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자금조달 진단] SK에코플랜트, 2270억 CP 발행 까닭은

/사진 제공=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가 올해 1분기 30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최근 두 달간 2270억원의 기업어음(CP)을 추가 발행했다. 올 1분기 현금흐름 순유출을 기록한 가운데 만기 구조가 상대적으로 짧은 단기 사모시장을 찾은 것이다.

회사채 한도 채우자 기업어음 선회…364일물로 차환

26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지난 4월 16일부터 5월 22일까지 총 71건, 2270억원 규모의 신규 CP를 발행했다. 발행 단위는 5억원부터 100억원까지 나뉘었으며 만기는 364일이다.

조달 창구의 변화가 눈에 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월 제185회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500억원 모집에 1조210억원을 모았고 당초 계획한 최대 한도인 3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했다. 공모채 시장 접근성이 확인됐음에도 불과 두 달 만에 만기가 짧은 CP 시장으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조달한 회사채와 기업어음은 모두 기존 만기 도래 채권의 상환에 사용됐다. 3월 말 잔액 기준 2260억원이다. 10~180일 구간에 몰려 있던 만기는 내년 4~5월로 미뤄졌다.

SK에코플랜트가 공모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고 CP를 활용한 이유는 장기 회사채 추가 발행에 따른 금리 부담과 투자자 한도 소진 문제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등급 A-인 건설·인프라 계열사가 한 차례 3000억원을 발행한 직후 곧바로 2000억원대 공모채를 또 찍는 것은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2년물 금리(연 4.76%)가 1년물(연 3.91%)보다 높았던 만큼 만기를 무리하게 늘리기보다 364일물로 넘기며 조달 비용과 시장 피로도를 낮추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조달 시장 분산 목적도 있다. 3000억원을 이미 소화한 공모채 투자자(기관)에게 추가 물량을 넘기기보다 단기 자금 수요가 있는 사모 시장을 활용해 투자자군을 분산했다. 1분기 말 SK에코플랜트의 연결기준 회사채 잔액 9870억원 중 4910억원은 1년 안에, 4960억원은 1~2년 후 만기 도래한다. 발행 잔액 대부분의 만기가 2년 안에 몰려 있음을 감안할 때 공모채 단일 창구보다는 단기 사모시장을 활용해 조달원을 다변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

'영업익 9000억'  대규모 현금 유출 동반

챗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 과정을 거쳐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표면적인 재무지표는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 연결 기준 SK에코플랜트의 부채비율은 176.2%로 전년 말(192.0%) 대비 15.8%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931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 1분기 연결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367억원으로 순유출을 기록했다. 장부상으로는 9314억원의 흑자를 냈는데도 실제 운전자본 조정 과정에서 1조2324억원이 묶이면서 회사로 들어온 돈보다 빠져나간 돈이 더 많았던 것이다.

여기에 투자활동과 재무활동에서도 대규모 자금 이탈이 이어졌다. 미래 성장을 위한 새로운 설비나 지분 투자 등에 자금이 쓰이며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3501억원을 기록했다. 재무활동 현금흐름 역시 -5582억원으로 외부 차입을 통해 유입된 현금보다 기존 채무와 이자를 갚는 데 쓴 금액이 더 컸다.

결과적으로 영업, 투자, 재무 모든 부문에서 현금 순유출이 발생하면서 회사의 전체 보유 현금은 급감했다.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은 1조8099억원으로 전년 말(2조9397억원) 대비 1조1297억원(38.4%) 감소했다. 단 한 분기 만에 1조원 이상의 현금이 빠져나가며 단기 유동성에 적잖은 부담이 생겼다.

한국기업평가는 "건설업계 수익성 저하에 따른 영업활동 현금흐름 축소와 환경·에너지 부문 사업 다각화 추진에 따른 투자 증가로 전반적인 현금흐름이 저하된 상태"라며 "과중한 차입 부담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등 재무 부담이 내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SK에코플랜트의 자금 조달이 신규 유동성 확보보다 부채 만기 연장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고 단기 유동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업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가 근본적인 차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업 구조 재편을 통한 뚜렷한 이익 창출과 현금흐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호연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