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리포트] ‘김범수 리스크’와 카카오뱅크의 미래

카카오 비즈니스엔 은행 보다 카카오페이 더 중요

카카오뱅크 M&A 추진시 인수 적임자 찾기 어려워

2대주주 한투증권 카뱅 인수보다 동반매각에 ‘무게’

지난 23일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카카오 김범수 CA(Corporate Alignment) 협의체 의장이 구속됐다. 그동안 떠돌던 여러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난해 2월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경쟁 때 시세조종을 지시한 혐의다. 투자총괄 대표가 보석 상태로 재판중인 가운데 사실관계 다툼이 있는 동일 사안으로 창업주가 구속돼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범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카카오와 김범수 의장 개인 모두 창사 이래 최대 위기다.

카카오는 플랫폼 위력을 활용해 단기간에 파죽지세로 사세를 확장해왔다. 그 과정에서 레거시 비즈니스(Legacy Business)와 전방위로 격렬하게 부딪치며 잡음을 키웠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 증진에 SM엔터테인먼트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럼에도 그룹을 위기로 몰아넣은 결과에 아쉬움이 크다. 인터넷 ICT 스타트업 특성이 강하게 밴 느슨한 조직 내부규율과 목표지향의 지나친 과몰입이 화근이었다는 지적도 많다.

카카오그룹의 수많은 비즈니스 중 금융부문에서 나름 자리를 잡고 기업공개(IPO)까지 성공한 회사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다. 카카오그룹 전체 비즈니스 강화에 필요한 핵심 금융기능은 페이(Pay)의 지급결제와 은행(Bangking)의 예금대출 자금이체 등이다. 특히 카카오페이는 지급결제 기능을 바탕으로 카카오의 플랫폼 비즈니스 밸류체인(Value Chain)을 연결하는 중추적 역할을 한다. 카카오 플랫폼 사업에 은행 기능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은행업 영위의 규제비용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매력은 떨어질 수 있다. 기회가 되면 버릴(Exit) 생각도 했을 법하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인터넷은행 특별법’에 의해 기존 레거시은행들과 다른 대우를 받으며 제도권 금융시장에 진입했다. 레거시은행보다 소유지분 규제기준에서 우호적 차별대우를 받았다. 반면 자산운용은 정보통신 플랫폼기업에 걸맞는 혁신금융을 요구 받았다.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을 확대하고 중소기업대출에 집중하도록 대기업대출은 금지했다.

현행 은행법은 소유집중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소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제15조 1항은 동일인의 은행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10% 이상 보유를 금지한다. 특히 16조 2항에서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는 은행의 의결권 있는 주식 4% 초과 보유를 금지하고 의결권 미행사를 조건으로 금융위 승인을 받아 10%까지 소유를 허용한다.

은행법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은행 특별법은 ‘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지분소유 제한을 34%까지 허용했다. 지분 10%를 초과해 보유하려면 인터넷은행 특별법 <별표>에서 정한 자격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 금융관계법령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있으면 은행법에서 허용한 동일인 지분한도 10% 초과분을 처분하도록 금융위가 명령할 수 있다.

비금융주력자(정보통신업자)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의결권 있는 주식 27.16%를 보유중이다. 카카오의 대주주 적격성이 문제되면 10% 초과분은 정리해야 한다. 2020년 4월 KT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케이뱅크 지분 10%를 BC카드에 매각하며 대주주 지위를 상실한 전례가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 주요 주주는 카카오 외에 한국투자증권 27.16%(카카오보다 1주 적음) 국민연금 5.76% 국민은행 4.88% 서울보증보험 3.2% 등이다.

SM엔터 시세조종 혐의로 재판중인 카카오 배재현 투자총괄대표나 김범수 의장이 유죄를 받으면 양벌규정(대표, 임직원이 처벌받으면 법인도 처벌)에 의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된다. 최종 사법적 판단이 나오기까지 카카오뱅크 지배구조 변화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럼에도 비대면 금융플랫폼을 대표하는 카카오뱅크 지배구조변화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크다. 인터넷뱅크의 차별적 가치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줄어든 상황에서 ‘자격’을 갖춘 인수자가 나타날지도 궁금하다.

카카오뱅크는 대주주 리스크 때문에 이미 비즈니스 추진에 큰 차질을 빚는다. 카카오뱅크의 ‘마이데이터사업’, ‘신용카드사업’을 금융당국이 승인하지 않고 있다. 사업의 시장진입 시기와 추진 스피드가 성패를 좌우하는 플랫폼 테크기업의 사업중단은 심각한 기업가치 훼손을 가져온다.

불가피하게 카카오가 지분을 매각하게 되면 카카오뱅크 지배구조가 큰 영향을 받는다. 카카오 보유지분 전체를 한곳이 인수해 현행 지배구조를 유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투자금융이 카카오를 대체할 정도의 우호적 인수파트너를 못 찾으면 오히려 동반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가 10% 초과하는 17.16%만 매각하거나 한국투자금융이 추가로 지분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낮은 것 같다.

은행계 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로 적합하지 않다. 금융혁신과 금리 단층 완화 등을 목적으로 특별법까지 제정해 출범시킨 인터넷은행을 레거시은행에 편입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또 카카오 플랫폼을 벗어나면 장점이 반감되고 100% 완전자회사 추진도 쉽지 않다. 현재 카카오뱅크 PBR 1.65배는 은행계 금융지주 PBR 0.4~0.5배보다 월등히 높다. 프리미엄 없이 시가로 인수해도 기존 주주들의 가치가 훼손된다. 주주 설득이 쉽지 않아 보인다.

잠재적 인수자로 거론되는 한국투자금융은 자회사 출자여력이 거의 없다. 2024년 3월말기준 이중레버리지비율이 129.49%로 추가 증자나 대규모 자회사 배당이 없으면 규제비율 130% 맞추기도 어렵다. 게다가 인터넷뱅크는 이미 플랫폼 혁신기술기업이 아닌 규제 받는 은행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은행계 금융지주로 포지션이 바뀌면 투자금융 DNA가 뿌리깊은 한국투자금융은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수년 전 만났던 국내 투자금융업계를 대표하는 유명 CEO의 남다른 금융관이 신선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새롭다. 금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투자(Investment)’라 답했다. 투자금융업을 대표하는 전문가다운 답이었다. 투자금융업(IB, Investment Banking)을 경영하는 사람과 상업은행(CB, Commercial Banking)에서 일하는 사람의 경험과 생각 차이가 대단히 크다는 사실에 놀란 적이 있다.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은행 이전에 상업은행이다. 상업은행은 비은행 금융투자사보다 감시감독도 많고 규제도 더 까다롭다. 자본비율 동일인 신용공여한도 등 지키고 수시로 보고해야 할 사항들도 많다. 그림자 규제(Shadow Regulation)는 말할 필요도 없다. 실익도 크지 않는데 규제만 늘어나는 은행업을 증권비즈니스가 80% 이상인 한국투자금융이 선택하기 쉽지 않다. 사모펀드 등 다른 비금융주력자 역시 금융당국의 높은 허용기준과 기대수익율 시현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당장 카카오뱅크 M&A가 가시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언제든 때가 왔을 때 카카오뱅크가 좋은 값을 받으려면 혁신적 금융플랫폼 사업자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카카오뱅크의 살길은 결국 혁신뿐이다.

허정수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