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 없는 KIA 김태군…윤도현은 타율 계산 중

KIA 김태군이 '타율 내기' 중인 14년 차 후배 윤도현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여울 기자

김태군은 세다. 표정, 말투, 목소리 모두 세다.

진지한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뜬 김태군은 무섭다. “부산 사람이다 보니까”라는 그의 말대로 말투도 강하다.

김태군은 남다른 목청도 자랑한다. 투수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의 외침은 만원 관중을 뚫고 마운드까지 전달된다고 한다. 그냥 옆에서 김태군이 말하는 느낌이라나.

눈을 크게 뜨고 큰소리를 치는 김태군이라면?

할 말은 하는 김태군, 그라운드에서는 선후배, 주전·비주전이 없다.

‘대투수’ 양현종도 김태군의 화살을 피하지 못한다.

지난해 경기 도중 김태군은 1년 선배 양현종에게 “그렇게 던지려면 내려가”라면서 큰소리를 친 적이 있다.

김태군의 설명은 “이닝을 생각하면 전력으로 안 던지게 된다. 한 타자 한 타자 전력을 해야 한다”였다.

KT를 상대했던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양현종은 9이닝 1실점의 완투승 투수가 됐다. 6회초 서호철에게 솔로포를 허용한 게 이날 유일한 실점이었다. 이 홈런 이후 김태군은 양현종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닝을 버리라는 포수의 쓴소리 덕분인지 양현종은 9회까지 나홀로 KIA 마운드를 지켰다.

“KIA에 없던 캐릭터일 것입니다”며 웃는 김태군은 ‘군기반장’으로 통한다.

세상이 변했다고 해도 변하지 않은 것들은 있다. 문화, 분위기는 바뀌어도 조직의 존재 이유와 규율은 있다.

김태군은 그 본질에 집중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길라잡이’라고 표현한다.

“중고참들은 길라잡이가 돼야 한다. 어린 선수들을 휘어잡고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느 쪽으로 길을 잘 터줘야 하는지 생각하고 행동을 잘해야 한다. 중고참이 중간에서 조절하고, 길라잡이 역할을 잘 해줘야 그게 팀이다. 좋은 게 좋다고 넘어가면 좋은 성적이 났을 때는 모르지만 팀이 안 좋을 때 문제가 생긴다.”

올해로 18년 차 김태군도 ‘철없던 후배’였던 때가 있다.

“학교에서 1~3학년을 저학년이라 하고, 4학년부터 고학년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생각하는 차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3학년은 4학년을 보고 따라갈 것이다. 프로로 따지면 신인부터 5~6년 차가 저학년이다. 중간에서 길라잡이 역할을 못 해주면 그 학교는 폐교해야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군기반장이 쓴소리하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괜히 트집을 잡아서 뭐라는 게 아니다. 사람으로, 선만 지키면 된다. 나도 1군이라는 것을 너무 어린 나이에 맛보니까 배에 기름이 찼었다. 선배가 한다고 해서 똑같이 따라 하면 안 된다. 해보니까 틀린 생각이었다.”

자신도 ‘저학년’의 시간을 보내봤고, 시행착오를 겪어본 만큼 김태군은 묵묵한 ‘길라잡이’ 역할을 자처한다.

“지금은 선배들한테 혼나는 것도 없고, 뭐라 하는 상황도 없다.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할 줄 알게끔 가르쳐주는 게 선배라고 생각한다. 팀에는 주장이 있고, 투수 조장이 있고, 야수 조장이 있다. 왜 그렇게 해놨겠는가? 길라잡이가 되라는 것이다. 뭐라 안 하면 좋은 선배? 그건 아닌 것 같다. 카메라 불 들어왔다고 앞에서 동생들에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좋은 선배가 아니다. 그런 걸 떠나서 뒤에서 동생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선배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뭔가를 의식하면서 행동한 적은 없다. 사필귀정이란 말이 있다. 알 사람은 알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할 말은 하는’ 그가 어렵고 불편한 이도 있을 것이다. 김태군은 선수단뿐만 아니라 미디어 앞에서도 사람들이 ‘듣고 싶은’ 정형화된 말이 아닌 ‘하고 싶은’ 솔직한 말을 한다.그런 김태군은 가끔 취재진을 놀라게도 한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그와 대화하던 기자들이 오히려 “써도 되냐?”라고 반문을 하는 상황도 있었다.

