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로 간 우주선을 운행하는 사람들 [다누리 관제실 르포]
위성운영동.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있는 25개 시설 가운데 하나이다. 아리랑, 천리안 등 한국 위성체 개발사에 굵직한 이름을 남긴 위성들과 교신을 도맡아온 곳이다. 2021년 6월 KPLO(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한국형 길잡이 달 궤도선)라는 명패를 건 새로운 관제실이 이 건물 1층에 자리 잡았다. 지난해 8월5일 발사돼 12월27일 달에 도착한 달 탐사선 다누리의 관제실이다.
그동안 항우연 위성운영동에서 컨트롤하던 위성들은 모두 지구 궤도를 돌았다. 다누리는 다르다. 다누리는 한국이 지구 밖 천체에 보낸 최초의 비행체이다. 본격적으로 우주선을 조종하고, 우주탐사 미션을 운영하는 관제실이 비로소 한국에도 생긴 것이다. 2월17일 〈시사IN〉은 달과 지구를 연결하는 다누리 관제실을 찾았다.
오후 2시10분쯤 조영호 항우연 달탐사사업단 임무운영팀장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위성운영동에 들어섰다. 다누리와 교신하는 관제실은 위성운영동에 있지만 달탐사사업단 사무실은 걸어서 15분 거리인 연구1동 건물에 있다. 조영호 팀장은 앞선 회의가 길어지는 바람에 조금 늦었다고 양해를 구했다. 항우연은 과학·공학 분야 국책 연구기관이 모여 있는 대전 유성구에 캠퍼스처럼 조성돼 있다. 각 건물의 거리가 꽤 되어 연구원 내 이동에 차량을 이용하기도 한다.
조영호 팀장은 다누리의 비행과 다누리가 수행할 임무들을 총괄하는 현장 지휘관 같은 존재이다. 영어로는 ‘미션 오퍼레이션 매니저(Mission Operation Manager)’, 약자로 줄이면 MOM이다. 그는 “팀원들 밥 먹이고 이런 것도 제 일이다”라며 웃었다.
조 팀장을 따라 관제실로 들어가자 한쪽 벽면을 꽉 채운 대형 스크린이 정면으로 보였다. 가로 12m, 세로 1.4m 크기의 멀티스크린에는 다누리 본체와 탑재체, 네트워크 상태 등 미션과 관련된 여러 정보들이 띄워진다. 멀티스크린 가장 왼쪽으로 다누리의 비행 궤도와 위치 좌표를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주는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2월17일 UTC(협정세계시:국제사회가 사용하는 과학적 시간의 표준) 4시47분41초 현재, 다누리는 달 상공 103㎞에서 초당 1.6㎞ 속도로 달 뒷면을 날고 있었다. 다누리는 두 시간에 한 바퀴씩, 지구 기준 하루 24시간 동안 총 12회 달을 돌고 있다. 총알보다 빠른 속도이다.
멀티스크린을 앞에 두고 다누리 관제실의 자리는 크게 4열로 배치돼 있다. 자리마다 관련된 분야와 맡은 업무가 나뉜다(〈그림 1〉 참조). 지난해 12월27일 달 임무궤도에 진입한 다누리는 올해 1월 한 달간 시운전을 마친 후 2월4일부터 정상 임무 운영에 들어갔다. 관제실에서 통용되는 언어로는 ‘노멀 오퍼레이션(Normal Operation)’에 접어들었다. 특수한 미션을 수행하지 않을 때는 팀원 대부분이 연구1동 등 다른 건물에서 업무를 본다.
그러나 다누리가 발사된 직후부터 1년간의 임무를 마칠 때까지 하루 24시간 절대 비워두지 않는 자리가 있다. ‘실시간 운영’ 업무를 수행하는 세 번째 줄의 왼쪽 네 자리이다. 항우연 달탐사사업단에 참여한 협력업체 가운데 한 곳인 아이옵스에서 이 업무를 맡고 있다. 다누리가 보내는 상태 정보를 체크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담당 엔지니어를 호출하는 일이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다누리의 알람 경보는 옐로와 레드 레벨이 있는데 지금까지 레드 레벨이 켜진 적은 없다.
