阿 간 교황 “용서만이 평화 이룰 수 있어”
충혼탑 찾는 등 연대·화합 강조
트럼프 공격에도 순방길 올라
중동 전쟁 비판 소신 안 굽혀
현지 자폭테러… 교황과는 무관
알제리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순방에 나선 레오 14세 교황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국면 속에서 “평화와 용서”를 강조했다. 역대 교황 가운데 수니파 이슬람교도가 99%를 차지하는 알제리를 방문한 것은 레오 14세가 처음이다.

교황은 아프리카 성모대성당에서 신도들과 만나 1992~2002년 알제리 내전 당시 희생된 신부와 수사, 수녀 등 19명의 성직자를 기렸다. 교황은 “알제리 국민과 함께하기를 선택해 순교한 19명을 특별히 떠올린다”며 “그들의 피는 열매 맺기를 결코 멈추지 않는 살아 있는 씨앗”이라고 말했다. 또 알제리의 가톨릭 공동체를 향해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그들의 생명을 내어 준 여러 증인들의 상속자”라고 말했다.
이날 교황은 알제리 최대 이슬람 사원인 그레이트 모스크를 방문해 종교 간 공존 메시지도 강조했다. 그는 “기도와 진리 탐구, 인간 존엄에 대한 인식을 통해 서로를 존중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알제리 방문 이틀째인 14일 북동부 도시 안나바로 향했다. 안나바는 고대 로마 도시 히포 레기우스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아우구스티누스 성인(354∼430)이 30년간 주교로 있던 곳이다.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출신인 레오 14세 교황은 지난해 5월 선출 직후 자신을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아들’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교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판 논란 속에 이번 순방길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황이 이란 전쟁을 비판한 데 대해 “교황으로서 일을 잘하고 있지 않다”고 비난하며 “급진 좌파에 영합하지 말라”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교황은 “평화와 화해를 촉구하는 것은 복음에 뿌리를 둔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알제리에서 14일 하루에만 2건의 자살폭탄 공격이 벌어져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2건의 공격이 벌어진 곳은 알제에서 남서쪽으로 약 45㎞ 떨어진 블리다로 교황의 방문 지역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르몽드는 알제리 정부가 교황 방문 중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우려해 이번 공격 소식이 즉각적으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했다며 교황청 관계자들도 몇시간 뒤에 이 소식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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