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안 쓰면 데려오자고 했던 선수…덕분에 타이레놀 많이 줄였어"

김민경 기자 2023. 6. 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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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박계범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내가 (박계범) 덕분에 타이레놀을 많이 줄였어요."

조성환 두산 베어스 수비코치는 5월 한 달 동안 가장 고마웠던 선수로 내야수 박계범(27)을 꼽았다. 박계범은 지난달 9일 올 시즌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된 뒤로 두산의 유격수 걱정을 덜어줘 눈길을 끌었다. 개막부터 유격수 경쟁을 펼친 김재호(38), 이유찬(25), 안재석(21) 등이 동시에 부상과 부진으로 고전해 애를 먹고 있었는데, 이때 등장해 조 코치의 두통을 줄여준 선수가 박계범이었다.

박계범은 5월 18경기에서 타율 0.250(60타수 15안타), 7홈런, 7타점, OPS 0.633을 기록했다. 타율은 높은 편이 아니지만, 결정적일 때 귀중한 타점을 올리며 승리에 기여했다. 똑같이 7타점을 올린 주축 타자 허경민(33), 정수빈(33)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활약이었다. 박계범은 5월의 마지막 경기였던 31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는 2-2로 맞선 8회초 결승 솔로포를 터트리며 3-2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조 코치는 박계범을 꽤 오래전부터 눈여겨봤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백업으로 지내던 박계범을 데려오자고 두산에 제안했고, 실제로 두산은 2021년 시즌을 앞두고 삼성으로 FA 이적한 내야수 오재일(37)의 보상선수로 박계범을 선택했다. 박계범이 팀에 합류했을 때는 조 코치가 한화 이글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어 만나지 못했지만, 올해 조 코치가 두산으로 돌아오면서 처음으로 스승과 제자로 한 팀에 몸담게 됐다.

조 코치는 "전에 두산에 있을 때 삼성에서 (박)계범이의 쓰임새가 많지 않으면 데려왔으면 좋겠다고 우리 팀 관계자들한테 이야기했었다. 계범이 욕심난다고 했었는데, 내가 한화에 가고 난 뒤에 계범이가 왔을 것"이라고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어 "내가 덕분에 타이레놀을 많이 줄였다. (수비 실책이 많아) 두통약을 많이 먹었는데, 그래도 계범이가 중심을 잘 잡아줘 걱정을 덜었다. 한 줄기 빛이다. 진짜 잘해주고 있다"고 덧붙이며 엄지를 들었다.

박계범은 조 코치의 칭찬에 "기분 좋으라고 해주신 말씀"이라며 손사래를 친 뒤 "코치님께서 좋은 말씀을 계속 해주신다. 자신감이 안 떨어지게 그때그때 하나씩 피드백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박계범은 마음처럼 성적이 나지 않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난 시즌 77경기 출전에 그치면서 타율 0.221(145타수 32안타), 2홈런, 14타점을 기록했다. 2021년 118경기에서 중용될 정도로 유격수로 안정적인 수비력을 인정받다가 지난해는 클러치 상황에서 잦은 실책으로 뭇매를 맞으면서 많이 위축됐다. 수비가 안 풀리다 보니 방망이가 맞지 않았고, 2루와 3루로 포지션을 옮겨도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아픈 시간은 박계범에게 오히려 좋은 약이 됐다. 올해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을 때도 쉽게 꺾이지 않고 다음을 준비할 수 있었던 이유기도 했다.

▲ 왼쪽부터 박계범, 조성환 수비코치, 이유찬 ⓒ 두산 베어스

박계범은 "정말 많이 도움 됐다. 지난해 부족했던 것들이 왜 안 좋았을까 생각을 많이 했던 게 내게 도움이 된 것 같다. 내가 너무 다운돼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억지로라도 웃으려 하고 안 좋더라도 밝게 하려고 하고, 스스로 기분을 끌어올리니까 좋은 방향으로 가더라. 앞으로도 웃을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영수 두산 2군 타격코치와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낸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박계범은 "이영수 코치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2군에서 시즌을 맞이하면서 어차피 (1군에 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 예상했다. 이영수 코치님과 대화를 하면서 한 달 동안 타이밍 잡는 방법을 가장 많이 바꿨다. 어떻게 바꿨는지는 영업 비밀"이라고 했다.

덕분에 박계범은 1군에 오자마자 강렬한 인상을 심으며 선발 라인업에 꾸준히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그는 "2군에서 경기도 계속 나가고, 연습량도 많이 늘렸다. 내가 잘하면 올라갈 수 있는 거니까. 그냥 내 것만 잘하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1군에 와서 마음 편하게 하다 보니까 결과도 좋게 나온 것 같다"고 털어놨다.

조 코치는 박계범이 스프링캠프 뒤 유격수 경쟁에서 탈락한 뒤에도 "계범이가 지닌 능력을 의심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박계범은 1군의 부름을 받자마자 유격수로서 능력을 충분히 검증했고, 두산은 유격수 수비에 부담을 느끼던 이유찬을 2루수로 기용하면서 내야진에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박계범은 시즌 끝까지 한 줄기 빛으로 남는 게 목표다. 그러려면 많은 경기에 나서야 한다. 박계범은 "시즌 끝까지 아프지 않고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 경기 수는 곧 내가 무언가는 하고 있다는 증거니까"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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