다누리에 보내는 명령도 이곳에서 전송된다. 관제실이라면 자동차 운전대를 돌리듯 방향을 조종하고, CCTV 촬영처럼 달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장면을 떠올리기 쉽다. 현실 속 관제실은 꽤 다르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라고 하지만 달과 지구는 약 38만㎞나 떨어져 있다. 드론을 무선조종하는 것처럼 바로바로 원격 통신을 할 수 없다. 그 때문에 달 탐사선 운영은 보통 하루에 한 번꼴로 명령을 올려 보내고, 그동안 수집한 데이터를 내려받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실시간 운영 업무를 담당하는 정희윤 아이옵스 대리는 이날 다누리에 전송한 ‘커맨드(명령어)’를 보여줬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같은 문자들이 모니터 한 바닥을 채웠다. “영구음영 카메라인 섀도캠은 언제 몇 시에 촬영을 해라, 고해상도 카메라 루티는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촬영을 해라, 다누리 운영 모드를 어떻게 바꾸어라, 그런 것들을 미리 스케줄링해서 올려놓습니다. 지정한 시간이 되면 다누리가 해당 임무를 수행하고 결과값을 메모리에 저장했다가 나중에 연결이 되면 한 번에 다운로드가 돼요.”
긴 알파벳으로 구성돼 있는 커맨드를 그 자리에서 곧바로 쳐넣는 건 아니다. 이 명령어들은 다누리가 지구를 출발하기 전에 이미 완성돼 있었다. 명령대로 다누리가 움직이는지, 미션을 수행하는지 지상 모의시험을 일일이 거쳤다. 이렇게 미리 만들어놓은 명령어를 그 미션을 수행하기 대략 하루 전쯤에 다누리에 올려 보내는 것이다.
탑재체 6개 “바리바리 싸들고 간” 다누리
정희윤 대리의 책상 위에는 547부터 630까지 숫자들이 적힌 표가 놓여져 있었다. 다누리가 달을 한 바퀴 돌 때마다 숫자를 카운트한 것이다. 일종의 ‘다누리 시간표’라고 할 수 있다. 〈시사IN〉 취재진이 관제실을 찾은 2월17일 오후는 UTC 기준 2월17일 오전 5시 무렵이다. 이 표를 보면 다누리는 해당 시각(UTC 3:50:23~5:48:13) 달을 575번째 돌고 있다는 정보를 알 수 있다. 이 표에는 다누리가 달을 한 바퀴 돌 때 앞면을 지나는 시각과 뒷면을 지나는 시각이 각각 표시돼 있다. 달의 뒷면을 날고 있을 때는 전파가 닿지 않아 다누리와 지구 사이 통신이 끊긴다. 관제실에서는 다누리가 달의 앞면을 지날 때에 맞춰서 커맨드를 올리고 관측 데이터들을 내려받는다.
항우연은 다누리와 교신하기 위해 경기도 여주에 심우주 지상안테나(KDSA·Korea Deep Space Antenna)를 새로 설치했다. 기존에 지구 궤도 위성과 통신하던 안테나들은 다누리처럼 멀리 나간 우주선과 전파를 주고받기 어렵다. 여주 KDSA는 반사판 지름이 35m로 국내 최대 규모이다. 다누리는 그 외에 스페인 마드리드와 미국 캘리포니아 골드스톤에 있는 나사(NASA)의 심우주 지상안테나까지 안테나를 모두 세 대 이용한다. 지구가 자전해서 여주 안테나가 달 반대편을 향할 때는 다누리와 교신할 수 없다. 그런 이유로 여주-캘리포니아-마드리드의 안테나가 마치 바통터치를 하듯 각각 120도씩을 커버하며 다누리와 통신을 이어간다(〈그림 2〉 참조). 대전 항우연 관제실은 이 안테나들을 통해 다누리와 정보를 주고받는 셈이다.
