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유행일까, <아는 변호사> 이지훈 이혼 전문 변호사 인터뷰

조회 1,4242025. 2. 14.
모든 일엔 명암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역사적으로 결혼은 축복받는 양지의 영역으로, 이혼은 지탄받는 음지의 영역으로 구분됐다. 그러나 최근 이혼은 금기를 넘어 트렌드 키워드로 부상했다.
ⓒ Den
이지훈
· 법무법인 로앤모어 대표변호사
· 유튜브 채널 <아는 변호사> 운영

지난해 종영한 SBS 드라마 <굿파트너>는 이혼 전문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다루며 방영 7회 만에 시청률 17.7%를 기록했다. JTBC 예능 <이혼숙려캠프>는 이혼 위기 부부들의 실제 사례를 비추며 4.2%의 수도권 시청률을 달성, 현재도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현시대는 왜 이혼에 열광하는 걸까. 이혼 전문 변호사이자 유튜브 채널 <아는 변호사> 운영자, 그리고 <결혼은 신중하게 이혼은 신속하게>의 저자인 이지훈 변호사를 만나 이혼의 명암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최근 미디어에서 이혼이 인기 키워드로 소비된다. 체감하나?

그렇다. 현업에서도 크게 체감한다. 사건 횟수 자체가 늘어가는 추세이고, 특히 상담 횟수가 굉장히 많아졌다. 당장 이혼하지 않더라도 이혼 준비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대방의 불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 이혼 관련 법률 문의가 증가했다.

이혼 관련 콘텐츠가 각광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주제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치정 싸움은 언제나 재밌지 않나.(웃음) 심지어 이혼은 사랑하던 사람끼리 싸우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어쩌다 이혼에까지 이르렀는지 과정을 읊는 거다. 과거에 치정 싸움을 다룬 프로그램 <사랑과 전쟁>의 인기가 대단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리 갑작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이혼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공감이 된다. 흔히 누군가가 사업을 시작해 성공 또는 실패를 하는 일은 내가 겪을 만한 일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결혼은 웬만한 사람은 모두 겪는 일이다. 내가 경험했거나, 경험할 예정이거나, 가까운 지인이 경험한 것이다. 결혼이 너무나 친숙한 일이기에 결혼을 파기하는 과정이 흥미로운 거다.

한편, 이혼 프로그램 출연자를 보며 의문이 들기도 한다. 자신의 이혼 과정을 공개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 편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 같다. 상담을 하다 보면 상대방을 혼내 달라는 의뢰인이 많다. 두 사람은 이미 대화가 되지 않는 상황이니, 타인의 힘을 빌려 대화하고 싶은 거다. 또 실제로는 이혼할 생각이 없어 공개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혼 상담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상대방이 이것만 바꾸면 이혼 안 하겠다”는 말이다. 고통스러운 갈등이 해결되고, 상대방의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거지, 실제로는 이혼할 마음이 없는 거다.

이혼할 마음이 없어 이혼 상담을 받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대부분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이혼은 아직까지 금기시된다. 이혼남, 이혼녀라는 낙인도 여전하다. 많은 사람이 가정을 깼다는 죄책감과 사회적 압박으로 이혼을 피하려 한다. 그러나 극단적 상황에 처하면 “이렇게 살다가는 죽을 것 같다”는 절박한 마음에서 이혼을 고민한다. 상대가 변할 수도 있다는 작은 가능성에 기대어 결정을 미루는 경우도 많다. 소송에 이르러서도 상대의 “노력하겠다”는 말 한마디에 취하를 요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구체적 변화나 실행이 없는 약속은 무의미한 시도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혼과 관련해 자기 이야기를 서슴지 않는 시대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과거에 비해 사회 분위기가 이혼을 많이 용인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결혼과 이혼 모두 개인의 선택이며, 나라는 사람의 본질은 이혼 후에도 변하지 않는다는 거다. 오히려 이혼은 삶의 한 경험으로, 성장을 통해 더 나은 삶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혼을 직접 경험한 입장에서, 나는 이런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중 하나다. 이혼은 결혼과 마찬가지로 동전의 양면과 같다. 결혼을 축하하듯이 이혼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혼 후에도 긍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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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개선을 위해선 어떤 조언을 하는 편인가?

이혼 상담에서는 상대방이 "앞으로 변하겠다"고 약속하며 기회를 주는 사례가 종종 있다. 이 경우 이혼 대신 합의서를 작성한다. 갈등의 구체적인 내용, 해결을 위한 노력, 노력 실패 시의 대처 방안을 포함한다. 합의서 작성 과정에서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기도 하지만, 이런 합의가 항상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몇 년 뒤 다시 상담을 요청하며 합의가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합의서를 작성했더라도 이를 지키고 관계를 회복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혼 상담만큼이나 결혼 상담을 강조한다고

결혼할 때 이미 갈등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이 “결혼하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갈등을 무시하고 결혼을 선택한다. 하지만 대부분 이혼 사유는 결혼 전부터 존재했던 갈등에서 비롯된다. 결국 그 갈등이 해결되지 않아 이혼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결혼 전에 이런 문제를 더 깊이 이해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한다면, 이혼을 피하고 더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이혼 변호사가 결혼 상담까지 하는 셈이다. 극과 극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아니다. 결혼과 이혼은 본질적으로 같다. 결혼을 하는 이유는 행복하기 위해서이지 않나. 이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혼은 사회적으로 터부시되고 부정적인 선입견이 씌워져 있다. 이혼 후 삶이 행복할지 불행할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불행해질 경우, 많은 사람이 그 원인을 이혼 탓으로 돌린다. 행복이든 불행이든 그것을 만들어가는 주체는 자기 자신인데도, 상대방이나 상황을 비난하는 거다. 마치 ‘불행 자격증’이라도 얻은 것처럼 말이다.

