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적 있으세요?"… 설날 부모님께 할 건강 질문 7가지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4. 2. 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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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모이는 연휴기간이 건강 살피는 기회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돼줄 것 같던 부모가 나이가 들어 기력이 쇠해진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어디서 넘어졌는지 걸음이 불편해 보이고, 잠도 푹 못 주무셨는지 왠지 모르게 피곤해 보인다. 문제는 부모가 몸이 성치 않아도 자식이 걱정할까봐 말을 잘 안 한다는 데 있다. 증상이 여러 번 나타나도 '나이를 먹어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민족 대명절 설은 오랜만에 부모를 만나 이들의 건강을 자연스럽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새해 덕담을 나누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일곱 가지 질문을 통해 부모의 영양 상태부터 정신 건강까지 꼼꼼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식사다. 삼시 세끼를 모두 챙겼는지 묻는 것은 가벼운 안부처럼 들릴 수 있지만 부모의 영양 상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부모 스스로는 충분히 많이 먹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예전과 비교했을 때 식사량이 확 줄어든 경우가 종종 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소화 능력이 약해지고 장내 흡수율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치아 건강이 나빠지는 것도 부실한 식사로 이어질 수 있다. 식사의 양이나 질이 좋지 않다면 이유를 꼭 물어봐야 한다. 장일영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복용하는 약 때문에 입맛이 없는 경우도 자주 있으니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노년기의 또 다른 증상인 변비도 소화불량과 식욕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깜빡깜빡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은지도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어르신들은 스스로 치매 가능성을 부인하는 경우가 많다.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아도 자존감이나 주변의 우려 때문에 말을 안 한다. 하지만 치매 치료의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예방 다음으로 중요한 건 조기 진단이다. 초기 단계에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노화에 따른 건망증과 달리 치매는 기억력 장애 외에도 공간지각력, 계산능력, 판단능력 등이 점차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박기정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특정 힌트를 제시해 기억을 해내는지 확인해 건망증과 치매를 구별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망증이라면 뇌에 각종 정보가 입력돼 있는 상태에서 단서가 주어지면 다시 기억해낼 수 있다. 반면 치매는 정보 입력이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지난 일들을 회상하는 데 한계가 있다. 물론 인지 저하 상태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기억성 경도인지장애 환자 중 10~15%가 매년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최근 넘어진 경험이 빈번한지 체크하는 것도 필요하다. 노인은 낙상으로 골절을 입으면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대퇴골 근위부가 부러지면 수술 후 회복까지 6~12개월이 걸린다.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치료와 간병에 드는 경제적인 부담도 크다. 골절 부위 통증으로 누워만 있으면 욕창, 폐렴, 폐색전증, 근육 위축 등 전신적인 합병증을 얻게 된다.

평소에 균형감각을 높이고 근력을 키울 수 있도록 걷기 등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장 교수는 "집안 조명이 너무 어둡지 않도록 적당한 밝기로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며 "어르신들이 많이 복용하는 고혈압 약이나 신경안정제, 감기약 등은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부모의 정신 건강도 자녀들이 반드시 챙겨야 할 부분이다. 2021년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70~79세의 우울장애 1년 유병률은 3.1%로 전 연령층 중에서 가장 높다. 노인은 심리적으로 우울하면 모든 기능이 떨어진다. 이를 노인성 우울증이라고 한다. 병원에서 설명되지 않는 불면증이나 통증, 소화불량을 호소한다면 노인성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선제영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노인들은 대개 정신적 문제를 부정하고 '몸이 아프다' '소화가 안 된다'처럼 신체적 증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며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을 이전보다 많이 표현하거나 갑자기 무기력해져 외출 빈도수가 낮아지고 평소 해오던 일을 하지 못한다면 병원을 방문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대화할 때 부모가 큰 목소리로 자꾸 되묻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노인성 난청은 나이가 들면서 청력이 서서히 떨어지는 증상이다. 청력의 노화는 30대 후반에 시작돼 65세가 되면 4명당 1명, 75세에는 3명당 1명, 85세는 2명당 1명꼴로 난청을 경험한다. 여승근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난청을 방치하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생기고 뇌세포가 함께 퇴화해 우울증이나 치매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력은 한 번 나빠지면 예전 상태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보청기 착용으로 재활을 시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보청기는 나이와 귀 상태, 난청의 정도와 생활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선택해야 한다.

하루 평균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 횟수가 8번 이상이라면 배뇨 장애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야간 빈뇨는 원인에 따라 다뇨, 야간다뇨, 방광저장기능 이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야간 빈뇨가 의심된다면 3일간 배뇨 시간과 양을 기록한 후 요역동학검사, 혈장전해질, 삼투압을 측정해 진단한다. 치료법으로는 의식적으로 수분 섭취를 제한하는 것 외에 이뇨제, 항이뇨호르몬제 등을 복용하는 것이 있다. 이선주 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야간 빈뇨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수면을 방해해 신체 피로를 유발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는 점에서 삶의 질 유지를 위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모가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복용하는 약 종류와 가짓수, 시간대 등을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 특히 당뇨약·고혈압약은 매일 먹어야 함에도 복용을 잘못해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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