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ESS '충전 80% 이상 금지' 했는데도...불난 ESS 92%는 '완충' 이었다

이상무 2024. 10.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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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가 이어지자 정부가 2020년 '충전율'을 80~90%로 제한했지만 2021~2024년 사이에 발생한 ESS 화재 92%가 '완전 충전' 이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ESS를 운영하는 현장에서 정부의 충전율 제한 의무를 가볍게 보고 관리를 소홀히 하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여전히 화재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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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무 민주당 의원실, ESS 화재 현황 분석
2020년 ESS 화재 조사 후 충전율 제한 조치
그럼에도 100% 충전한 ESS 등장...화재까지
충전율 초과로 하향 조치한 ESS만 올해 70곳
"충전율 위반 제재 근거 상위법화 및 강화 필요"
2022년 울산 남구 한 공장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불이 나 소방대가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가 이어지자 정부가 2020년 '충전율'을 80~90%로 제한했지만 2021~2024년 사이에 발생한 ESS 화재 92%가 '완전 충전' 이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ESS를 운영하는 현장에서 정부의 충전율 제한 의무를 가볍게 보고 관리를 소홀히 하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여전히 화재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SS 화재 25건 중 23건이 '완전 충전' 이후 발생

그래픽=강준구 기자

6일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전기안전공사로부터 제출받은 'ESS 화재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까지 발생한 ESS 화재의 25건 중 23건이 완전 충전 후 발생했다. 2020년 이후 산업통상자원부가 의무적으로 ESS 충전을 80%(옥내), 90%(옥외)까지만 하도록 했는데도 여전히 100%까지 충전했다 불이 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산업부는 ESS 화재가 끊이지 않자 2019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민관합동 조사를 실시했다. 2020년 2차 조사를 한 뒤에는 ESS 충전을 100%까지 할 경우 화재 위험이 있다고 보고 충전율을 제한했다. 실제 2017~2020년 ESS 화재 29건 중 21건이 '완전 충전 후 미운영 중'에 발생했다. 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2차 조사 과정에서 여러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충전율을 제한해 ESS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낮추는 것이 화재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피크저감형 ESS는 공장 내...큰 불로 이어질 가능성

2022년 인천 동구 한 공장 내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를 하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제공

ESS는 'Energy Storage System'의 줄임말로 전력을 저장하고 필요할 때 내보낼 수 있는 '대형 배터리 시스템'이다. 주로 태양광, 풍력 등 '간헐성'이 단점으로 꼽히는 재생에너지 발전원과 함께 쓰인다. 태양광이 적거나 바람이 불지 않을 때를 대비해 미리 전력을 저장해 뒀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게 해준다. 최근에는 공장이나 산업단지 내에 심야 시간대 전력을 배터리에 저장한 뒤 주간 피크 시간대에 사용하는 '피크 저감형 ESS'도 많이 쓰인다.

주목할 점은 ESS가 상당한 용량의 리튬이온배터리를 쓰기 때문에 불이 났을 때 열폭주 등으로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피크저감형 ESS는 공장 인근에 있는 경우가 많아 자칫 불이 공장이나 산업단지로 옮겨붙으면 대형 화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2021~2024년 사이 발생한 ESS 화재 25건 중 5건도 울산, 창원, 인천 등 공장이 많이 몰려 있는 지역에 위치한 피크저감형 ESS였다. 이에 전기안전공사는 ESS 전기안전센터를 운영하고 전국 2,217개 ESS의 충전율, 화재 발생 여부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충전율 초과로 하향 조치 올해만 70곳

경북 경산시에 위치한 한국전력이 운영 중인 ESS 모습. 한국전력 제공

문제는 ESS 운영 현장에서 '충전율 제한'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ESS는 자체 시스템으로 충전율을 지정할 수 있다. 지정한 충전율에 도달하면 충전이 멈추는 원리다. 그런데 충전율을 80~90%로 지정하지 않아 전기안전공사에서 충전율 초과 상태를 알고 충전율을 내리도록 한 ESS가 올해만 전국에서 70곳이다. 해당 ESS도 충전율 하향 조치가 없었다면 완전 충전 이후 화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ESS 운영이 안일하게 이뤄지고 있는 측면이 있어 정부의 관리 강도가 더 강해져야 한다는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ESS에서 불이 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완전 진압까지 오랜 시간 다량의 물을 쏟는 수밖에 없어 화재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의 충전율 제한 등 조치 의무를 따르도록 더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허 의원도 "현재 ESS 충전율 제한 위반에 대한 제재 근거는 고시 수준"이라며 "관련 고시의 상위법화 등 다각적인 개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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