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시험지 조기 배부' 연세대, "문제 유출 없다"지만…논란 계속
회수되기까지 15분 소요…시험지 인증샷도
"얼핏 봐서 풀 수 있는 문제 아냐" 해명에도
회수 후 휴대전화 사용 조치에…문제 제기 계속
한성대 미대 실기 시험에서도 공정성 논란
최근 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논술 시험 과정에서 시험지가 시험 시간보다 약 1시간 일찍 배부됐다가 회수되는 '조기 배부' 사고가 발생하면서 문제 유출 논란으로 번진 가운데 연세대는 해당 논란에 선을 긋고 있지만, 물음표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연세대는 조기 배부된 시험지를 학생들이 볼 수 없었고, 회수 때까지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했다며 '사전 시험문제 직접 유출은 없었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하지만 조기 배부 시험지 회수 후 시험이 다시 시작되기까지 학생들이 휴대전화 사용이 다시 가능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학교 측의 설명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되는 상황이다.
시험지 1시간여 조기 배부…사전 유출 논란에 선 그은 연세대
연세대 입학처에 따르면 원래 시험은 오후 2시에 시작되는 일정이었지만, 한 고사장에서 12시 55분쯤 학생들에게 시험지가 배부됐다가 실수를 인지한 감독관이 15분 뒤인 1시 10분쯤 시험지를 회수했다. 이후 감독관은 오후 2시 시험 시작 전까지 50분 간 학생들에게 자습 시간을 부여했는데, 이 과정에서 휴대폰의 전원을 다시금 켤 수 있게 한 것으로 입학처 조사 결과 파악됐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일과 맞물려 문제 유출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듯한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시험 시작 전인 오후 1시 11분부터 해당 커뮤니티에는 "문제 올릴 거면 끝까지 올려라. 왜 지우냐", "(문제) 독식하지 마라", "근데 유출됐다는 거 정사각형에 직사각형 4개면 벡터 문제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연세대는 문제 유출 논란이 커지자 13일 입장 자료를 통해 "문제지가 사전에 직접 유출됐다는 일부 언론보도는 사실과 다르며, 논술시험의 공정성을 훼손시킬 만한 행위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험 시작 전에 문제가 유출됐다고 하면서 올라온 문제지는 시험 종료 이후에 문제지를 불법적으로 촬영한 파일이 공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기 배부' 사고 이후 오후 2시 시험이 치러지기 전 시험 문제가 그대로 온라인에 유출됐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시험이 끝난 이후 불법 공유된 것이라는 의미다.
연세대와 입학처는 조기 배부 사고로 인해 시험 문제가 오후 2시 시험 시작 전에 사전 유출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대학은 "(사고 당시) 통신이 가능한 전자기기는 전원을 끈 상태로 가방에 넣도록 하였으므로, 최초 문제지가 배부된 시점부터 회수 전까지 학생들이 해당 문제를 직접 온라인으로 공유할 수 없었다"고 했다. 아울러 "문제지 배부부터 문제지 회수 시까지 모든 문제지는 연습지에 의해 가려진 상태여서 학생들은 문제를 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연세대는 "시험 시작 전에 감독관이 문제지의 매수 및 파본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인지된 도형에 대한 인상을 묘사한 글이 있다"며 "그 도형이 있다는 인상을 인지했다고 하더라도 문제를 파악할 수 없으므로 공정성을 해치는 정보가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논란 계속되자 學 "복기할 수준 아냐"…한성대서도 시험지 늦게 배부
연세대의 이 같은 단호한 의혹 차단 메시지에도 관련 문제 제기는 이어지는 기류다. 특히 시험지 조기 배부, 회수 후 응시자들이 시험 시작 때까지 약 50분 간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자 '그 자체로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해당 시험 응시자라고 밝힌 한 인사가 "문제지를 배포하면서 대놓고 문제를 보던 학생들도 있고, 짧은 시간에 특정 문제와 유형을 암기하는 학생들도 분명히 있다"며 "문제는 이 사건 이후 학생들이 온라인 통신이 가능한 전자기기를 받았다는 것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학생들이 유리한 점수를 위해 본인이 시험지에서 확인한 개념들의 복습, AI(인공지능)를 동원한 단답형 풀이 등 예기치 못한 부정행위를 (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연세대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조기 배부 사고 때 응시자들이 시험 문제를 봤을 가능성에 대해 "감독 위원이 앞에서 두 눈을 뜨고 잇는데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물론 살짝 보다가 제지를 받을 순 있는데, 그 정도로 해서는 이득을 취할 만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후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했던 점에 대해서도 "슬쩍 보고 복기할 수 있을 만한 문제가 아니었다. 반페이지에 걸친 문제였는데, 그렇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커뮤니티에서 주장하는 글들은 언제나 허위나 과장이 섞여있다고 본다. 사실이 아니라고 본다"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 했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는 자연계열 논술 답안지와 수험표를 찍은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사진의 촬영 시각은 오후 12시59분으로 적시돼 '조기 배부' 때에도 휴대전화 사용이 제대로 금지됐던 게 맞느냐는 물음표가 붙었다.
한편, 한성대학교에서도 수시 모집 실기 시험 문제지 일부가 뒤늦게 배부돼 응시자들이 혼란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성대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에 서울 성북구 한성대 탐구관에서 치러진 ICT디자인학부 기초디자인 수기 실기 시험 중 한 고사실에서 문제지 일부가 뒤늦게 응시자들에게 전달됐다.
실기시험은 '카드, 고무줄, 실뭉치'라는 주어진 제시어를 활용해 화지에 그림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다만 응시자들은 제시어 외에도 관련된 개체 사진을 참고할 수 있었는데, '카드' 제시어 사진이 한 고사실에서 시험 시작 후 40여 분이 흐른 뒤에야 응시자들에게 배부된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 사진이 뒤늦게 배부된 후 응시자 24명 가운데 10명이 화지를 교체해 다시 그림을 그린 것으로 파악됐다고 학교 측은 밝혔다.
한성대 측은 이날 오전 공정관리위원회를 열고 문제가 된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른 응시자들에 대한 평가 시 시험지가 늦게 배부된 점을 고려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재시험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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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인 기자 parki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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