이혼할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둔 채 결혼하라는 말처럼 들린다. 한편으론 끝을 상정하고 관계를 시작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관계에 부정적 영향이 미치지는 않을까?

결혼은 법률혼이고, 법률혼은 계약이다. 따라서 결혼을 법적 계약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계약에서 중요한 것은 시작과 종료 시기, 그리고 계약 해지 사유다. 결혼도 마찬가지로 혼인신고는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이며, 이 계약의 내용과 종료 조건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결혼은 신성시하는 반면, 이혼은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한다. 이는 잘못된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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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종신 계약이다.
노동 계약조차 기간이 정해지는데,
결혼은 죽을 때까지 지속된다.
심지어 사망 후에도 이혼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법적 계약인 만큼 법의 본질을 이해하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개인의 자유가 중시되는 사회다. 두 사람의 결합 형태가 꼭 결혼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보나?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결혼은 그리 오래된 제도가 아니다. 인간의 본능적 형태라기보다 사회가 만들어낸 제도다. 따라서 사회가 변화하면 결혼이라는 제도도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것이 맞다.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 즉 엄마와 아빠, 자녀로 구성된 가정의 모습은 이미 소멸하는 추세다.

가정의 형태는 다양하다. 자녀가 없이 부부로만 이루어져도 가정이고, 이혼 후 부 또는 모와 자녀로 구성된 형태도 가정이다. 부 또는 모와 자녀의 관계는 변함이 없어 여전히 가족이다. 이는 가정을 깬 것이 아니라 가족의 형태가 변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회는 여전히 “가정을 깼다”는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책임감이 없거나 관계를 파괴했다는 식으로 편견을 덧씌운다. 이런 시각은 가족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문제다. 가족의 형태는 변화할 수 있고,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하는 것이다.

점점 결혼이 두려운 사회가 되는 것 같다

내 인생이 복불복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나.(웃음) 사전에 서로에 대해 잘 알아본 뒤 고민 끝에 결혼하지 않으면 결혼 이후의 행복은 보장할 수 없다. 결혼 이후에 갈등이 생기면 결국 내가 참는 방법밖에 남지 않는다. 그러면 너무나 불행한 인생을 살게 된다. 스스로 삶의 행복을 찾기 위해 결정은 항상 신중히 해야 한다.

중년을 기준으로, 가장 많은 이혼 사례가 무엇인가?

대화의 부제다. 이는 중년뿐 아니라 모든 연령대에서 마찬가지다. 불륜이나 폭행, 음주, 도박 등 여러 사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찾다 보면 결국 대화의 부제로 귀결된다. 예를 들어, 부부 중 어느 한쪽이 불륜을 저질러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면 이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상대가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며,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준다면 관계가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불륜을 저지른 사람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거나 오히려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는 태도를 보인다.

‘대화를 시도하라’는 쪽으로 조언하나?

아니다. 그건 갈등의 조짐이 보이는 초기 단계에 처한 사람들에게나 유효하다. 이미 갈등이 절정에 달해 상담을 받아야 한다면, 이혼하는 게 맞다.

강조하고 싶은 건, 갈등을 수면 위로 올리라는 거다. 갈등은 순식간에 절정에 달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관계에서 문제가 생겨도 ‘이 정도는 참을 수 있다’며 넘어가곤 한다. 그런데 이런 작은 일이 쌓이다 보면 관계에 균열이 생긴다.

당장은 별일 아니어도 문제 제기를 할 줄 알아야 한다. 기분이 나빴다면 어떤 점에서 기분이 나쁜지 말할 줄 알아야 건강한 관계가 된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면 별거하는 것도 문제 제기의 일환이 될 수 있다.

이혼을 망설이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자녀 문제가 아닐까?

대부분 그렇다. 하지만 아이는 미성숙한 데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능력이 부족하다. 부모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에게 좋은 것을 주는 사람이다. 아이의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부모 자신이 행복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불행한 결혼을 유지하며 “너는 나처럼 살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진정 아이를 위한 것인지, 이혼 결정을 미루는 핑계인지 반문해야 한다.

좋은 결혼, 좋은 이혼은 뭐라고 생각하나?

‘좋은 경험’이라고 답하고 싶다. 결혼과 이혼은 하나의 맥락이다. 결혼과 이혼, 취업이나 출산까지 모든 것은 살면서 발생하는 이벤트일 뿐이다. 그 자체가 삶의 본질은 아니다. 따라서 결혼한다고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고, 이혼한다고 불행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삶의 경험일 뿐이다.

중요한 건 경험을 통해 얼마나 성장했냐는 거다. 결혼 후에 이혼하지 않았다고 해도, 스스로가 성장하지 않는다면 결혼 생활은 본인에게 큰 의미가 없는 거다. 나에게 집중하고, 성장하고 있는지 스스로 끊임없이 되돌아봐야 한다.

ㅣ 덴 매거진 2025년 2월호
에디터 정지환 (stop@mcircle.biz)
사진 김덕창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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