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오후 방문한 성수2가 1동. 성수동 동남권역에 위치한 이곳은 로컬 브랜드 카페와 독립 매장이 다수 자리 잡고 있다. 인근 성수2가 3동은 지난해 방문객이 3300만명을 넘어서며 서울의 주요 관광지이자 팝업 성지, 패션 중심지로 떠올랐다. 대형 매장과 핫플레이스 위주로 구조가 재편되는 사이 이곳에도 아이아이컴바인드 사옥, 구마겐고 건축물, 글로우서울 등의 공간이 잇따라 들어서며 유동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철강·기계 등 공업사와 카페 거리가 공존하는 이곳에 자이언트스텝의 자회사 사일로랩이 몰입형 청음 공간 ‘성수율 뮤직’을 내달 오픈한다. 성수율 뮤직은 K팝을 중심으로 한 다감각적 시청각 공간으로 음향·영상·조명·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성수율 카페가 자리한 건물 3~4층에 조성되며, 건물 전체가 음악을 중심으로 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붉은 벽돌 건축물의 자동문을 열고 3층으로 올라서자 문 밖에서부터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나왔다. 안으로 들어서니 빌 에반스의 쿨재즈 곡 'My Foolish Heart'의 무심한 선율이 공간을 채웠다. 이어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가 작곡한 ‘F1 더 무비’ 사운드트랙이 재생됐다. 3·4층을 합쳐 약 100평 규모의 공간이었는데, 음악을 함께 들으며 몰입할 수 있는 청음실에 들어온 듯한 인상이었다.
성수율 뮤직이 기존 청음 공간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빔프로젝터 대신 초고해상도 LED 패널을 전면과 양쪽 벽에 배치해 시각적 몰입감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돌비 애트모스 기반 설계와 독일 d&b 프로 스피커 22대로 구성된 음향 시스템 역시 청각적 몰입 극대화를 목표로 했다. 라이브 공연, 청음회, 녹음 등 다양한 용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오디오 튜닝과 신호 처리 솔루션도 갖췄다.

관객이 공간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듯한 인터랙티브 경험도 제공한다. 마치 영상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연극 ‘슬립 노 모어’나 DJ 애니마(Anyma)의 디제잉 공연처럼 관객 참여를 기반으로 몰입도를 높이는 이머시브 콘텐츠와 유사하다. 다양한 콘텐츠 기업이 보유한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관객과 교류할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성수율 뮤직은 단순한 음악 감상을 넘어 관객이 자유롭게 이동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공간을 경험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할 계획이다. 사일로랩 관계자는 “가오픈 기간 별도의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하루 100명 이상이 방문했고, 클럽과 여러 기업으로부터 협업 제안도 많이 받았다”며 “단순한 청음 공간이나 핫플레이스가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음악 큐레이션을 접하고 영화 GV 등 예술가와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킹 공간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수율 뮤직은 오는 24일 디즈니와 함께 ‘만화동산’ 이벤트를 열며 관객과의 소통을 강화한다. 어린 시절 보던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OST를 스크린과 사운드로 구현하고, 커피와 대화로 이어지는 커뮤니티 행사다. 오전 7~10시에 진행되는 ‘모닝 레이브’ 형식으로, 술 대신 커피를 곁들이는 이색적인 아침 파티다. 밤보다 아침을, 음주보다 건강을 중시하는 최근 라이프스타일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재즈 큐레이션과 디제잉 파티 등 젊은 층 수요를 겨냥한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사일로랩 관계자는 “매달 국내 재즈 뮤지션 한 팀을 선정해 음감회와 인터뷰로 음악과 이야기를 나누고, 라이브 공연으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며 “테이블 없이 4층과 루프탑에서 DJ가 음악을 틀고, 3층에서는 관객들이 미디어아트를 보며 춤추는 파티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콘서트 등 K팝 팬들을 위한 성지로 키우겠다는 구상도 세웠다. 이 관계자는 “K팝 팬덤 간 교류 공간이 많지 않고, 기존 공간도 특정 팬덤 중심으로 운영돼 라이트 팬층이 즐기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며 “온라인 콘서트를 함께 보거나 현장 관객끼리 실시간 채팅으로 교류하는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일로랩은 공학·디자인·영상 분야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모여 설립한 인터랙티브 아트 랩이다. 넷플릭스, 나이키, 현대백화점, 롯데월드타워 등과 협업하며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참여형 미디어아트를 선보여 왔다. VFX(시각특수효과) 기업 자이언트스텝은 2022년 리얼타임 콘텐츠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사일로랩을 자회사로 편입했으며, 이후 다양한 시너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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