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012년 외국인 심판 부적절 접대 문체부 조사 문건서 확인
2016년 법인카드 사적 사용 1,496회·2억여 원 공식 발표
2024년 특정감사도 위법·부당 업무 27건…감독 선임, 보조금까지 도마
김승희 축협 전무, 조연상 프로연맹 사무총장 K-축구 혁신위 참여

[스탠딩아웃 뉴스]
대한축구협회의 외국인 심판 성접대 의혹이 15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충격은 성접대라는 단어에서 끝나지 않는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문건에는 법인카드 사적 사용부터 해외출장 비용, 특별채용, 가족수당까지 협회 운영 곳곳에서 벌어진 문제가 함께 담겼다.
세월이 흐른 뒤 축구협회가 마주한 장면도 편하지 않다. 2024년 문체부 특정감사에서는 감독 선임, 비리 축구인 사면, 천안 축구종합센터, 비상근 임원 자문료를 포함해 위법·부당한 업무처리 27건이 확인됐다. 지난달 국회 청문회가 열렸고 지난 6일 경찰은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의혹을 수사하며 대한축구협회를 11시간 넘게 압수수색했다.
사건은 다르고 책임자도 다르다. 15년 전 성접대 의혹을 현재 집행부 책임으로 뒤섞어서는 안 된다. 질문은 따로 있다. 시대와 사람이 바뀌었는데 축구협회 운영을 둘러싼 불투명성과 절차 논란은 왜 끝나지 않았느냐는 문제다.
성접대보다 더 무거운 단어 ‘관행’
JTBC가 지난 6일 보도한 내용은 2011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경기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이다. 외국인 심판 등을 상대로 안마시술소 비용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정황이 공개됐다.
공개된 문체부 세부 조사 문건에는 해당 기간 외국인 심판과 중국축구협회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안마시술소 등에서 8차례 부적절한 접대가 이뤄졌다고 적혀 있다. JTBC 보도에서는 관련 경기가 7차례로 소개됐다. 접대 횟수와 경기 수를 같은 숫자로 볼 수 없는 만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당시 관계자의 해명으로 소개된 ‘관행’이라는 표현은 문제를 가볍게 만들지 못한다. 오히려 개인 행동이 조직 안에서 반복됐고 비용까지 법인카드로 처리됐다면 관리와 승인, 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살펴야 한다.

2016년 12월 문체부 공식 발표에는 전·현직 임직원 18명이 유흥단란주점과 안마시술소, 노래방, 골프장 등을 포함한 장소에서 법인카드를 1,496회 사용해 2억여 원을 사적으로 집행한 사실이 담겼다.
문체부 공식 발표는 1,496회 2억여 원, 공개된 세부 조사 문건에는 1,501회 약 2억 1,600만 원으로 적혀 수치에 차이가 있다.
전직 회장이 배우자를 세 차례 해외출장에 동반하며 약 3,000만 원의 비용을 협회 공금으로 처리한 사실도 문체부 조사에서 확인됐다. 직원 6명을 공개모집 없이 특별채용하고 가족수당을 부당하게 지급한 사례도 적발됐다.
성접대 하나만 떼어내면 사건의 실체를 놓친다. 돈과 인사, 접대, 채용을 통제할 내부 장치가 얼마나 허술했는지가 2016년 조사에서 함께 드러났다.
정몽규 회장 취임 전 사건…책임은 정확하게 나눠야
이번에 다시 불거진 성접대 의혹과 상당수 법인카드 사용은 정몽규 전 회장이 2013년 대한축구협회장에 취임하기 전 발생했다.
당시 사건을 정 전 회장의 직접 책임으로 연결하는 비판은 사실관계와 맞지 않는다. 정몽규 체제 출범 뒤 클린카드와 회계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유흥업소 등에서 법인카드 사용을 제한한 점도 평가할 부분이다.
문제는 ‘과거 비리를 정리했느냐’에서 끝나지 않는다.
