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의 기적’에서 ‘도하의 악몽’으로, 한국 축구에 ‘현타’ 안겨준 2024년 카타르

이정호 기자 2024. 4. 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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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축구에 카타르 도하는 ‘약속의 땅’으로 여겨졌다. 1993년 10월에 도하에서 열린 1994 국제축구연맹(FIFA) 미국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당시 대표팀은 북한에 3-0으로 승리하고도 웃지 못했다. 월드컵 본선행 티켓 경쟁에서 앞선 일본이 이라크에 2-1로 리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불과 몇 분 사이로 두 팀의 운명이 바뀌었다. 일본이 이라크에 동점골을 내준 뒤 종료 휘슬이 울렀고, 골 득실에 따라 월드컵 본선 진출 기회가 한국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2022년 연말 카타르 도하는 월드컵 16강 진출의 무대였다. 1무1패로 조별리그 통과를 장담할 수 없었던 한국은 최종전 상대인 강호 포르투갈을 2-1로 꺾는 이변으로 16강 진출의 역사를 다시 썼다. “‘도하의 기적’이 29년 만에 다시 일어났다”며 환호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약 1년이 지나 2024년 카타르 도하는 한국 축구의 현 주소를 확인한 악몽의 장소로 기억될 듯하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26일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 인도네시아와의 경기에서 정규시간 90분과 연장 전·후반까지 총 120분간 수적 열세까지 겹치며 고전 끝에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그리고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10-11의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미 대회 최고 성적을 낸 인도네시아 U-23 대표팀에 당한 첫 패배(5승)다. 만약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더라도, 인도네시아에 슈팅을 무려 21개나 허용하는 등 내용이 너무 좋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축구에 아픈 패배였다. 황선홍호는 대회 4강 진출 실패로 오는 7월 파리 올림픽 본선행이 좌절됐다.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도전이라는 대기록까지 끊겼다. 올림픽 최종 예선을 겸하는 이번 대회는 최대 4강까지 올림픽 티켓(1~3위는 본선 직행, 4위는 대륙간 플레이오프 진출)이 주어진다.

A대표팀도 두 달 전 카타르 도하에서 굴욕적인 순간과 마주했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프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이 합류하며 역대 최고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은 대표팀은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을 목표로 2023 아시안컵에 출정했지만, 요르단과의 준결승에서 0-2로 졌다. 2019년 대회 8강 보다는 나은 성적임에도 칭찬받지 못했다.

매 경기 졸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바레인을 3-1로 꺾었으나, 뒤이어 요르단전에서 2-2, 말레이시아전에서 3-3으로 비겨 조 1위를 놓쳤다. 한국은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도 답답한 경기를 풀지 못하다(1-1) 승부차기에서 승리했다. 호주와 8강에서도 0-1로 끌려가던 후반 종료 직전 손흥민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황희찬이 성공시키면서 기사회생했다. 연장에서는 손흥민이 프리킥 결승골을 넣어 승리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힘겹게 준결승에 오르고도, 경기력은 올라오지 않았다. 결국 조별리그에 이어 다시 만난 요르단을 상대로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다 완패하면서 비판 여론이 높아졌다. 지도력과 태도 논란에 휩싸인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 약 1년 만에 경질됐고, 요르단과의 4강전 전날 몸싸움으로 번진 선수들간의 갈등까지 외부로 알려지면서 대표팀은 오랜 시간 시끄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2024년 두 번의 실패를 통해 한국 축구는 한 수 아래로 여겨지던 중동, 동남아팀들과 격차가 좁아진 것을 체감했다. 다른 아시아팀들의 빠른 발전 속도 속에 ‘아시아 맹주’라는 타이틀도 무색해졌다. 유럽 무대에서 뛰는 정상급 레벨 선수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음에도, 한국 축구만의 컬러와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한채 뒷걸음질 있다는 인상을 주는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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