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츠가 전기차 전환에 힘을 쏟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이은 화재 사고와 배터리 논란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지난해 인천 청라 화재로 시작된 EQE350의 배터리 논란은 올해 들어 중국 현지 화재 사고가 잇따르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중국산 파라시스 배터리 탑재 사실이 알려지며 벤츠가 쌓아 올린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이같은 화재 사고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명확한 해명 없이 시간만 끌고 있는 벤츠의 대응은 소비자 불신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Q 시리즈 화재
배터리가 원인?
지난 5월 16일 중국 허난성의 한 벤츠 서비스센터 앞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서 벤츠 전기차의 안전성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소방대가 진화에 나섰지만 차량은 전소됐고, 화재는 차량 하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 발화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벤츠 측은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4월에도 중국에서 EQA 모델이 충전 중 화재로 전소됐고, 이보다 앞선 3월에는 벤츠가 배터리 결함을 인정하며 대규모 리콜을 실시한 바 있다. 중국 내에서만 1만 2천 대 이상이 해당됐고, 리콜 대상에는 문제의 EQA와 EQB도 포함됐다. 당시 벤츠는 “배터리 생산 과정의 품질 저하”를 이유로 들었고, 충전도 80% 이하로 제한하라고 권고했다.
문제는 이들 전기차가 단지 중국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EQ 시리즈는 꾸준히 판매되고 있으며, 여기에 2025년형 EQE에도 동일한 배터리가 계속 적용된다는 점에서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불이 난 모델의 배터리 제조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벤츠의 침묵은 소비자들의 의심을 더욱 부추긴다.

비용 절감 태도에
소비자 신뢰 하락
2025년식 EQ 시리즈 가운데 9개 모델 중 7개에 중국산 배터리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2025년형 EQE350 SUV에는 CATL 대신 파라시스 배터리만 단독 탑재됐다. 차량 가격은 1억 원을 넘지만 배터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10위권 수준에 불과한 업체 제품을 고집하고 있는 셈이다.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가 핵심 부품 선택에서조차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는 태도는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심지어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EQE 화재 사건 당시 CATL 배터리를 탑재한 것처럼 홍보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배터리 제조사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딜러사에까지 CATL로 안내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정황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올해 1월 벤츠 본사에 대한 두 번째 현장 조사를 벌였고, 허위광고 여부를 조사해 과징금 부과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벤츠는 이미 2022년 배출가스 허위광고로 202억 원의 과징금을 받은 전력이 있다. 이번에도 공정위가 위법 사실을 확인할 경우, 수백억 원대 추가 제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차 시장에서 벤츠의 영향력은 여전히 크지만, 반복되는 신뢰 훼손은 브랜드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 전기차 시대에도 벤츠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격이 아닌 품질과 투명성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