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난 50대, AI로 2주에 18번 민원...1분기 보험 민원 20% 급증
AI 악성 거르고 중요 민원 처리 방안 필요해

부산에 사는 50대 A씨는 최근 2주간 똑같은 내용의 보험 민원을 18차례 금융감독원에 넣었다. 그는 자동차 사고를 당한 뒤 4주간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4주가 지난 이후에도 치료를 받고 있다며 보험금을 청구했다. 보험사에서 추가 진단서가 필요하다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문장만 조금씩 바꿔서 계속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보험사와 금감원에 접수되는 민원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인구가 많은 제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50~60대에 접어들면서 의료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여기에 AI를 활용해 많게는 수십 차례씩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도 끊이질 않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이 복잡한 규정 때문에 보험금을 못 받는 등 억울한 사정을 쉽게 알릴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악성 민원이 늘어나는 데 따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령화하는 사람과 건물...보험 덮쳐
3일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보험사에 접수된 민원은 총 1만5996건으로 전년 동분기(1만3410건) 대비 19.3% 늘었다. 두 협회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10년 만에 1분기 기준 최대 증가 폭이다. 손해보험사에 접수된 민원이 1만1108건, 생명보험사가 4888건이었다. 특히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등 민원이 잦은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손보사의 경우 10년 전까지만 해도 분기당 민원 건수가 9000건 수준이었지만, 꾸준히 증가하면서 1만1000건 수준까지 불어났다.
제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에 이어 2차 베이비붐 세대까지 50대 이상 장년층에 접어들면서 건강에 대한 염려가 커졌고, 보험금 청구도 늘고 있다. 국내 한 손보사 민원 담당자는 “최근 50~60대가 병원 치료를 받고 실손보험을 청구했다가 보험금을 못 받으면 집중적으로 민원을 제기한다”며 “은퇴 후 건강 관리 중요성이 커진 데다, 도수치료와 같은 일상적인 비급여 항목을 둘러싼 갈등도 여전하다”고 했다.
구축 아파트와 빌라도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누수 등 문제를 보상하는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청구도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에 사는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작년 아파트 누수로 아랫집 보상을 해주고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생각보다 적은 금액이 나와 민원을 넣었다”고 했다.
또 금융 당국이 소비자 보호 기조를 앞세우면서 적극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사람과 건물이 같이 늙어가고 있어, 향후 5~10년간은 꾸준히 보험 민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AI가 써준 민원 ‘복사 후 붙여넣기’
주요 보험사들은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민원 서류를 만들어 내는 문턱 자체가 확연히 낮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민원을 제기하려면 복잡한 규정이나 판례를 일일이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손쉽게 판례와 규정을 찾아, 그럴듯한 민원 서류를 만들어준다. 40대 직장인 박모씨는 “아내가 암 진단을 받아 보험금 1000만원을 받으려는데, 사전 공지도 없이 2~3개월 보험료가 미납돼 계약이 무효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억울한 마음에 민원을 넣을까 고민하다가도 복잡한 절차를 생각해 포기했는데, 최근 AI를 활용해 부담 없이 민원을 넣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처럼 AI로 손쉽게 민원을 넣을 수 있게 되면서 보험사들의 민원 처리 부담은 커졌다. 한 손보사 민원 담당자는 “‘참 좋은 질문이네요’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민원도 있는데, 백이면 백 AI로 만든 민원”이라며 “상당수는 거짓 판례를 인용하거나 변경되기 이전 규정을 끌어다 쓰는 등 오류가 있어, 일일이 검증하는 데 시간이 꽤 든다”고 했다.
이에 일부 보험사들은 대학에서 논문 표절 검사를 할 때 AI 생성 여부를 분석하는 서비스 업체 등으로부터 AI 보험 민원 솔루션 제안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일 2~3차례 서류를 내고, 전화 100통씩 거는 악성 민원들 때문에 정말 억울한 민원들이 뒷전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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