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잇는 '탈원전 폐기'...베트남도 원전 재검토 “한·러 등 수출 가능성 논의”
베트남 정부가 안전성 논란 등으로 전면 폐기했던 원자력 발전소 건설 재검토에 들어갔다. 2016년 베트남 정부가 원전 도입을 취소하면서 무산됐던 한국의 원전 수출 계획에 다시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블룸버그통신과 현지 언론 VN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최근 에너지 안보와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청정 에너지 개발 방식인 원전 도입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다른 국가의 원전 개발 사례 연구를 수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원전 사업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베트남 정부가 원전 계획을 재검토하는 건 전력난 때문이다. 전력 발전 대부분을 수력과 화력에 의존하는 베트남은 지난해부터 극심한 전력난을 겪어왔다. 작년 여름에는 폭염과 가뭄으로 도심 전력 소비는 크게 증가하는 반면 전력 공급은 부족해 일부 지역에서 전기가 끊겨 공장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가뭄으로 인해 수력 발전 가용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선언한 베트남 정부는 이같은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위기에 봉착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베트남 관료주의 등으로 인해 수십개의 풍력 발전 프로젝트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많은 기업이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정부가 원전 추진을 다시 검토하면서 한국과 러시아 등이 혜택을 보게될 전망이다. 로이터는 “베트남 정부가 수년간 원전 개발 재개를 검토해왔으며 러시아, 한국, 캐나다 등의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 가능성에 대해 논의해왔다”고 밝혔다.
실제 한국수력원자력도 지난 6월 베트남원자력연구원과 원전 및 SMR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러시아 원전 기업 로사톰도 베트남에 원자력과학기술센터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고, 원전 건설 재개 방안도 베트남 측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베트남의 원전 건설 재검토를 두고 “원자력 발전이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녹색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전력원으로 세계적으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고 평했다.
앞서 베트남은 2006년 처음 원전 사업 계획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원전 13기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2009년에는 베트남 닌투언성에 원자력 발전소 2기를 건설하는 계획을 승인했지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베트남의 원전 가동 계획은 전면 중단됐다.
베트남만이 아니다. ‘탈원전’을 선언했던 국가들은 최근 앞다퉈 ‘탈(脫)탈원전’으로 돌아서고 있다. ‘탄소 중립’을 위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이 쉽지 않은 국가에서는 현실적으로 원전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지난달 탈원전 정책을 철회하고 신규 원전 허용 법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탈리아, 스웨덴, 프랑스 등도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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