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 HMGMA 전격 수색…중간선거 앞두고 민주당 강세지역 겨냥한 정치행보 분분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강세 지역과 경합 지역 기업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친위대’라는 평가를 받는 ICE(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 미국이민세관집행국)를 앞세워 수색을 강행하는 모습이다. 불법 이민자와 취업 문제를 내세워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동시에 민주당 우세 지역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40%로, 올해 1월 취임 당시 47%에서 하락했다.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져 중간선거에서 패배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2년간 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워진다.
문제는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가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5일 ICE는 현대차그룹 HMGMA 부지 내 배터리 합작공장 HL-GA 건설 현장에 수색영장을 집행했다. 헬리콥터가 상공을 선회하고 차량 진입로가 봉쇄되는 등 대규모 작전이 전개됐다. 외부 취재 접근 또한 철저히 통제됐다. 이번 수색으로 HMGMA는 일시적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HL-GA는 2023년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약 75억9000만 달러(약 10조 원)를 투입해 설립한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이다.

HMGMA가 위치한 조지아주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강세 지역이었으나 직전 상·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며 경합주로 분류됐다. 특히 브라이언 카운티 사바나시는 민주당 지지세가 크게 상승한 곳으로, 2024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우위를 점한 지역이기도 하다.
올해 ICE는 HMGMA 외에도 네브라스카 오마하에 위치한 육류 가공업체 글랜 벨리 푸드(Glenn Valley Food), 로스앤젤레스 의류 제조·도매업체 엠비언스 어페럴(Ambiance Apparel), 캘리포니아 대형 상업용 마리화나 재배 농장 4개 등 총 7개 법인을 대상으로 대규모 현장 수색을 집행했다. 수색이 집행된 사업장들은 민주당 강세지역이나 경합지역이란 공통점이 있다.
네브래스카 오마하 또한 조지아주 사바나와 정치적으로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지역이다. 과거 공화당 텃밭이었으나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이기며 경합지로 성격이 바뀌었다. 경합지역에 위치한 대형 사업장을 겨냥한 대대적인 불법이민자 수색은 ‘미국인 일자리 보호’라는 정치적 메시지로 연결된다. 민주당의 기둥 지역인 캘리포니아의 경우 해당 지역 기업을 압박하는 것만으로도 정치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이번 HMGMA 수색은 전미자동차노조(UAW)를 겨냥한 정치적 메시지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약 40만 명에 달하는 조합원을 보유한 UAW는 지난 대선에서 ‘킹메이커’로 불릴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했다. 내년 중간선거에서도 승패를 좌우할 주요 단체다.
UAW는 현대차 공장에 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불법 이민자 고용 문제가 불거질 경우 노조의 압박 명분은 한층 강화된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민주당과 노조 간 협력 구도를 흔드는 동시에 UAW와의 관계 개선까지 노릴 수 있는 셈이다.

미국 현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ICE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민위원회(American Immigration Council)는 “트럼프 대통령과 ICE의 행보는 이민자 추방이 아니라 정치적 선동을 위한 연극에 불과하다”며 “실질적 문제 해결 대신 정치적 점수를 얻기 위한 퍼포먼스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치 매체 밀워키 인디펜던트는 “ICE는 트럼프의 비밀 경찰과 같다”며 “ICE는 백악관을 위해 의도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미국내 수많은 자동차 생산 시설 중 HMGMA만 ICE의 수색을 받은 것은 굉장히 이상한 현상이다”며 “미국에선 암묵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불법 이민자들을 단순 노동직으로 고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HMGMA가 문제가 된다면 다른 공장들도 모두 대대적인 수색 작전을 펼쳤어야 정상이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색이 트럼프식 압박 전술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여 온 관세·무역 등 정책 추진력이 약화될 위험이 있다”며 “경합주와 주요 산업 현장을 겨냥한 압박은 지지층 결집 효과를 노린 정치적 계산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측은 “건설 현장에서의 당국 활동에 전면 협조하고 있으며, 수사에 협조하기 위해 건설을 일시 중단했다”며 “추가로 제공할 수 있는 정보는 없다”고 밝혔다.
#현대차#불법이민자#HMGMA#트럼프#ICE#미국
글=조승열 르데스크 기자
Copyright © ⓒ르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