다누리는 크게 본체와 본체에 실린 탑재체들로 구성돼 있다. 탑재체는 달을 관측하는 기구들이다. 다누리는 무려 탑재체 6개를 태우고 달로 향했다. 항공우주 분야에 밝은 한 전문가는 농담을 섞어 “바리바리 싸들고 간 셈”이라고 말했다. 항우연이 운영하는 지구위성 중에 기상관측 위성인 천리안 2호가 탑재체 3개를 싣고 있다. 다누리 전에는 그게 가장 많은 수였다. 탑재체가 늘어날수록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머리가 복잡해진다. 각 탑재체마다 ‘켜라 꺼라’ 명령을 지정해야 하고, 탑재체끼리 미션 충돌이 생기지 않도록 시간 배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더구나 다누리는 한국이 처음으로 다른 천체에 보낸 우주선이다.
‘루티’ 사진의 비하인드 스토리
6개 탑재체에는 각각 이름이 붙어 있다. 고해상도 카메라 ‘루티(LUTI)’, 광시야 편광 카메라 ‘폴캠(PolCam)’, 영구음영 지역 카메라 ‘섀도캠(Shadow Cam)’은 각기 다른 기술과 방식으로 달 표면을 촬영한다. 이 외에 자기장 측정기(KMAG), 감마선 분광기(KGRS), 우주인터넷 시험을 위한 탑재체(DTNPL)가 다누리에 실려 있다. 섀도캠은 NASA, 폴캠은 한국천문연구원, 이런 식으로 6개 탑재체는 소속 기관이 모두 다르다. 항우연은 다누리 본체와 함께 탑재체 가운데 고해상도 카메라 ‘루티’를 개발했다.
루티는 달에 도착하기 전부터 눈이 휘둥그레지는 사진을 여럿 지구로 보내왔다. 달이 지구를 공전하는 모습이나 달이 지구 앞을 지나가는 장면 등은 오랫동안 우주탐사를 해온 나라에서도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이미지이다. 조영호 팀장은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며 뒷이야기를 전했다. 사실 다누리가 지구에서 달까지 가는 동안 사진을 찍을 계획은 없었다. 원래 첫 촬영은 달 궤도 진입 이후로 예정돼 있었다. “BLT 궤도(다누리가 택한 경로)로 가다 보니 태양 빛이 달과 지구를 같이 비추게 되는 거예요. 루티는 가시광선을 촬영하니까 태양이 떠 있을 때 찍을 수 있거든요. (원거리에서 달과 지구를 한 번에 포착하는) 이런 장면을 찍을 기회가 지금밖에 없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왔죠.”
우주선을 직접 컨트롤하는 임무운영 파트에서는 ‘말이야 쉽지’라는 생각이 들었을 법도 하다. “그렇죠(웃음). 운영하는 사람들은 최대한 안정적으로 비행체를 유지해야 하니까 좀 보수적이에요. 잘 나오면 좋겠지만 실수하면 큰일이잖아요. ‘이걸 해, 말아’ 책임자로서 결정할 때 고민스러웠어요. 그런데 제 옆에 있는 박재익 박사님이나 전문진 박사님이나 그분들이 이끄는 팀들이 너무 잘해줘서 ‘그래 한번 해보자’ 싶었어요. 덕분에 예상을 뛰어넘는 작품들이 만들어졌고요.”
조영호 팀장이 언급한 박재익 박사와 전문진 박사는 다누리 임무운영에서 각각 왼팔, 오른팔 같은 존재이다. 박재익 박사의 직책은 ‘미션 서포트 팀 리더(MSTL·Mission Support Team Leader)’이다. 다누리가 달까지 가는 궤적과 달에 도착해서 달 주위를 도는 궤도를 설계하고 조정하는 팀이다. 다누리가 임무를 마칠 때까지 비행하는 지도를 제작하는 팀이라 할 수 있다. 전문진 박사는 ‘플라이트 서포트 팀 리더(FSTL·Flight Support Team Leader)’이다. ‘플라이트 서포트 팀’은 ‘미션 서포트 팀’이 그린 지도대로 다누리가 비행하면서 예정된 미션들을 수행하도록 본체를 제어하고 체크하는 일을 맡는다. 실제 관제실 내에서도 박재익 박사(MSTL)와 전문진 박사(FSTL)의 자리는 MOM인 조영호 팀장의 양옆이다(〈그림 1〉 참조).