문체부가 2024년 대한축구협회를 다시 들여다본 결과 위법·부당한 업무처리 27건이 확인됐다. 문제 영역은 달라졌다. 법인카드 대신 국가대표 감독 선임 절차와 축구인 사면, 축구종합센터 건립, 국고보조금, 임원 자문료가 감사 대상에 올랐다.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는 권한이 없는 기술총괄이사가 면접과 최종 후보 결정에 관여했고 감독 발표 뒤 이사회 서면결의가 진행됐다는 문체부 감사 결과가 나왔다.
천안 축구종합센터 사업에서는 문체부 장관의 사전 승인 없이 하나은행과 615억 원 한도의 대출 계약을 약정한 사실도 확인됐다. 미니스타디움 국고보조금 사업에서는 실제 계획과 다른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56억 원을 교부받았다는 게 문체부 판단이다.
비상근 임원 34명에게 2021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자문료 명목으로 지급한 금액은 약 28억 원에 달했다.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선수 48명을 포함한 징계자 100명에 대한 기습 사면 역시 특정감사 대상에 포함됐다.
15년 전 사건과 2024년 감사는 같은 사건이 아니다. 책임 주체도 같지 않다. 법인카드에서 감독 선임과 이사회, 보조금으로 문제 영역이 바뀌었는데 외부 감사가 다시 필요했다는 사실은 가볍지 않다.

청문회 끝났는데…경찰, 축협 11시간 넘게 압수수색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대한축구협회 청문회를 열었다.
정몽규 전 회장과 홍명보 전 감독, 이용수 축구협회 부회장, 김승희 전무이사 등이 증인으로 나왔다. 클린스만·홍명보 감독 선임 절차, 월드컵 실패 책임, 협회의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가 주요 쟁점에 올랐다.
정 전 회장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지켰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문체부 특정감사 판단과 정면으로 갈리는 대목이다.
청문회도 충분하지 못했다. 일부 질의가 경기 결과와 인물 책임을 묻는 데 머물면서 감독 선임 권한이 실제로 누구에게 있었는지, 전력강화위원회와 이사회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끝까지 파고들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가 답을 얻지 못한 사이 수사는 한 단계 더 들어갔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6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와 서울 축구회관을 11시간 22분 동안 압수수색했다. 전력강화위원회와 국가대표 지원팀 관련 자료, 휴대전화와 PC 자료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정몽규 전 회장과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 등이 홍명보 전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전력강화위원회나 이사회 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홍 전 감독도 지난 4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수사가 시작됐다고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유무죄를 단정할 수도 없다.
협회 역사상 처음으로 알려진 강제수사가 감독 선임 절차에서 시작됐다는 사실만으로 축구협회가 받아들여야 할 메시지는 무겁다. 대표팀 감독 한 명을 뽑는 과정조차 내부 규정과 기록만으로 의혹을 해소하지 못해 경찰이 자료 확보에 나서는 상황까지 왔다.
개혁 대상의 현직 간부가 혁신위에 들어갔다
한국 축구는 이미 K-축구 혁신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박지성 국제축구연맹(FIFA) 분과위원회 위원을 중심으로 이영표·박주호 해설위원,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대한축구협회에서는 김승희 전무이사가 위원으로 들어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는 조연상 사무총장이 참여한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혁신위원이 아니다. 이용수 부회장은 지난달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현직 협회 인사다.
김승희 전무나 조연상 사무총장 개인에게 비위 책임이 있다는 의미도 아니다. 확인되지 않은 책임을 개인에게 씌워서는 안 된다.
인선 구조는 별개의 문제다.
대한축구협회의 거버넌스와 선거제도, 한국 프로축구 운영 구조를 손보겠다는 위원회에 개혁 대상 조직의 현직 핵심 실무자가 들어가는 방식이 최선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설명은 가능하다. 현장 의견을 듣는 일과 개혁안을 만드는 의사결정 테이블에 현직 집행부가 직접 앉는 일은 성격이 다르다.
협회와 연맹 관계자는 자료를 제공하고 현장의 문제를 설명할 수 있다. 자신이 몸담은 조직의 권한과 구조를 바꾸는 안건까지 직접 논의한다면 이해충돌 우려를 막을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개혁의 신뢰는 유명한 위원 이름보다 이해관계자를 어떻게 통제하느냐에서 나온다.
