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에 ‘논리’ 뒤처진 인간…‘고지능 무능력자’ 되지 않으려면 [.txt]

최윤아 기자 2025. 11. 7.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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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가 지능의 전부’라는 강박관념에
인간만의 직관·상상력·감정·상식 퇴화
AI에겐 없는 고유역량과 재연결돼야
‘고유지능’ 지은이 앵거스 플레처 미 오하이오 주립대 ‘프로젝트 내러티브’ 소속 교수. 대학에서 신경과학을 공부하고, 예일대에서 문학을 공부(박사)한 그는 이야기로 사고하는 ‘서사 인지’가 인간에게 고유한 지능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출판사 제공

아이큐(IQ) 높은 청년들을 뽑아놨는데, 왜 이토록 무능할까. 2000년대 초반부터 미 육군 특수부대는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지표상으로 이들은 명백히 고지능이었다. 합리적 분석력 등을 측정한 지표에서 신병들의 기록은 나날이 고공행진했다. 그러나 실전에서 이들의 지력은 바닥을 기었다. 의사 결정, 전략 계획, 리더십 등에서 모두 취약했고 폭력성 분출, 약물 중독 등에도 쉽게 빠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더 악화했다. 백방으로 해결책을 찾던 미 육군 특수부대는 2021년 3월 의외의 기관에 문을 두드린다. 스토리 연구 싱크탱크 ‘프로젝트 내러티브’다.

‘고유지능’은 이 싱크탱크 소속 교수 앵거스 플레처가 쓴 책이다. 특수부대로부터 신병의 지력을 키워 줄 훈련법 개발 및 전수를 의뢰받은 그는 ‘이야기’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인간에게는 수백만년 동안 업데이트 해 온, 이야기로 사고하며 키운 고유한 역량(‘고유지능’)이 있다. 그러나 이 역량은 논리력만을 지능의 전부라 간주하는 사회적 인식과 그릇된 교육 체계에서 방치·퇴화되어 왔다. 그 결과가 바로 우리가 목도하는 ‘고지능 무능력자’의 양산이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력을 대체하기 시작한 현 시점에서, 우리는 이제 잠자는 고유지능을 깨워야 한다. 지은이의 주장은 이렇게 요약된다.

고유지능 l 앵거스 플레처 지음, 김효정 옮김, 인플루엔셜, 2만1000원

지은이는 일단 ‘지능’의 협소한 경계를 풀어낸다. 그동안 지능은 곧 논리였다. 대표적 지표인 아이큐 테스트는 논리력을 위주로 측정한다. 논리는 컴퓨터의 언어이자 사고 체계다. 이 말인즉, 인간이 아무리 용을 써도 논리로 인공지능을 앞서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작금의 교육은) 학생들을 컴퓨터처럼 생각하게 만들어 컴퓨터가 잘할 만한 일을 하도록 훈련시킬 뿐, 인공지능이 따라 할 수 없는 인간 본연의 지혜는 길러주지 못한다. 결국 미래세대는 원시 인류보다도 실용적 지능이 떨어지는 2류 알고리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논리’에 대한 강박 탓에 마비된 다른 지능이 있다. 직관, 상상력, 감정, 상식이다. 지은이는 직관을 “표준적인 서사에서 균열을 찾아내 과거와의 단절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정의한다. 직관은 예외에서 싹튼다. 지은이는 기존 색채학의 틈새에서 ‘청록-빨강’의 조합을 발견한 빈센트 반 고흐처럼, 예외를 새로운 질서로 확장한 사례를 제시한다. 기존 규칙의 틈새를 발견하는 건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그러나 좀처럼 하지 않는) 능력이다. 논리는 “예외의 정반대인 ‘분류’를 좋아하”기에 “컴퓨터는 예외적 정보를 처리하지 못한다”. 예외를 “어물쩍 건너뛰고 정해진 틀로 돌아간다.” 지은이는 직관력을 복원하기 위해 ‘왜’가 아닌 ‘언제, 어디서, 어떻게’로 묻는 방법을 제안한다. 섣부른 판단(분류)을 멈추고, 사고회로를 이야기로 전환해 예외가 품은 가능성을 포착하게 만드는 훈련이다.

상상력 역시 인간만이 가진 힘이다. 논리는 개연성을 계산할 뿐이지만, 상상력은 미래를 창조한다. 다시 말해 “논리는 전례를 굳히는 힘인 반면, 창의성은 전례를 부수는 힘”이다. 상상력은 특히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저정보’(low information) 상황에서 힘을 발휘한다. 상황이 급변해 유의미한 데이터가 없을 땐 아무리 통계, 분석, 귀납, 연역 등의 방식을 동원해도 유효한 계획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그럴 때를 대비해 상상력을 벼려야 하는데, 여기서 상상력은 계획을 세울 줄 아는 능력을 말한다.

두려움, 분노, 슬픔, 수치심 같은 감정도 인간이 현명한 사고를 하도록 도움을 주는 도구다. “두려움은 ‘당신에게는 계획이 없다’는 정보다. (…) 분노는 ‘계획이 하나뿐이라는 위험 신호다.” 이렇게 감정은 계획의 유무와 타당성을 진단하는 생물학적 도구가 된다. 지은이는 ‘내 삶의 역사와 목적을 발견하는 것, 즉 이야기 속에서 사고(서사 인지)’하는 것이야말로 지력의 핵심이라고 보는데, 감정은 이 ‘목적’을 점검하는 데도 유용하다. “(누군가에게) 큰 감사를 받았는데도 별 감흥이 없다면 아마도 당신이 다른 사람의 목적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받은 감사일 것이다. 하지만 작은 감사라도 크게 느껴진다면, 그건 당신이 자기만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의 쓰임과 달리, 이 책에서 ‘상식’은 ‘모르는 것을 아는 감각’이다. “챗지피티와 같은 거대언어모델은 (…) 모르는 것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순진하게 꾸며내고 과거의 경향에서 추론해 지식의 빈틈을 메운다.” 인간은 어린 아이조차 낯선 사람을 만나면 울음으로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걸 표현하는데, 인공지능은 이에 무능하다.

‘고유지능’ 지은이 앵거스 플레처 교수(왼쪽)가 지난 9월 뉴욕에서 열린 행사에서 말콤 글래드웰(오른쪽)과 대담하는 모습. 앵거스 플레처 에스엔에스 갈무리

이 책은 오직 인간이 가지는 고유한 지능은 무엇이고, 이것과 다시 연결되기 위해서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지 안내한다. 다만 ‘훈련’ 부분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다. 군사 기밀 때문인지, 특수부대 대상으로 어떤 훈련을 했고, 그 성과가 어땠는지 구체적으로 적시되진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가 외면했던 어떤 희미한 방향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계속 마음에 머무는 책이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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