고해상도 카메라 루티는 다누리가 달 궤도를 도는 1년 동안 달 표면의 여러 지점을 촬영한다. 관제실 멀티스크린 한쪽에는 루티가 찍을 지역을 표시한 화면이 걸려 있었다. 파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다음 달 탐사선의 착륙 후보지들이다(〈사진 1〉 참조). 항우연은 2030년대에 달 착륙선을 보낼 계획이다. 노란색 표시는 검·보정용 촬영 후보지이다. 지구에서 달의 어느 위치를 찍으라고 명령을 보내는데 다누리가 명령대로 그 위치를 찍었는지 검정하고 오차가 있다면 보정하기 위한 목적의 촬영이다.
임조령 박사는 ICAS라는 푯말이 붙어 있는 관제실 첫 번째 줄 자리에서 협력업체 직원들과 분주한 모습이었다. ICAS는 영상정보시스템의 약자이다. 루티가 찍은 이미지들은 모두 이곳을 거친다. 이날은 다누리가 지구로 보낸 검·보정용 이미지들이 오차 없이 촬영되었는지 대조해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앞서 달로 향한 여러 탐사선들이 찍어놓은 달 표면 사진들 가운데 특징적인 지형지물이 드러나는 위치가 있다. 다누리에게 그 위치를 찍게 하고 원래 있던 사진과 대조해보는 방식으로 검·보정이 이루어진다. “두 개를 겹쳐 보면서 가로는 오차가 얼마나 되고 세로는 오차가 얼마가 나는지를 따져보고 그런 원인이 어디에서 왔는지 확인하고 있어요.”
항우연은 다누리가 1월 시운전 기간에 찍은 사진 200여 장 가운데 몇 장을 2월13일 공개했다. 역시 ICAS 파트를 거쳐간 이미지들이다. “그건 거의 아무것도 처리하지 않은 이미지라고 보시면 돼요. 영상 압축만 푼 거를 제공해드렸는데 되게 잘 나왔어요.” 달 표면 사진으로는 1월5일 촬영된 ‘레이타 계곡’, 1월10일 촬영한 ‘비의 바다’, 1월13일에 찍은 ‘폭풍의 바다(〈사진 2〉 참조)’가 공개됐다. 바다라는 지명이 붙은 곳은 달을 볼 때 짙은 검은색을 띤 지역이다. 폭풍의 바다는 달에서도 가장 거대한 바다로 한반도 크기의 약 18배에 달한다. 루티의 최대 관측 폭은 10㎞라서 이번에 공개된 사진은 폭풍의 바다 가운데 일부분이다. 폭풍의 바다는 옛 소련의 루나 9호가 1966년 세계 최초로 달에 착륙한 지역이다.
한 달간 지구를 찍은 사진도 공개되었다. 달에서 바라본 지구는, 마치 지구에서 바라본 달처럼 보인다(〈사진 3〉 참조). 달의 호칭을 빌려 쓰자면 1월11일 달 하늘에 뜬 ‘초승’지구는 1월17일 ‘반달’지구를 거쳐 1월21일 ‘보름’지구가 되었다가 2월1일 ‘그믐’지구로 저물어간다. 다누리 사진들이 공개될 때마다 왜 컬러가 아닌 흑백 촬영밖에 못하느냐는 질문 공세가 뒤따른다. 항우연 달탐사사업단의 설명에 따르면 우선 달은 지구와 달리 회색, 검은색 등 무채색이라 컬러로 찍어도 흑백사진과 비슷하게 나온다. 또 컬러사진을 찍으려면 더 무거운 카메라를 실어야 하는데 이는 연료 소모량을 늘린다. 주유소처럼 중간에 연료를 넣을 길이 없는 우주탐사에서 연료량은 임무의 성격, 기간 등을 결정짓는 절대적 제약이다. 이 같은 현실적인 고려를 거쳐 고해상도 카메라 루티는 흑백 촬영용으로 개발되었다.
