 한다./ 생성형 AI로 제작된 이미지

까치호랑이부터 더피까지 과거와 현재를 거슬러 호랑이는 우리에게 익숙하면서 인기있는 동물이었다. 하지만 과거 조상들에게 호랑이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다. 산간 지역에서 호랑이게 습격당해 죽는 사람 숫자가 굉장히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한반도는 국토 70%가 산으로 이뤄져 호랑이가 살기에 적합한 장소였다. 때문에 과거 조상들은 호랑이와 마주칠 확률이 굉장히 높았다.

이에 호랑이에게 공격당하는 것을 ‘호환(虎患)’이라 부르며 두려워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호환에 대한 기록이 600여건이 넘게 기록돼 있을 정도다.

그중 대표적인 이야기가 ‘창귀(倀鬼)’다. 호랑이 혹은 표범으로 분류되는 ‘범’이 사람을 잡아먹으면 희생자가 창귀가 된다고 한다. 창귀는 범에게 영혼이 종속돼 구천을 떠돌게 된다. ‘호귀’, ‘영선(靈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때 호랑이에게서 창귀가 벗어나기 위해선 다른 사람이 호랑이에게 잡아먹혀야 한다. 창귀는 가족과 친척, 친구 등 가까운 지인부터 유혹해 호랑이의 먹이로 바친다고 한다.

때문에 과거 호환을 당한 가족과는 연을 맺지 말고 결혼조차 하지 않았던 풍습이 존재했다고 한다.

‘호식총’은 호환과 창귀에 대한 두려움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는 호환으로 인한 희생자의 머리, 신체 일부를 무덤으로 만든 것이다.

시신을 화장한 후 습격당한 장소에 시루를 엎어 덮는 형태다. 이 시루 가운데는 칼을 꽂아 창귀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봉인했다.

‘호식총’은 호환과 창귀에 대한 두려움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는 호환으로 인한 희생자의 머리, 신체 일부를 무덤으로 만든 것이다. 시신을 화장한 후 습격당한 장소에 시루를 엎어 덮는 형태다. 이 시루 가운데는 칼을 꽂아 창귀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봉인했다./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 호환과 창귀, 현대시대의 재해석

이처럼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호환과 창귀는 현대에 들어 과학적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호환의 경우 호랑이가 인간을 주요 먹잇감으로 생각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시대 인간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호랑이의 영역과 겹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무르 호랑이는 하루 20km를 이동하며 400km² 이상의 영역을 가진다.

임정은 국립생태원 연구원은 “조선시대, 인구가 증가하고 경작지가 늘면서 기존 호랑이가 살던 곳에 사람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호환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를 보면 유사한데 숲을 개간하면서 호랑이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해 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창귀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연구도 있다. 염승연 전남대 국어국문학과 연구원은 2022년 발표한 연구 논문 ‘호환(虎患)에 기반한 체험주의적 상상력-창귀(倀鬼)와 설화’에서 창귀가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공포에 따른 사회적 대응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염승연 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일반적인 죽음은 ‘일생의례(一生儀禮)’에 따른 사회적 의미를 단절시키면서 영혼이 저승으로 이동시키는 종교적 의미가 함축돼 있다. 하지만 호환은 예기치 못한 비극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죽음의 절차’와는 다르다. 때문에 여기에 대한 두려움이 상상력의 일환으로 나타난 실체가 창귀라는 것이다.

또한 창귀가 일종의 공동체의 유지를 위한 장치였다는 게 염승연 연구원의 설명이다. 창귀가 가족이나 지인을 호랑이로 인도하는 것은 일종의 죄책감에서 유래됐을 가능성이 있다.

즉, 호환은 사회공동체 모두에 책임이 있지만 그러한 책임을 특정 개체, 즉, ‘창귀’에게 전가함으로서 그 죄책감을 덜어내는 선택을 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염승연 연구원은 “과거의 창귀는 호환의 피해로 인한 신체적 경험이 은유화 되어 예측 불가능한 죽음이자 공포로 다가왔을 것”이라며 “더 나아가 호환의 연쇄적 피해에 대해 실체를 부여하고 이로 인한 또 다른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기제인 속신이 발생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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