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일차전지 공장 화재] 자체점검만으론 특수화재 막기엔 역부족
중점관리 아닌 자체점검 대상
'연 1회' 소화전 등만 작동점검
아리셀 공장, 3년간 '점검 양호'
화성 아리셀 일차전지 공장 화재로 사상자 31명이라는 최악의 참사가 발생하면서 리튬 배터리 화재를 진압할 소방시설에 대한 사전 자체점검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사업장과 소방이 현행 소방 자체점검 기준을 위반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애초 자체점검으로만 고위험 화재 예방을 기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6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소방시설 사전 안전점검 종류로는 ‘화재안전 중점관리’, ‘화재안전조사’, ‘자체점검’ 등이 있다.이번에 불이 난 아리셀 공장의 경우 2급 소방안전관리대상물로 ‘자체점검’ 대상에 해당한다. 공장 연면적이 중점관리 대상 기준인 연면적 3만㎡에 미치지 않고, 소방시설법상 ‘특정소방대상물’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자체점검은 ‘종합점검’과 ‘작동점검’으로 나뉜다. 아리셀은 비교적 점검 항목이 많은 종합점검이 아닌 작동점검 대상으로, 1년에 1번만 점검을 거치면 된다.
자체점검에는 건물 관리인으로서 안전 관리를 맡는 소방안전관리자가 이닌 비교적 중한 임무를 맡는 소방시설관리사가 투입된다.
소방시설관리사는 시설에 대한 사전 안전점검을 업으로 두는 관리사로 국가전문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공장 관계자가 점검을 맡는 게 아닌 소방 전문 점검 업체에서 사전 점검을 한다.
소방에서도 혹시 모를 공장의 ‘셀프 조사’ 가능성 때문에 전체 점검 공장 중 매달 표본을 정해 공장으로부터 제출받은 점검 결과서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소방 관계자들에 따르면 작동점검은 사실상 스프링클러, 옥내소화전 등 기본적인 소화 기기에 대한 점검만 이뤄질 뿐 세부적인 시설 점검은 이뤄지지 않는다. 표본 조사도 일부 공장에 대해서만 시행되고 있어 점검 결과에 대한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금수성 물질 화재 5년간 138건
고위험화재 안전기준 마련 필요
완강기 등 비상 시설물 확충해야
부실 점검에 대한 의심이 들면 소방에서 직접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긴 하지만, 애초 점검 항목이 포괄적이지 않기 때문에 점검 기준을 충족했다고 해도 이번 리튬 배터리 화재를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소 속도가 빠른 ‘금수성 물질’ 화재를 예방할 소방 시설에 대한 점검 항목도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소방 인력상 모든 특정소방대상물에 대해 점검하기 어려운 실정으로 민간업체에 점검을 대신 맡기는 구조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하더라도 최근 3년간 아리셀 공장에서 실시한 자체점검 결과가 ‘양호’로 나온 점은 선제적인 화재 점검 강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실제로 금수성 물질 화재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금수성물질-물 접촉 화재 건수는 총 138건이다.
전문가들은 자체점검 규정을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선 자체점검에만 화재 예방을 기대하기보단 별도의 비상 시설물 확충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시국 호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차전지는 이차전지와 달리 완전 충전 상태로 제작되기 때문에 별도의 안전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대피 공간과 적재·하역 공간을 분리하거나 대피 공간 확보가 어려운 사업장의 경우 완강기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고 전했다.
노경민·김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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