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무덤에 질렸다"…16년 전 日 떠난 삼성 가전, JY '재진출' 결정할까

장유미 2023. 3. 1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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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인지도 강화 속 홈페이지 개편 등 전략 변화 감지…LG전자 선전에 '자극'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일본에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현지 가전사업 재진출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된다. 최근 한일관계가 개선된 데다 한국 전자제품에 대한 현지 소비자들의 선호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어서다.

일본 도쿄 아키바에 위치한 요도바시카메라 매장에서 고객들이 'LG 시그니처 올레드 8K'의 선명한 8K 해상도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LG전자]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07년 11월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일본에서 가전제품 판매 중단 결정을 내렸다. 극심한 경쟁과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현지 시장 특수성 때문에 실적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980년대 일본 법인을 설립했다. 일본 시장에 처음으로 선보인 제품들은 냉장고, 세탁기 등의 백색 가전이었다. 당시 일본은 전 세계 가전제품 시장의 테스트 마켓으로 여겨졌다.

삼성전자는 일본 시장의 특수성으로 백색가전의 실적이 저조하자 2000년대에 이르러 백색가전 사업을 축소하고 TV 사업에 집중했다. 하지만 TV 역시 적정 이익률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일본 자체 내의 특수한 규격에 맞추기 위해 별도로 개발 라인을 만들어야 했고 내수 브랜드와 극심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이로 인해 일본 시장 철수 직전인 2006년 현지법인의 총 매출은 1조 엔에 불과했다. 이 중 소비자 가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으로, 당시 한화로 700억~800억원 정도였다.

이에 삼성전자는 모바일 사업만 남기고 생활가전은 30년 만에 철수시켰다. 모바일 사업도 유지를 시켰지만, 애플과 현지 기업인 샤프, 소니 등에 밀려 한동안 고전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본 시장에 변화가 감지되며 삼성전자가 생활가전으로 현지에 진출할 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경쟁사인 LG전자가 일본에서 좋은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좋은 자극제가 되고 있다.

실제 LG전자는 10년을 공들인 OLED TV를 내세워 일본시장을 공략 중으로, 특히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분기에는 LG전자 OLED TV가 도시바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12.6%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은 유럽, 미국에 이어 전 세계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시장으로 분류되는 곳으로, OLED TV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일본 TV 시장에서 OLED TV 점유율은 27.1%로, 올해 사상 처음으로 30%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 세계 OLED TV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LG전자로선 호재다.

최근 일본에서 OLED TV의 기술력이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출시한 세계 최소 올레드 TV인 '42형 LG OLED 에보'는 일본 AV(Audio·Video) 전문매체 음원출판이 주관하는 'VGP 2023' 어워드의 45형 미만 OLED TV 분야에서 금상과 영상부문 비평가 특별 대상을 수상했다.

LG 스타일러 역시 2017년 일본에 진출한 이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봄시즌 꽃가루 알레르기에 민감한 일본 소비자들을 고려해 꽃가루 케어 코스 등 현지 맞춤형 기능들을 선보이며 최적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해 현지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는 평가다.

또 LG전자는 지난해 10월 일본 최대 쇼핑몰인 '이온몰(AEON Mall)'에도 'LG 클로이 가이드봇(CLOi GuideBot)'을 공급하는 등 일본의 B2B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전자 분야에서 '외산 브랜드의 무덤', '갈라파고스'로 불릴 정도로 자국 브랜드의 점유율이 압도적인 시장"이라며 "LG전자도 삼성전자처럼 2008년에 일본 시장에서 철수했으나, 2010년에 TV 제품을 중심으로 재진출한 후 꾸준히 노력한 결과 최근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갤럭시 모바일 재팬'에서 '삼성 재팬'으로 명칭이 변경된 삼성전자 일본 공식 온라인몰 [사진=삼성전자 일본 공식 온라인몰]

이에 삼성전자의 일본 시장 전략도 최근 들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재팬이 지난달 28일 기존 온라인 웹사이트였던 '갤럭시 모바일 재팬'을 '삼성 재팬'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대대적인 개편을 진행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오는 4월 일본에서 출시될 '갤럭시S23' 시리즈에 '삼성' 로고를 8년 만에 넣는 것도 전략 변화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그간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 제품에 '삼성'을 숨기고 '갤럭시' 로고만 새겼으나, 최근 현지에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삼성' 브랜드를 다시 노출시키기로 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갤럭시S6' 출시 때부터 모바일 제품에 '삼성'을 지우고 '갤럭시' 브랜드를 표기했다. 삼성전자의 일본 내 점유율이 높지 않았던 탓에 일본 통신사들이 이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삼성전자의 무덤으로 불린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국 제품을 선호하는 일본 시장에서 한국 회사라는 인식을 주지 않기 위해 삼성 로고를 지운 것으로 안다"며 "일본에선 한국산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낮은 상태로, 글로벌 1위인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현지 마케팅 전략에 힘입어 지난해부터 일본 내 입지가 올라가자 자신감을 얻은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명칭을 변경키로 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0.5%로 애플(56.1%)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지난해 1분기에는 13.5%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2013년 1분기 14.1%를 찍은 후 10년 만에 분기 기준 최고치다.

삼성전자가 일본에서 연간 기준 시장점유율 2위에 오른 것도 2년 만이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20년 10.1%로 애플(61.0%)에 이어 2위였으나, 2021년에는 9.7%로 떨어지며 샤프(10.0%)에 밀려 3위로 주저 앉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본에서 갤럭시 브랜드의 인지도가 많이 올라왔다"며 "삼성이란 브랜드를 일원화해 글로벌 마케팅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선 현지 홈페이지를 '삼성 재팬'으로 명칭을 교체한 데 이어 이 회장이 윤 대통령과 일본을 방문한 것을 기점으로 삼성전자가 현지 생활가전 시장에 재진출 할 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2007년 현지 가전시장에서 30년 만에 철수하면서 현재 일본에서 운영하는 소비자 품목이 스마트폰밖에 없다"며 "과거사 왜곡, 강제징용 배상 판결, 대(對)한국 수출 규제 등을 거치며 한국산 제품에 대한 '혐한' 정서가 생겨 그동안 판매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우호적인 한일관계 형성으로 삼성전자의 현지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TV 시장이 그간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위주에서 OLED 패널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퀀텀닷(QD)디스플레이 TV로 현지 시장에 다시 도전해 볼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 같다"며 "민간 차원의 새 한일 기업 협력 관계가 구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이 일본 가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실현 가능성 없는 이야기는 아닐 듯 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전 세계 시장에서 생활 가전 사업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일본에선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시장이 점차 포화되고 있고, 사업 지속성을 위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일본도 포기할 수 없는 곳인 만큼 언젠가 재진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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