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 유포’ 축구선수도, ‘골프공 상해’ 박태환도 무죄…두 사건의 공통점

이가영 기자 2024. 10. 5.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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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석·이가영의 사건노트]는 부장검사 출신 김우석 변호사가 핫이슈 사건을 법률적으로 풀어주고, 이와 관련된 수사와 재판 실무를 알려드리는 코너입니다. 이가영 기자가 정리합니다.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박태환. /박태환 인스타그램

전 프로축구 선수 윤주태(34)가 자신과 성관계한 여성에게 성병을 전염시킨 혐의로 고소됐다가 최근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박태환(35)은 골프를 치다가 골프공이 슬라이스(우측으로 휘는 것)가 나서 옆 홀에 있던 골퍼를 맞춰 상해를 입혔다. 검찰은 박태환을 무혐의 처분했고, 민사소송에서도 박태환의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성병을 옮겼다면, 당연히 상해죄 아닐까? 또, 골프공에 맞아서 다친 사람이 있는데 공을 친 사람이 벌을 받지 않는다면, 피해자는 억울할 수 있다. 이들은 왜 무혐의일까? 전혀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이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유튜버 ‘약쿠르트’는 성병 감염으로 유죄, 윤주태 선수는 무죄…왜?

Q. 우선, 상해죄부터 여쭤볼게요. 상해죄라고 하면 폭행죄보다 더 심하게 때리는 범행이 연상됩니다. 때리지 않았고, 성병에 감염시킨 게 상해죄가 되나요?

A. 물론입니다. 상해죄는 사람을 때려 상처를 입히는 것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외부적인 상처가 없더라도 피해자의 건강 또는 신체 기능을 해쳤다면, 상해로 봅니다.

예컨대 보행 불능, 수면장애, 식욕감퇴, 우울증 등 신체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는 것도 상해입니다. 병원균 감염, 중독 등 질병을 야기해도 상해입니다.

따라서, 성병에 걸리도록 만들었다면 상해에 해당합니다. 대법원에서 성폭행으로 성병을 감염시킨 가해자를 강간죄가 아닌 강간치상(강간 등을 범해 사람을 다치게 한 범죄)죄로 처벌한 사례도 있습니다.

Q. 약사이자 인기 유튜버 ‘약쿠르트’는 2022년 피해 여성에게 성병을 감염시킨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통상적으로 상해죄를 저지르면 이 정도 벌을 받나요?

A. 형벌은 ▲피해자와 합의 여부 ▲피해 정도 ▲범행 수법 및 동기 ▲자백 여부 ▲가해자의 범죄 전력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합니다. 초범인 경우, 치료 기간이 1~3주인 상해를 가했다면 벌금형으로 처벌하지만, 4~5주 이상인 상해를 가했다면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게 통상입니다.

약쿠르트의 경우 초범이지만 ▲전염시킨 성병이 ‘헤르페스 2형 바이러스’ 감염병으로서 언제든지 재발이 가능하고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피해 정도가 가볍지 않고 ▲1심 당시 제대로 된 피해 회복 조치가 없었다는 점 등을 감안해서 형량을 정했다고 1심 재판부는 밝혔습니다.

전 프로축구 선수 윤주태. /연합뉴스

Q. 윤주태 선수 사건에서 피해 여성이 성병 감염 사실을 주장하며 고소했는데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왜 누구는 유죄이고, 누구는 무죄인 건가요?

A. 무혐의 이유가 공개되지 않아서 정확한 사유를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런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는 사유는 실무상 크게 두 가지 정도입니다.

첫째, 가해자가 자신의 성병 감염 사실을 모르는 채로 성관계를 해서 감염시킨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상해의 ‘고의’가 부정됩니다. 성병 감염 사실을 몰랐다면 성관계를 해서 성병을 전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해죄는 고의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습니다. 약쿠르트와의 차이점이 이것입니다. 1심 재판부는 ▲약쿠르트의 직업이 약사인 점을 고려할 때 본인의 헤르페스 2형 감염 사실을 알고 있었고 ▲성관계를 했을 때 상대방에게 상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약쿠르트에게는 ‘고의’가 있었다고 본 것이죠.

두 번째, 가해자와의 성관계로 인해 성병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는 경우에도 무혐의 처분이 내려집니다. 이런 경우 가해자의 행위로 인해 상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워 가해자를 상해죄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법률적으로는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예컨대 ▲성관계 당시 가해자가 성병에 감염되어 있지 않았거나 ▲피해 여성이 (가해자가 아닌) 다른 경로로 성병에 걸린 경우를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을 말합니다.

◇박태환이 친 공에 눈 맞아 시력 저하…박태환은 왜 벌을 받지 않나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박태환. /박태환 인스타그램

Q. 박태환 선수가 골프공을 잘못 쳐서 옆 홀에서 골프치던 사람을 맞췄다면, 골프공을 잘못 친 과실이 있는 것 아닌가요? 더구나 피해자는 눈가에 골프공을 맞아 망막을 다치고 시력 저하 등 후유증이 남았다고 합니다. 피해도 큰 것 같은데요?

A. 여기서도 ‘고의’가 중요합니다. 박태환 선수가 ‘고의로’ 슬라이스를 내서 옆 홀의 골퍼를 맞췄다면, 상해죄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박태환 선수가 고의로 공을 잘못 쳤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상해죄에 해당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과실치상죄(과실로 인해 사람의 신체를 상해에 이르게 한 죄)에 해당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과실치상죄가 성립하려면 ‘과실(過失)’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 형법은 단순히 상해라는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과실치상죄로 처벌하지는 않습니다. 상해 발생을 회피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 했다면,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과실’이 없다고 판단합니다. 이렇게 되면 과실치상죄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박태환 선수의 경우 ▲아마추어 골퍼이고 ▲아마추어 골퍼는 우측으로 휘는 슬라이스 공을 칠 수도 있으며 ▲옆 홀 방향으로 골프공을 치려던 것도 아니었고 ▲특히 ‘공을 쳐도 된다’는 캐디의 지시에 따라 공을 쳤는데 잘못 맞아서 옆 홀로 공이 날아간 것이라면, 과실을 인정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아마추어 골퍼로서 ‘타인의 상해’라는 결과 발생을 회피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 했다고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대표 변호사.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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