KIA 스프링캠프 포수조. 김태군(왼쪽부터) 타케시 배터리 코치, 한승택, 한준수. /김여울 기자

같은 것을 대하는 감정은 다르다. 그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다. 김태군은 자신과 사람들에게 솔직한 선수다. 그래서 자신의 야구 인생 최고의 순간에도 김태군은 솔직했다.

‘V13’이 확정된 뒤 그라운드에서 오열하듯 눈물을 쏟아낸 선수 중 한 명이 김태군이다.

거침없어 보이는 김태군도 사람이다. 치열한 경쟁의 마운드에서 빛과 어둠을 모두 겪어봤고, 인기 구단 KIA에서 뜨거운 응원도 받았지만 그만큼 날 선 말도 많이 들었다.

“2023년도 7월에 트레이드가 됐고 KIA에 왔다. ‘네 할 거나 똑바로 하지’라는 말들도 있었다. 할 것 똑바로 하려고 했으니까 더 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야구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작년 시즌은 우승을 바라고 가는 시즌이라 생각한 대로 했던 야구 스타일대로 했다. 결과도 우승이었기 때문에 많은 생각과 감정이 올라왔던 것 같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팀에 와서 마음껏 야구를 하면서, 프로 첫 만루포도 한국시리즈에서 장식했던 만큼 김태군은 인생 최고의 자리에서 마음껏 울었다.

“KIA에서 나를 데려오기 위해서 트레이드를 진행했기 때문에 거기에 너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팀을 위해서 그렇게 행동하고, 시합 때 결과를 내기 위해서 준비했던 것 같다. 될 때도 있었고 안 될 때도 있었는데 행동으로 항상 노력했던 것 같다.”

터져버린 김태군의 감정 탓에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의 장면이 바뀌기도 했다.

202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뒤 KIA 마무리 정해영에게 안겨 기뻐하는 김태군. <KIA 타이거즈 제공>

“(정)해영이가 원래 안기려고 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선배님 표정이 안아줘야 할 것 같았다’고 했다. 다음에는 홈플레이트 앞에서 기다리고 있겠다(웃음).”

우승 반지를 가진 그에게는 KIA의 말 많았던, 변화 많았던 포수 자리에서 우승을 만들어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생겼다.

“와서 보니 포수라는 포지션에 힘이 없었다. 주변에서 터치도 많고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 결과가 나오면 그런 이야기도 안 나오겠지라고 생각했다. 결과를 내도 이야기가 나오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승을 했기 때문에 포수라는 포지션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장비 안 입은 사람은 모른다. 그만큼 구단에서 투자하셨고, 나도 그만큼 받았으니까 야구장에서 행동을 더 잘하려고 했다. 포수가 야구장에서 분위기를 잡고 흔들 줄 알아야 한다. 그 정도의 배포는 있어야 한다. 투수부터 시작해서 내야수, 외야수 다 끌고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포수라는 포지션은 시합 들어가는 순간, 주장 그 이상으로 해야 하는 포지션인 것 같다.”

우승을 기대했던 2024년이었던 만큼 더 엄한 선배 역할을 했던 김태군이다.

“애를 키우는 아버지 입장에서 나라고 뭐라 하고 싶겠나. 어린 선수도 다른 집의 자식인데. 그런데 여기는 프로다. 돈을 받고 하는 프로”라는 게 그의 이야기.
할 말을 하겠다는 김태군이지만 지금은 말을 아끼고 있다. “그래야 할 때”라는 게 김태군의 설명이다.

