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신인 박여름 20점” 이게 끝이 아니었다…정관장에 드디어 ‘미래’가 보인다

정관장이 드디어 길고 지루했던 연패의 터널에서 빠져나왔다. 6라운드 첫 경기에서 흥국생명을 3-1로 잡았고, 그 승리의 한가운데에 신인 박여름이 있었다. ‘최하위의 반란’ 같은 문장으로 한 줄 요약하기엔, 이날 코트에서 벌어진 장면들이 너무 선명했다.

정관장은 1세트부터 분위기를 뒤집어놓았다. 박여름과 자네테가 나란히 7점을 올리며 흥국생명의 리시브 라인과 수비 간격을 흔들었다. 공격 성공률이 눈에 띄게 높았고, 무엇보다 “신인이 쫄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남았다. 초반부터 박여름이 스윙을 망설이지 않으니 상대 블로킹이 한 박자 늦어졌고, 그 틈을 자네테가 더 크게 벌렸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승리가 단순히 “외국인 원맨쇼”로 굴러간 경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자네테가 29점으로 당연히 가장 강력한 엔진이었지만, 박여름이 20점으로 옆에서 같이 달려줬다. 박은진, 박혜민도 15점씩을 보태며 ‘한 번에 몰아치는’ 공격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끊임없이 때리는’ 흐름을 만들었다. 이 조합이 딱 정관장이 그리워하던 그림이다.

4세트는 자네테가 확실히 해결사 역할을 했다. 하지만 마지막을 닫아주는 과정에도 박여름이 만든 압박이 남아 있었다. 상대 입장에서는 한쪽만 막아서는 답이 안 나오는 구도가 됐고, 그게 결국 정관장에게 ‘연패 탈출’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특히 22-21처럼 숨 막히는 점수에서 연속 득점이 나왔다는 건, 팀이 멘탈 싸움에서 한 번은 이겨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날 박여름이 더 특별해 보였던 이유는 득점 숫자만이 아니다. 박여름은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7순위로 들어온 아웃사이드 히터다. 180cm로 ‘압도적인 높이’만 믿고 가는 스타일이 아니라, 공을 살리는 기본기와 움직임으로 버티는 타입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래서 더더욱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레프트”의 냄새가 난다.

레프트는 화려해 보이지만, 사실 가장 잔인한 자리다. 공격도 해야 하고, 리시브도 해야 하고, 흔들리면 바로 표가 나는 포지션이다. 특히 신인에게는 리시브 한두 번 흔들린 뒤 멘탈이 같이 무너지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그런데 박여름은 경기 흐름이 넘어가려는 순간에도 ‘스윙을 멈추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이 선택이 쌓이면 선수는 빨리 큰 무대 체질이 된다.

정관장 입장에서도 박여름의 등장은 ‘단발성 희망고문’이면 안 된다. 시즌 초반에 출전 시간이 많지 않았던 선수가 후반부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경우, 다음 시즌에 상대 팀 분석이 들어오면 바로 벽에 부딪히기도 한다. 그래서 박여름에게 지금 필요한 건 “잘하는 날”의 확장이 아니라, “안 좋은 날에도 무너지지 않는 법”이다. 공격 효율이 흔들리는 날에는 리시브로 버티고, 리시브가 흔들리면 연결을 살려주고, 그 과정에서 팀 안에서 자기 역할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도 기대가 더 큰 이유가 있다. 정관장은 올 시즌 내내 ‘팀이 왜 지는지’가 너무 명확했던 날이 많았다. 공격이 막히면 대안이 없고, 흐름이 흔들리면 그대로 무너지는 경기가 반복됐다. 그런데 박여름은 이 팀에 “그래도 한 번 더 해볼까”라는 질문을 가능하게 만든다. 어린 선수 하나가 팀 분위기를 바꾸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팬들은 더 크게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이제 정관장은 순위와 별개로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박여름이 ‘잠깐 반짝한 신인’이 아니라, 다음 시즌부터 팀을 떠받치는 축이 되도록 로드맵을 짜야 한다. 출전 시간을 어떻게 쌓을지, 리시브 부담을 어떻게 분산할지, 어떤 상대에게 어떤 역할을 맡길지까지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성장 곡선 위에서, 박여름은 정관장의 내일을 상징하는 이름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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