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보경사 주지 탄원 스님 “‘K-불교’ 성장 가능성 높아”

이영균 2023. 5. 27. 23: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산문 열고 대중 속으로 들어가겠다
문화재 관람료 무료화 이후 보경사 방문객 3배 증가
K-문화처럼 템플스테이 등 K-불교도 성장 가능성 커

불교의 본질은 참선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절 집을 찾는 대중들이 줄고 수행자도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MZ세대로 대변되는 젊은층의 발길도 뜸하다. 시대 흐름에 맞는 불교의 대변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불기 2566년 부처님오신날(5월 27일)을 맞아 불교의 대중화를 위해 '문화가 곧 포교'라고 주장하며 산문을 활짝 열고 대중 속으로 나아가고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문화부장이자 경북 포항 천년고찰 보경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는 탄원 스님(사진)을 만나 한국 불교 중흥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탄원 스님은 상월결사로 한국 불교 중흥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자승 스님을 은사로 1990년 출가했다. 대덕사, 해룡사 주지와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사무국장, 호법국장, 16, 17대 중앙종회의원 등 조직 내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2021년 9월 보경사 주지에 보임됐고 2022년 9월 진우 총무원장 스님으로부터 문화부장 임명장을 받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불교란, k-불교란

법문이 없더라도 절 집을 찾고 절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포교다. 사찰을 개방하고 문턱을 낮춰 대중들과 소통해야 한다. K-불교는 참선, 사찰음식, 템플스테이, 연등화가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참선은 명상이라 볼 수 있고 사찰음식은 불에 데치고 손 끝으로 간을 맞추는 건강식이다. 템플스테이나 연등회는 한국에서만 경험이 가능하다. 연등회는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서 가치도 높다. 'K-문화'처럼 'K-불교'도 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5㎝의 기적,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 세우기 종책사업으로 추진

열암곡 마애부처님은 경북 경주시 내남면 노곡리 산 119번지 열암곡 석불좌상에서 남동쪽으로 30여m 떨어진 위치에 있다. 2007년 5월 22일 열암곡 석불좌상 복원 정비사업 관련 발굴조사 과정에서 연구원에 의해 발견됐다. 부처님의 콧날과 바닥이 5㎝ 떨어져 부처님 얼굴이 온전하게 보존돼 '5㎝의 기적'이라 불리고 있다. 입불은 발견 당시부터 수차례에 걸쳐 용역과 연구가 진행됐지만 길이 6m, 무게 80t에 이르는 엄청난 크기의 석상을 들어 올리기가 어려워 현재 진행행이다. 열암곡 마애부처님은 통일신라 문화의 전성기인 8세기 후반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라 마애불 중 예술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은 지난 해 10월 취임과 동시에 입불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불제자로서 부처님을 온전하게 모시는 것은 당연할 일이자 1700년 한국 불교의 위상 제고와 불교 중흥에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조계종은 오는 8월께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들어간다. 똑 같은 크기와 무게의 모형을 만들어 비슷한 장소에서 실제로 들어 올리는 시뮬에이션을 여러 차례 할 계획이다. 조계종은 지난 3월 특별기도 입재식을 시작으로 4월 14일 열암곡 마애불상 학술대회, 4월 19일 '천년을 세우다' 추진위 출범식 등 본격적인 입불 대장정에 나섰다. 열암곡 마애불 바로 세우기 공동 추진단장인 탄원 스님은 최종 입불은 오는 2025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첨단 장비를 이용해 부처님 존안부터 먼저 화상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 세우기는 현재 조계종 미래본부 '천년을 세우다;의 중요 종책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탄원 스님은 "입불은 과거 천년을 세워 미래 천년을 열겠다는 의미를 담은 과업"이라며 "국민적 염원을 담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처님이 바로서면 한국 불교, 대한민국이 일어서고 신라 천년 불교가 바로 서면 미래 천년이 밝아질 것이란 믿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천년고찰 보경사는?

빼어난 풍광으로 경북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내연산에 있는 천년고찰이다. 602년 신라 진평왕 때 지명법사가 창건했다. 수려한 계곡과 경북 3경의 하나로 꼽히는 12폭포에서 사시사철 맑은 물이 등산로를 따라 흘러 등산객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보물급 문화재도 다수 보유해 경북 뿐 아니라 동해안 일대 최대 명찰로 이름나 있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등산객과 관람객, 신도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5월초부터 문화재 관람료 무료화되면서 평소보다 방문객이 3배 가량 급증한 상태다.

◆산문을 활짝 연 보경사 미래는

절 뒷편 4㎞ 구간에 탐방로를 조성할 계획이다. 경관 조명도 설치해 주간은 물론 야간에도 남녀노소 누구나 방문할 수 있도록 개방할 예정이다. 일주문 왼편 2만여평 부지도 체험학습장 조성을 위해 현상변경을 최근 완료했다. 사찰 후문쪽 700여평 부지도 주차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상가 입구에 있는 공영주차장도 지자체의 요청이 있으면 인접한 사찰 소유 토지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무엇보다 보물 제1609호인 보경사 괘불탱화를 국보 승격을 추진하고 있다. 괘불탱화가 국보로 승격되면 보경사는 포항에서 국보를 보유한 유일한 사찰로서 지역민의 자긍심이 고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천왕문의 보물 지정여부도 관심사다. 비지정문화재인 사천왕문 보물 지정은 그만큼 문화재적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일주문과 괘불탱화를 비롯한 유서 깊은 문화재를 전시 관람할 수 있는 박물관(개방형 수장고) 건립도 구상하고 있다. 개방형 수장고 사업은 각종 국가지정 보물을 원래 있던 그 자리에 그대로 전시함으로써 보는 이가 그 진가를 깨닫고 제대로 느끼게 하기 위해 추진한다. 공양간을 후문 주차장 쪽으로 확대 이전해 방문객들에게 사찰음식을 맛볼 기회를 제공하고 내연산을 찾는 등산객들의 편의를 위해 화장실 설치도 포항시와 협의중이다.

◆조계종 문화부장과 보경사 주지 겸직은

조계종 문화부는 종단을 홍보하고 연등회와 축제, 미술대전, 불교문화대전 등 각종 행사를 담당한다. 불교문화를 알리는 첨병이다. 탄원스님은 주말이면 포항과 서울을 수시로 왕래하느라 힘들고 불편함 점이 적지 않다. 하지만 겸직도 상승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다양한 인사들과 접촉이 많고 친분이 쌓이다 보니 종단과 보경사의 각종 현안사업 추진에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탄원스님은 신도들을 자주 보지 못해 늘 미안함 마음이 크다고 말한다.

◆향후 보경사는

보경사는 더 이상 속세와 동떨어진 고즈넉한 산사가 아니다. 1400년 묵언 수행을 끝내고 산속에서 성큼성큼 걸어나와 대중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불교 신도든 아니든 종교에 구애됨 없이 드나들 수 있는 곳, 청소년들이 각종 문화예술을 즐기며 마음 껏 질풍노도를 발산하는 곳으로 변화하고 있다. 보경사는 산문을 활짝 열고 대중 속에서 한국불교의 중흥을 꿈꾸고 있다.

포항=이영균 기자 lyg0203@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