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결혼이주여성 6천956명···'언어·돌봄' 취업 장벽 여전
결혼이주여성 400명 조사
비공식 취업 경로 의존
의사소통 어려움 47.8%
돌봄 부담에 이직도 제한
체류기간별 정책 등 필요

#광주 광산구에 10년째 거주 중인 베트남 국적의 결혼이주여성 A(34)씨는 최근 구직에 나섰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고민이 깊다. 지난해 같은 나라 출신 지인의 소개로 동네 식당에서 설거지와 재료 손질을 하는 주방 보조 일을 시작했지만, 유치원생 자녀를 돌보면서 일을 병행하기 쉽지 않았다. A씨는 “아이를 돌보면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고 싶지만 취업 정보도 부족하고 기회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세계 여성의 날(3월8일)을 맞았지만 광주 지역 결혼이주여성들의 취업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체류에도 언어와 돌봄 부담 등이 겹치며 노동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광주여성가족재단이 발간한 ‘광주지역 결혼이주여성 취업 실태와 정책과제’에 따르면 광주 지역 결혼이주여성 400여명을 대상으로 취업 실태를 조사한 결과, 결혼이주여성은 체류 기간이 길어질수록 귀화와 한국어 소통, 경제활동 참여 비율이 함께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취업 과정에서는 여전히 다양한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 정보를 얻는 과정에서도 공공기관보다 지인 소개 등 비공식 경로 의존도가 높아 정보 접근성의 한계도 드러났다.
응답자 가운데 현재 직장에 대한 정보 획득 경로로 본국인 친구·이웃의 소개를 꼽은 비율이 35.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온라인 사이트 검색 22.6%, 한국인 친구·이웃 소개 13.2% 순이었다. 반면 공공기관(8.8%)이나 외국인 지원기관(8.2%), 사설 직업알선기관(3.8%)을 통한 취업은 매우 적었다.
근무 중 겪는 어려움으로는 의사소통 문제가 47.8%로 가장 많았고 문화적 차이 45.9%, 건강에 좋지 않은 작업 환경 34.0% 등이 뒤를 이었다.
언어문화 장벽은 취업 준비 과정뿐 아니라 실제 업무 수행에도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취업 정보를 얻거나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직장 내에서도 업무 이해나 동료와의 소통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성을 활용하기보다 단순 서비스업이나 생산직 등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일자리로 진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육아와 가사 부담 역시 결혼이주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자녀 양육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장시간 근무가 어려워 취업을 포기하거나 단시간 일자리를 선택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퇴사·이직을 경험한 응답자 가운데 36.6%는 가사와 육아·돌봄 부담을 이유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결혼이주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개인의 생계 문제를 넘어 지역사회 통합과 지속 가능한 인구 구조 측면에서도 중요한 과제라고 보고 있다.
재단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혼이주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을 지원하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기관 간 네트워크·협력 확대, 취업자 사후 관리 시스템 마련, 체류 기간별 맞춤형 지원 정책, 수요 맞춤형 취업 프로그램 기획·운영, 가사 및 자녀 돌봄 지원 정책의 다국어 홍보와 접근성 확대, 배우자 및 사업주의 다문화 감수성 제고 등 종합적인 정책 지원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특히 단순한 일자리 알선에 그치지 않고 결혼이주여성의 경력과 역량을 고려한 직업훈련과 취업 연계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광주여성가족재단 관계자는 “결혼이주여성의 양질의 일자리 확보를 위해 수요자 중심의 유연한 행정 체계로 지원기관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며 “기관 간 유기적 연계 의무화, 자조 모임을 통한 동기부여 확대, 개별 맞춤형 취업 전문 상담사 역할 부여 등을 통해 건강한 임금노동 환경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4년 기준 광주에 거주하는 결혼이주여성은 6천956명으로 집계됐다. 국적별로는 베트남이 1천131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계 965명, 필리핀과 캄보디아가 각각 289명으로 나타났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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