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장기 사용, 심혈관계 질환 원인 될 수 있어

- 일반 담배에 비하면 염증 유발 정도는 덜해
- 하지만 장기 노출될 경우 동맥 플라크 축적시킬 수 있어

전자담배에는 니코틴을 비롯해 다양한 화학 물질이 들어 있다. 여기에 다양한 향료가 첨가돼 있어, 담배 특유의 냄새 대신 향긋한 향기가 나기도 한다. 이는 젊은 연령층에서 전자담배가 성행하는 이유 중 하나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2022년 기준 3.5%다. 2018년 4.3%에서 2019년 3.3%로 줄어들었으나 다시 소폭 상승한 수준이다. 궐련형 전자담배(2022년 기준 5.6%)에 비하면 낮지만, 약 4년째 엇비슷한 수준의 사용률을 기록하고 있다.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전자담배 에어로졸, 심장질환과 관련

캐나다 맥길 대학 건강센터와 캐나다 레이디 데이비스 의학연구소는 공동 연구팀을 구성해 전자담배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전자담배 제품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유형의 만성질환 요인을 가진 실험용 쥐를 선별해, 이들을 전자담배 에어로졸에 노출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청소년들이 하루에 사용하는 횟수와 빈도를 참조하여, 그와 유사한 수준에서 노출시켰다.

그중 첫 번째 연구결과는 호흡기 질환 관련 오픈 액세스 저널인 「BMJ Open Respiratory Research」에 게재됐다.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전자담배를 흡입할 경우, 폐에 상당한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전자담배의 에어로졸은 매우 미세한 입자로 구성돼, 폐의 기본 단위인 ‘폐포’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맥길 대학 건강센터 소속인 캐럴린 바그롤 박사는 “전자담배 에어로졸 흡입을 통해 쥐들의 대사, 해독, 지질 신호 전달 경로의 변화를 관찰했으며, 그 중 일부는 심장질환 발병과 관련이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전자담배에 포함되는 화학물질은 종류도 다양하고 그 양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해로운 영향’이라는 방향성은 동일하다. 니코틴을 비롯해 염증 유발 물질이 주를 이루며, 일부는 산화 스트레스 유발 물질, 발암성 물질로 분류되기도 한다.

전자담배 흡입이 동맥 플라크 유발

연구팀의 두 번째 연구결과는 독성 및 약리 분야 연구를 다루는 「Toxicology and Applied Pharmacology」에 게재됐다. 바그롤 박사는 “두 번째 연구를 통해 전자담배 에어로졸 흡입으로 인해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는 죽상경화증 발생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죽상경화증은 동맥 내벽에 플라크가 쌓여 혈류를 방해하는 질환으로, 심혈관계 질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공동 연구팀이 내놓은 결과에 따르면, 전자담배 에어로졸은 폐와 몸 전체에 염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또한, 전자담배 제품에 매일 노출되면 순환 지질, 즉 혈액 내에 존재하는 지방 성분의 수치가 증가한다. 중성지방, HDL, LDL 등이 포함된다.

이는 심장과 혈관에 플라크가 쌓이는 현상을 일으키며, 이로 인해 동맥이 좁아지거나 경직되는 죽상경화증이 발생할 수 있다. 레이디 데이비스 연구소의 수석 연구자인 코렌 맨 박사는 “전자담배 사용이 심장마비,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 문제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바그롤 박사는 “두 연구 모두 폐와 심장에서의 변화는 수컷 쥐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라며, “이는 전자담배 사용이 남성에게 특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며, 현재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젊은 남성들이 우려해야 할 대목이다”라고 덧붙였다.

‘덜 해로운’ 것이지, ‘해롭지 않은’ 것 아냐

흔히 전자담배는 일반담배(궐련)와 비교해 해로움이 덜하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전자담배는 일반담배와 다르다. 바그롤 박사에 따르면, 전자담배는 체내 염증을 발생시키는 정도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전자담배 에어로졸이 폐 깊숙한 곳에서의 변화를 유발하며, 다른 방식으로 질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발견되었다.

지난 9월 영국 옥스포드 대학의 코크란 담배 중독 그룹(CTAG)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니코틴이 포함된 전자담배의 경우 ‘가장 효과적인 금연법’ 중 한 가지로 꼽힌다. ‘코크란 전자담배 리뷰(ECs)’에서는 일반적인 니코틴 대체요법(NRT)에 비해 전자담배 사용이 더 높은 금연율을 기록했다는 내용을 게재하기도 했다.

물론 위 연구는 캐나다에서 수행된 것이라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자담배 성분에 대한 규제를 더욱 깐깐하게 적용하는 편이기 때문에, 캐나다의 현실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자담배가 전혀 해롭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따라서 전자담배를 ‘해롭지 않다’라는 이유로 사용하고 있다면, 정확한 정보를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전자담배로 인한 영향이 남성에게서 특히 더 크게 나타나는 이유는 아직 미지수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다만, 현재는 확인된 결과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Copyright © 본 콘텐츠는 카카오 운영지침을 준수하며, 저작권법에 따른 보호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