우주선의 내비게이션 ‘비행역학분석실’
2월17일 오후 4시, UTC 기준 오전 7시. 다누리는 575번째 바퀴를 마치고 576번째로 달 상공을 날고 있었다. 그 시각 배종희 박사는 다누리 관제실 옆에 위치한 비행역학분석실에서 정밀궤도 결정 모델링 작업을 하고 있었다. 다누리는 최첨단 공학의 집약체이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아주 무지하다. 우선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본인의 위치를 모른다. 지구를 도는 위성들은 GPS를 통해 스스로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계산한다. 그러나 지구를 벗어난 우주 공간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다누리에게 ‘지금 네가 어디까지 갔어, 달 상공의 어느 위치를 날고 있어’ 하고 매번 지구에서 계산해 알려줘야 한다.
배종희 박사가 속한 비행역학분석실에서 이 업무를 담당한다. 다누리의 위치를 추적하고 갈 길을 알려주는 일종의 내비게이션 같은 역할이다. 매일 아침 다누리가 보내온 관측 데이터를 확인하고 현재 위치와 속도를 분석하는 작업을 한다. 업무 특성상 관제실을 자주 오가며 일을 해야 한다. 달탐사사업단의 여러 파트들이 항우연 내 다른 건물에 있지만 비행역학분석실은 같은 건물인 위성운영동에 마련된 이유이다.
관제실에서 비행역학 파트의 자리는 맨 끝인 네 번째 줄의 좌측이다(〈그림 1〉 참조). 분석실에서 나와 관제실 본인의 자리에 앉은 배종희 박사가 모니터에 업무용 화면을 띄웠다. 항우연에서 달 탐사 사업을 위해 직접 개발한 ‘플라이트 다이내믹 시스템’이다. KPLO 로고 아래로 ODM, MPM 등 암호 같은 알파벳 약자가 이어졌다. “ODM(Orbit Determination Module)은 궤적 결정 모듈, MPM(Maneuver Planing Module)은 기동 계획 모듈, SPM(State Prediction Module)은 상태 예측 모듈이에요. FAM(Fuel Account Module)은 다누리의 연료를 계산할 때 쓰고요.” 배종희 박사는 출근하면 이 모듈 순서대로 업무를 한다고 말했다.
달에 도착한 다누리는 비행역학 파트에서 설계한 예측치대로 순항 중이다. 그러나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달이라는 곳의 특성상 예측과 다른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매일 한 번씩 ‘모멘텀’을 빼주는 기동을 하는데 그 기동을 할 때마다 또 궤도가 조금씩 바뀝니다.”
다누리 내부에는 자세제어를 위한 휠이 있다. 달을 비행하는 동안 다누리는 달의 중력장이나 태양풍 등 한쪽 방향으로 미는 힘에 노출된다. 그 방향으로 밀리지 않도록 버티고 또 버티다 보면 “마치 담에 걸린 것처럼” 휠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이걸 ‘모멘텀’이라고 부른다. 모멘텀이 너무 많이 쌓여서 휠이 작동을 못하기 전에 모멘텀을 빼주는 기동을 ‘모멘텀 덤핑’이라고 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다누리의 몸을 한 번 부르르 털어주는 것이다.
다누리는 매일 한 번 모멘텀 덤핑을 하는데 이때 아주 미세하게 다누리가 날고 있던 궤도에 영향을 주게 된다. 미세한 변화이지만 이 또한 계속 쌓이다 보면 큰 차이로 나타날 수 있으니 매일같이 궤도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오늘 확인한 결과는 어떨까? 배종희 박사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아주 잘 가고 있어요. 벗어나지 않고.” 다누리를 달에 보내면서 100m 정도까지 오차범위를 예상했는데 이날 데이터로는 오차가 10m 미만이었다.
관측 데이터를 다 살펴본 배종희 박사가 파일을 닫고, 파일들이 담겨 있는 폴더를 닫았다. 폴더명은 ‘워크스페이스(Workspace)’. 작업공간이라는 뜻으로 오피스에서 흔히 쓰이는 폴더명이다. 그러나 어쩐지 다누리 관제실에서는 조금 다르게 읽혔다. ‘우주(space)와 일하다(work).’
대전·김연희 기자 uni@sisain.co.kr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