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세상에 바치는 시"…허연 시집 '작약과 공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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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는 작약이 누구의 관심도 받지 않는 갈빗집 뒤편 공터에서 무심히, 그러나 기어이 피어나는 모습에 진저리를 낸다.
세련된 감수성과 짙은 여운을 남기는 문체로 호평받는 허연(59)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작약과 공터'(문학과지성사)를 펴냈다.
허연은 1991년 현대시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해 시집 '불온한 검은 피',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내가 원하는 천사', '오십 미터'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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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03/yonhap/20251003091640190dwot.jpg)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진저리가 날 만큼 / 벌어질 일은 반드시 벌어진다 // 작약은 피었다 // 갈빗집 뒤편 숨은 공터 / 죽은 참새 사체 옆 // 나는 / 살아서 작약을 본다"(시 '작약과 공터'에서)
화자는 작약이 누구의 관심도 받지 않는 갈빗집 뒤편 공터에서 무심히, 그러나 기어이 피어나는 모습에 진저리를 낸다. 그 곁에 누운 참새와 달리 화자는 살아서 작약의 탄생을 목도한다.
작약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이어지는 시어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작약은 / 울먹거림 / 알아듣기 힘들지만 정확한 말 // 살아서 작약을 보고 있다 / 작약에는 잔인 속의 고요가 있고 / 고요를 알아채는 게 나의 재능이라서 // 책임을 진다"
화자는 울먹거림 같지만 선명한 작약의 소리를 알아챈다. 미미한 생명의 고요한 발화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지 않고 소통한다.
세련된 감수성과 짙은 여운을 남기는 문체로 호평받는 허연(59)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작약과 공터'(문학과지성사)를 펴냈다. 전작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시집이다.
시집은 올해 정지용문학상 수상작인 표제시와 현대시작품상 수상작인 '판교' 등 총 66편의 시를 4부로 나눠 묶었다.
허연의 시는 슬픔과 고독, 죽음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이번 시집에도 죽음을 관조하는 과정에서 삶의 존재를 인식하는 시들이 수록됐다.
'판교'는 노년에 이르러 소리를 거의 듣지 못하고 심폐기능도 약해진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시다. 화자는 아버지의 죽음이 가까워진 것을 절감하고 그에게서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의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 그가 취해서 불렀던 노래들은 다 어디로 가서 / 부질없는 삶과 죽음의 지층으로 들어갔을까 // 그대가 죽고 내가 살아서 그 노래들을 부를까"
허연은 1991년 현대시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해 시집 '불온한 검은 피',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내가 원하는 천사', '오십 미터' 등을 펴냈다. 한국출판학술상, 현대문학상, 김종철문학상 등을 받았다.
시인은 뒤표지에 실은 산문에 "빗나가고 싶었고, 빗나간 것들에 대해 노래하고 싶었고, 빗나간 것들을 증언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또 "모든 시는 불온해야 하고 모든 시는 자유로워야 한다"며 "불온한 시를 만나는 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과 친해지는 일이다. 내 모든 시를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에 바친다"고 썼다.
176쪽.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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