선거인단 1만 명 확대…혁신위는 발언자별 회의록 안 남겨
혁신위가 내놓은 개혁안에는 의미 있는 변화도 있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인단을 기존 300명 이내에서 1만 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프로와 실업, 대학, 승강제리그 선수와 지도자 등 현장 참여를 크게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폐쇄적인 회장 선거 구조를 바꿀 수 있는 변화다.
혁신위 운영 방식에서는 다른 질문이 생겼다.
혁신위는 지난달 27일 4차 회의까지 진행했지만 앞선 세 차례 회의에서 개별 위원의 구체적인 발언을 담은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 박지성 공동위원장은 주요 토론 내용은 문서로 남기지만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기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회의록이 공개될 경우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고 협회를 보호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축구협회가 수년 동안 비판받아온 이유 가운데 하나가 ‘누가 결정했는지 알기 어렵다’는 문제였다.
감독 추천자는 누구였는지, 최종 후보를 누가 정했는지, 이사회는 어떤 근거로 승인했는지를 놓고 문체부 감사와 국회 청문회가 이어졌다. 경찰 수사까지 진행되고 있다.
같은 구조를 뜯어고치겠다는 혁신위라면 기록 원칙은 축구협회보다 더 엄격해야 한다.
모든 발언을 실시간 공개할 필요는 없다. 민감한 논의에는 비공개가 필요할 수도 있다. 회의가 끝난 뒤 의사결정 과정과 주요 찬반 의견, 이해충돌에 따른 회피 여부를 확인할 기록까지 남기지 않는 방식은 개혁 취지와 맞지 않는다.
선거인단 숫자를 300명에서 1만 명으로 늘리는 것만큼 중요한 변화가 있다. 축구 행정의 결정 과정을 국민이 확인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박지성 이름보다 필요한 것은 기록과 책임
박지성, 이영표, 박주호처럼 한국 축구에서 신뢰받는 인물이 혁신위에 들어갔다고 개혁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축구가 반복해서 겪은 문제는 특정 인물 한 명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2016년 문체부는 무분별한 법인카드 사용과 채용 문제를 적발했다. 2024년 특정감사에서는 다시 27건의 위법·부당 업무처리가 확인됐다. 2026년 국회 청문회가 열렸고 경찰은 감독 선임 의혹을 들여다보며 협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정부 주도의 혁신위원회까지 출범했다.
이 정도 과정을 거쳤다면 개혁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감독과 지도자, 심판, 직원 채용 과정에서 추천자부터 최종 승인자까지 기록을 남기고 외부에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혁신위에 참여한 협회·연맹 현직 인사는 소속 조직의 이해관계가 걸린 안건에서 회피하는 원칙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2016년과 2024년 감사에서 지적된 사항 가운데 무엇을 고쳤고 무엇을 아직 고치지 못했는지도 공개해야 한다.
외국인 심판 성접대 의혹은 15년 전 사건이다.
한국 축구가 답해야 할 문제는 15년 전으로만 돌려보낼 수 없다. 오래된 문건이 다시 뉴스가 된 2026년에도 축구협회는 감독 선임 문제로 청문회와 경찰 수사를 동시에 받고 있다.
과거의 잘못을 현재 사람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현재의 문제를 과거보다 나아졌다는 이유만으로 덮을 수도 없다. 한국 축구가 확인해야 할 기준은 복잡하지 않다.
누가 결정했는지, 어떤 규정으로 결정했는지, 잘못된 결정에 누가 책임졌는지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개혁위원 명단보다 먼저 바뀌어야 할 축구협회의 오래된 숙제다.
영상: ▲ JTBC 뉴스룸 ‘[단독] 축구협회 ‘성접대’ 문건 입수…월드컵·올림픽 심판까지’. =JTBC 뉴스룸 공식 유튜브 채널
출처: 스탠딩아웃 뉴스(https://www.standingou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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