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배 탄 외국인 3년 만에 돌아온다”…크루즈선 입국 재개에 들뜬 제주항
실제 입항은 내년 3월부터…제주 지역에만 68회 신청
완벽 상태 유지하며 준비 중인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
‘큰 손’ 중국인 입항은 아직… “제주 관광 코스 다양화”
지난 17일 오전에 방문한 제주시 건입동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은 이곳이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대표 출입구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텅 빈 모습이었다. 연안여객선을 타고 제주에 들어오거나 제주를 떠나는 한국인은 종종 눈에 띄었다. 터미널을 썰렁하게 만든 건 외국인 관광객의 부재(不在)였다.
하지만 제주항에서 만난 직원들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019년 12월 이후 3년 동안 중단됐던 외국인 크루즈선 여행객의 국내 입국과 하선 관광을 해양수산부가 지난달 24일부터 재개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터미널 관계자들은 각자 위치에서 기대감에 찬 얼굴로 외국인 관광객을 다시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곽종주 제주특별자치도 크루즈해양레저팀장은 “모객 과정을 거쳐 내년 3월부터 각 선사 크루즈선의 제주도 입항이 재개될 예정”이라며 “3년 3개월 만에 처음 들어오는 크루즈선은 일본 오키나와를 출발해 기항지(선박이 목적지로 가는 도중 잠시 들르는 항구)인 제주항에 들어왔다가 다시 일본 나가사키로 이동하는 배”라고 했다.
해수부의 봉쇄 완화 발표 이후 지금까지 접수된 크루즈선의 2023년 제주 지역 선석(선박 접안 장소) 신청 횟수는 제주항 38회, 서귀포 강정항 30회 등 총 68회(10월 말 기준)다. 이민규 제주관광공사 프로젝트 매니저(PM)는 “크루즈 관광이 정상화하면 오랜 시간 위축했던 제주도의 외국인 유치 관광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돌아본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은 3년의 개점휴업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관리 상태가 양호했다. 보안 검색대와 법무부 출입국 심사대, 검역소 등의 내부 시설 전체가 당장 내일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깔끔했다. 터미널 관계자는 건물 바깥쪽 크루즈선이 접안하는 선석과 방파제 등도 주기적으로 점검해왔다고 설명했다.
크루즈선이 접안할 제주 외항의 주선석 길이는 360m, 접안 규모는 8만톤(t)이다. 곽종주 팀장은 “기준이 8만t이라는 의미고, 실제로는 11만~12만t급 크루즈선까지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며 “수심도 10m 이상으로 깊어 대형 선박이 들어오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국제 크루즈선 입국·하선 재개에 우려의 시선이 없는 건 아니다. 외국인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시 국내에 유입될 수 있어서다. 해수부는 크루즈선에 승선하는 모든 인원이 우리나라 방역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탑승객은 입국 전 검역정보 사전입력 시스템(Q-code) 등을 통해 건강 상태를 체크해야 하고, 확진 또는 감염 의심 증상을 보이는 외국인은 하선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이민규 PM은 “올해 9월 글로벌 크루즈선 운항(항만기항) 횟수는 6483회로,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전인 2019년의 월평균 운항 횟수인 6338회를 웃돌았다”며 “지난해 475만명까지 떨어졌던 전 세계 크루즈 관광객 수도 올해 2500만명으로 2019년(2967만명)에 거의 근접했다”고 했다. 이 PM은 “이미 크루즈 산업은 팬데믹을 극복한 상황이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크루즈 관광의 ‘큰 손’ 역할을 해온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 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숙제로 꼽힌다. 제주도에 접수된 내년도 크루즈선 선석 신청 68회 대부분은 일본에서 들어오는 것이다. 제주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남성 김지호(가명) 씨는 “중국 관광객 규모가 컸던 만큼 진정한 의미의 정상화는 중국발(發) 크루즈선이 입항할 때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국제 크루즈선의 제주도 입항 실적은 2005년 6회(3173명)에서 2016년 507회(120만9106명)로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다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2017년 98회(18만9732명), 2019년 29회(6만4346명) 등으로 급감했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는 팬데믹의 여파로 단 한 건의 입항도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인 관광객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다른 나라 사람보다 한국 면세점에서 돈을 많이 썼다는 점이다. 곽종주 팀장은 “팬데믹 이후 안심하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관광지나 해당 지역 특색을 잘 알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쪽으로 관광 트렌드가 옮겨갔다”며 “면세점 투어 외에도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관광 코스를 개발해 외국인 관광객 만족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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