지난 27일 LG와의 스프링캠프 연습경기가 끝난 뒤 KIA 덕아웃에는 찬 바람이 불었다.

여기저기서 실책이 쏟아졌던 이날 이범호 감독이 이례적으로 전체 미팅을 소집했고, 오랜 시간 선수들을 향해 쓴소리를 이어갔다.

“지금은 내가 딱히 말을 할 때가 아니다. 나도 경험해 봤지만 이런 내용으로 경기했을 때 귀에 안 들어온다. 안 좋은 것을 끄집어내서 하고 싶지 않다. 사람이 기분 좋을 때 듣는 지적이랑 안 좋을 때 듣는 지적이랑 다르다. 본인이 잘 안다. 타이밍이 있다. 무턱대고 화내는 건 아니다. 타이밍이 있다. 지금 시기가 다운될 수밖에 없는 시기다. 반복된 운동을 하고 반복된 상황에 놓여있어서 짜증 나는 일이 많다. 서로 말도 조심해야 할 때다. 이럴수록 아무 말도 안 하고, 눈에 보여도 넘어가는 게 팀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캠프 끝나면, 시범 경기 끝나면 누군가 2군을 가고, 그게 다 스트레스다. 나도 어렸을 때 경험해 봤으니까 안다. 감독님이 단체미팅하신 것도 그 마음을 이해하시니까 하신 것 같다. 이 시기 자체가 그렇다. 결국에는 우리 선수들이 힘내야 한다.”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송구 훈련을 하는 김태군. /김여울 기자

말을 아끼고 있는 김태군이지만 후배들을 향한 애정의 시선은 여전하다. 지난해 김태군은 14년 차이가 나는 윤도현과 ‘내기’를 했었다.

연습경기에서 멀티히트 이상을 기록하면 용돈을 주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벌금을 받는 내기였다.

윤도현은 내기 첫 경기에서 무안타에 그쳤지만 결국은 김태군에게 용돈을 받아 갔다. 김태군이 멀티히트로 내기 조건을 완화해줬고, 윤도현은 홈런 포함한 멀티히트를 달성하고 당당하게 선배를 찾아갔다.

올해도 김태군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타율 ‘0.350’을 기준으로 배트 세 자루를 내세웠다. 0.360 이상이면 배트 하드 케이스가 윤도현에게 주어진다. 하지만 약속한 타율 이하의 성적이 나오면 ‘벌금’이다.

좋은 자질을 갖춘 후배가 캠프 여정에 지치지 않고 집중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고, 이런 내기를 통해서 선후배의 정을 나누고 싶은 바람에서 준비한 이벤트다.

김태군은 지난해 호주 캔버라 캠프에서도 정해원, 변우혁에게도 방망이를 선물했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성실한 후배들에게 마음이 간다”는 게 김태군의 이야기였다.자신의 배트 케이스를 탐내하던 김도영에게도 ‘보여줘 봐’라고 주문을 했고, ‘월간 10-10’이 달성되자 새로 도착한 케이스를 선물로 안겨주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도 타협 없이 지금처럼 김태군답게 달릴 생각이다.“뭐라 하는 이미지가 됐다. 그런데 잘못하면 소리 듣는 게 당연하다. 야구로 뭐라 하면 내가 사람이 아니다. 그 연차에 그 나이에 해 야할 선이 있는데 아니면 소리 듣는 것이다.”타협 없는 선배 역할을 강조했지만 윤도현과의 내기에는 ‘타협’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도현이 2일 진행된 삼성 라이온즈와의 연습경기에서 안타로 출루해 도루와 득점도 올렸지만, 이번 캠프에서는 2안타에 머물고 있다. 남은 1경기에서 4타수 4안타를 쳐야 0.350 고지를 돌파할 수 있다.“도현이는 일본에서 끝내는 것으로 했는데 시범경기까지 연장 해주라고 할 것 같다”며 미리 예상을 했던 김태군.

어떻게든 후배에게 선물을 하고 싶은 선배의 타율 계산은 시범경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광주일보 김여울 기자>